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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는 건 간단하다 = 남의 것을 훔치는 것 (필사에 대해) 한예종 레슨 포 케이아트 극작과 연출과 서사창작과극작/연출/서사창작 2013. 11. 16. 15:02
느는 건 간단하다.
남의 것을 잘 훔치면 빨리 는다.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다는 건
매우 나중 단계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색깔을 먼저 밀어붙여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
친구야.
예술에서 자신의 색깔을 가진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니까.
(그게 예술의 전부라니까. 자기 스타일이라는거.
마치 공 잘던지고, 공 잘 치면 되는게 야구이듯이^^ 말은 쉽지만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예술은 곧 형식인데
자신만의 색깔, 혹은 스타일이란 것은
일종의 형식적 창조를 의미하는 거다.
근데 이렇게 창조된 형식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선
결국 어느정도의 수월성을 확보해야 한다.
피카소의 예를 들어보면 쉽다.
피카소하면 역시 회화에서 공간의 자유를 이끈 혁신적 스타일이 떠오를 것이다.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같이 공간과 관점의 자유를 이끈 그의 개성있는 형식이
곧 피카소 예술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 피카소 역시 치열한 사실주의적 형태묘사, 또는 기존에 존재하는 관습에 따른 그림그리기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흡수한 후
재구성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 예술은
창작 그 자체로서의 창작은
거의 드문일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이젠 창작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끄집어 내기에는
너무나 오랜 세월 걸쳐 인간의 삶은 표현되어 왔고 -
그리고 오늘날의 예술은 실체에 대한 재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제시의 예술로서
창작한다는 것은
형식을 창작하는 것
즉 형식 = 예술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예술에서의 창작은 = 곧 재구성이고
새로운 발견이고, 새로운 조합이고, 상투성을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의 스타일을 창조하기 전에
먼저
남의 스타일을 흡수해야 한다.
남의 것을 잘 훔치는 놈이
결국 자신의 것을 잘 표현한다.
좋은 글이 있으면
그 글에 유혹을 느끼고
갖고 싶은 욕심부터 생기고
그 표현방식, 그 스타일을
내 것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모조리 흡수해버리는 그런 투지와 열정이
있는 학생이 성공한다.
쉽게 말해
필사와 표절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예를들어
네 글에서 관념어의 묘사가 부족하다거나, 깊이가 부족하다거나, 심리묘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하고 싶다면
이승우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고, 한두구절을 필사해보고, 그리고 단순히 필사하는데만 그치지말고
너의 스타일로 재구성하고 재창작해보려고 노력해보라.
즉. 네가 문장을 구성하되
이승우의 글을 보면서 마치 표절하듯이 여기저기 훔쳐서 네 것으로 흡수해보라는 것이다.
또
내용전개를 박진감 넘치게 하고 싶고
행동묘사를 통해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싶다면
김영하의 소설이나 김애란의 소설을 많이 참고하면 좋다.
김영하의 소설중에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추천한다.
또는 달려라 아비도 좋고.
더 나아가
구조적이고 간결하고 심플한 문장과 형식적 소설쓰기를 생각한다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라 (필사는 불가능한 편에 가까운 작가라고 본다)
많이 읽고 그 간결함 속에 깃든 통찰을 훔치라.
네가 영상이론과나 연극학 등을 지원해서
논리적 문장을 다듬고 싶다면
우리 학원 레슨 포 케이아트는, 신형철로 대동단결했다.
신형철의 글이 정말 정말 좋다.
논리적 글에서 관념어의 서술, 그리고 생각의 구조화, 또 간결하고 쉬운 표현 등
수많은 면에서
신형철의 글이
훔칠만하다고 본다.
훔쳐야 는다.
그리고 많이 훔치고 베껴서 많이 연습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스타일이 잡힌다.
그때서야
너의 개성적 형식을 구체화할 수 있는거다.
예를들어
이 블로그를 쓰는 나도
한예종 전문사에서 비평을 전공하면서
나름 빡센 글을 쓰는 훈련을 지독하게 했다.
그리고 남의 글을 많이 모방했으며, 많은 글을 읽었다.
그러나보니 언젠가부터
내 형식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빠른 전개,
관념어와 단어 위주의 괴상한 문장 끊어쓰기
등의 내가 글 쓰는 스타일이 사람들에게 있어선 형식적 틀을 깬 유치한 글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된 유치함, 의도된 가벼운 글쓰기라는 것)
어찌됐건 진솔하고
흡수가 빠른 글이란 생각은 든다.
어쨋든 나는 글에서
내 스타일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는게
나는 좋다.
그러나 나 역시도 엄청나게 많은 필사와 글쓰기 훈련을 통해서 탄탄한 글을 많이 연습한뒤에
이렇게 자유롭고 가볍게 대충대충 글을 쓰는
스타일을 만들어냈음을
말하고 싶은거다.
기억하라.
훔쳐야 는다.
훔친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남의 것을
욕심내라.
예술은 아무리 욕심내도
구속당하거나 고소당하지 않으므로
걱정말고
훔치도록 ^^
많이 훔치고 나서
네 독창적 스타일을 완성할 바로 그때에
너의 모든 개성과 색깔을 드러내
궁극적으로
자유함에 이르는
글을 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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