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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비평하다... 2019. 4. 19. 02:26
영화를 보고나면 다양한 감정이 들게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즐거운 감정이나 재밌게봤다는 감정 또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는 감정이 들거나 하는 경우는 많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어떻게 사는게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는 흔치않다.
특히 대다수 이런 주제를 가진 영화들은 감독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신파적으로 주입하기에 바쁘고, 정치적 프레임까지 강하게 노출되는데다가
무엇보다, 적절한 서사의 엄호를 받지못하는 메세지위주의 영화들이 주는 피로감과이 있는데
켄 로치감독의 이 영화는
한 남자이자 한명의 시민이었던 다니엘 블레이크의 일상을 따라 걸어들어가다보니
어느새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고 할까?
그래. 좀 덜 성공하면 어떠냐 좀 덜 가지면 어떠냐. 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없어도 어떠냐.
많이 갖진못해도 정직하게 가져야지. 더 성공하진 못해도 당당하게 살수 있어야지.
많은 친구들이 없어도, 소수지만, 깊은 연대를 나눌 수 있는 진실한 친구들이 있어야지.
이런 대견한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나는 과연 그렇게 살아왔는가?
나는 더 거대한 성공을 좇느라 정직함과 당당함을 잃어오진 않았는지?
나는 과연
내가 죽고나서 누군가가 내 삶에 대해 이야기할때.
그는 정직했고, 그는 겸손했고, 그의 곁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는 당당했다.
그는 그저 한 사람의 시민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삶의 이정표가 되는 영화는 흔치않다.
나는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좋을까?
이 영화가 복지문제나 흔히말해 사회적 지향점이 뚜렷하다는 걸 전혀모르고 영화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봤기에 오히려 이 영화를 어떤 정치적 선입견이 없이
한 사람의 이야기, 한 사람의 일상, 한 사람과 한 가족의 연대에 대한 서사로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순간도 지루할틈이 없이
영화에 매료되었다.
마음속에 작은 결심을 해본다.
잘 늙자.
멋진 젊음도 좋지만
멋진 늙음을 더 소망하자.
내 삶을 돌아볼때
거대한 성공이 아니고 거대한 인기도 아니고 거대한 성취가 아니라도
나를 그리워하고 아끼고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는지
당당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서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웃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고, 부족한 마음이나마 전하려 노력했는지.. 그렇게 무언가 작지만
나누는 삶을 살았는지
이 질문들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내릴수 있다면
내 삶이 참 행복한 삶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을 것같다.
담담한 감동. 삶의 방향. 그리고 혼자가 아니고 함께함의 가치들에대해
나누고 싶다.
우리. 그렇게 살도록 하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우리의 이름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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