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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과 안톤 체홉 (연극영화과, 연극영화과 입시, 한예종, 한예종 연극과, 한예종 영화과)비평하다... 2015. 3. 1. 20:05
나는 희곡과 음악을 좋아한다. 당연히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을 좋아하며 이 연극과 음악이 어우러진 뮤지컬 역시 좋아한다.
먼저 밝혀둘 것은, 나는 희곡과 연극에 있어선 석사 2개를 취득한 나름 매니어이다. 아직 나이가 많지않아 더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동나이대에선 이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취득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음악은 그렇지않다. 아주 좋아하긴 하지만,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다.
나는 70,80년대 하드락 중 딥 퍼플과 레드 재플린을 좋아한다. 물론 메탈리카나 KORN과 같은 밴드들을 거쳐서 온 것이다.
내가 오늘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음악에서도 깊이 들어가면 '구조'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멜로디를 중시했다. 그래서 멜로디가 위주가 된 헬로윈이나 데프 레파트같은 밴드를 좋아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음악을 오래 들을수록 곡의 구성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래서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드림 씨어터를 당연히 좋아하게 되었다.
메탈리카도 처음엔 대중성있는 5집 앨범의 곡들을 좋아하다가
언젠가부터 곡의 구성과 짜임새. 즉 구조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칼리카 곡은 2집의 Fade to Black이다.
그런데 말이다.
메탈리카를 수천수만번들으면 반드시 지겨워 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귀를 파고 드는것이 바로 레드 재플린과 딥퍼플이라는 거대한 존재이다.
나는 요즘 딥 퍼플의 음악에 빠져사는데 April... 정말 압권이다.
결국은 어디까지 가느냐...
결국은 레드 제플린으로 가더라.
왜냐고?
멜로디에서 곡의 구성으로 갔다고 했지? 그 곡의 구성 다음의 세계가 무엇인지 아는가?
음악에서는 리듬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 구조 속에서 또 구조를 뛰어넘는 모호성과 즉흥성이라고 할까?
즉
나는 하드락에서 점점 블루스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음악과 마찬가지로 희곡도 그런 깊이의 단계가 있다는거다.
물론 절대 수준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평가들은 그 깊이의 수준이 있다고 믿긴 하더라마는......
.
희곡세계에서 레드 재플린과 비슷한 작가를 꼽으라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안톤 체홉을 꼽겠다.
락 매니어들이 궁극으로 도달해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는 끝판 대장이 레드 제플린이라면
희곡세계에선 안톤 체홉이 그러하다.
(농담이지만 딥 퍼플은 헨릭 입센에 대응하면 꽤 적절할 듯 ^^)
안톤 체홉의 작품은 레드 재플린의 음악처럼
처음에 귀에 확 들어오진 않는다.
그런데
괜히 신비롭고, 무언가 어떤 세계가 웅크리고 숨어있는 것이 본능적으로 직감된다.
이게 중요하다.
'직감'이라는 것.
직감은 이성과는 다르다.
감성과도 다르다.
이성과 감성이 교묘하게 혼용되어 있는 것이다.
안톤 체홉의 작품은 사실주의계열의 작품이므로
당연히 이성적인 면이 있다.
무대구조가 세밀하고 극적인 행동과 무대환경적 요소 모두가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그러나 안톤 체홉의 대사는 또한 사실주의를 뛰어넘는다.
극적 행동이 사실적으로 보이나
모든 인물들은 표류하고 있고.
각자의 섬에 갖혀 각자의 세계를 편린한다.
안톤 체홉의 작품은 레드 제플린의 작품처럼
모호하고
혼재되어 있고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사실주의 (하드 락) 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썼지만
그 속엔 수많은 장르가 뒤섞여있다.
체홉의 작품 속엔
표현주의적 요소도 (세 자매의 후반부 뚜젠바흐가 죽음을 직감하는 장면에서 무대 뒤에서 흔들리는 자작나무숲의 흐느적거림이...)
또
낭만주의적 요소도 (갈매기의 2막과 3막에서 니나와 뜨리고린이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이)
또
부조리극적 요소도 (세자매 마지막 세자매의 대사를 자세히 읽어보라. 그게 부조리극이지 뭔가? 안톤 체홉의 모든 인물들은 고립되어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떠돈다. 또한 안톤 체홉의 작품은 극적구성에 있어 비약과 생략이 극심하다)
있다.
심지어는 서사극적 요소도 있다고 본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극적행동의 불일치,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와 같이 기묘하게 끼어드는 무대환경적 요소들....)
그런데
이거 맛들이면 큰일난다.
난 큰일났다.
체홉의 이 묘한 맛에 빠져버리니까...
(커피와도 좀 비슷하다. 내가 커피도 좋아하는데, 커피도 살짝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감미로우면서도 텁텁하고....혼재되어 있지 않은가)
헤어나오지를 못하겠다.
내 주변에서 안톤 체홉을 잘못 만나서 신세 망친사람 많이 봤다.
잘나가던 외과의사가 다 그만두고 연극하겠다고 한예종에 오거나
펀드매니저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연극하는 일.
그런 일들이 너무 많다.
.
레드 재플린처럼, 커피 처럼....
안톤 체홉의 작품은
모호하며
감각적이며
즉물적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들을 사랑하는지 연구해봤더니 답이 나온다.
그래.
그게 인생인 것이다.
최고의 예술이 무엇이냐?
나는 평론가로서 그런 질문에 대해 답해야하는 위치에 서있다.
나는 레드 제플린과 커피와 안톤 체홉에서 그 답을 찾았다.
아까 이야기했듯이
음악에서 멜로디 다음 단계가 구조 그 다음 단계가 리듬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연극에서 사실주의를 넘어서는 불분명한 경계, 그 모호함이 궁극의 세계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예술의 세계는 어떤 깊이의 단계란 것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최고의 예술은 무엇일까?
내 답은 이것이다.
최고의 예술은 바로
인생을 닮은 예술이다.
혹은, 그 인생을 닮아가는 예술이다.
닮아간다는 표현이 더 좋다.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알 수 없기에
오늘도 알아가고자 노력할뿐이다.
그게 예술인거다.
인생 속에는
환희도 있고 행운도 있지만
그 수면 아래엔 훨씬 더 깊은
고독과
절말과 좌절과
연역함과
불행과
두려움이 있지 않은가?
그 모두를 닮아가는 예술.
그 모두를 감싸안는 예술.
나는 그게 궁극의 예술이며
우리가 가야할 예술의 길이라 생각한다.
이제 알겠다.
내가 왜
레드 제플린과
안톤 체홉과
커피를 사랑하는지.
왜 연극을 사랑하고, 희곡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아직도 무대를 동경하고 사랑하는지...
그들은
인생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레슨 포 케이아트 연기학원>
<레슨 포 케이 아트 영화학원>
<터놓고 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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