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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적 글쓰기와 미켈란젤로적 글쓰기(한예종 영화,연출,극작,서사창작,한예종 1차)(포스팅 완성판)극작/연출/서사창작 2013. 6. 20. 11:21
글쓰기에 있어 다빈치적 글쓰기의
다빈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글쓰기를 상징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글을 써보라고 하면
백지에
그냥 쓴다.
인물을 창조하고
성격을 창조하고
플롯을 창조하고
......
선생들은
이렇게 쓰고, 저렇게 쓰고, 요렇게 쓰면 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정작
글쓰기는 참으로 힘겹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너무나 광범위한 창작이기 때문이다.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은
이미 정해진 프라모델을 조립하면 된다.
레고는 프라모델보다는 조금 더 창의적이지만
그 역시 정해진 규칙와 디자인에 따라 창작에 큰 도움을 받는다.
연출도 마찬가지.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무대요소등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글쓰기는 전지전능한 창작이다.
생각해보라.
백지 한장.
그리고 글쓰기.
모든 것을 다 창조해내야 한다.
신이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글쓰기의 쾌감이기도 하다.
그러나
초보자들에겐 쉽지 않은 것이다.
인물을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고
그러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아야하고
문장도 만들어야하고
유치해서는 안된고
반전도 있어야하고
등등
너무나 광범위한 창작영역이다.
그래서
한예종에서
글쓰기를 입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것이다.
글쓰기만 보면
모든 창작적 실력을 거의 다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자.
그럼
이토록 힘든 글쓰기를 어떻게 접근하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바로
다빈치적 글쓰기에서 더 나아가
미켈란젤로적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적인 방식을 조각에 대입하면 이렇다.
바위에서
조각할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 이미지가 아닌 돌들을 제거하는 것이
미켈란젤로식의 조각법이다.
무슨 말인가?
글쓰기에서 미켈란젤로식이라면
보다 우연에 기댄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개념보다는
글을 찾아낸다는 개념이 더 정확하겠다.
글은,
특히 초보자일수록
쓰려고 덤벼들면 힘들다.
발견해야하고
재조합하려해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극작가 배삼식이다.
한예종에서 그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써온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의 이야기꾼 기질에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런 그도
백지에 글을 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각종 고전과 자료와 여러가지 설화나 신화 따위의 고문서를 찢어지도록 탐구
하는 것을 봤다.
그도 아마 글을
미켈란젤로 식으로 쓸 것이다.
그가 수집한 여러자료들을
마치 레고조각처럼
어떤 패턴과 어떤 소재와 어떤 스토리의 연계성을 찾아내서
조합하고
재배치하고
어떤 하나의 영감으로 관통시켰을 것이다.
그도
살아있는 스토리를 발견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식의 글을 쓰기 위한 팁
1.
예측불가능한 우연에 맞겨라.
(네가 가장 익숙하지 않은 장소를 생각해보라 = 거대한 소가 40마리 매달려있
는 도살장
그 장소에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을 생각해보라 = 갓난아기
그 인물과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을 생각해보라 = 대통령)
빙고!
이미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소재와 인물을 조합시키기만 해도
엄청난 스토리가 숨어있는게 보이지 않는가?
영화의 첫장면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새벽 4시.
도살장.
그리고
롱테이크로
멀리서부터 들어오는 검은색 리무진과 경호차량.
보디가드들의 호위를 받으며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도살장 문을 연다.
철문이 열리고
형광등 불이 수백개가 순차적으로 밝혀진다.
그는 왜 이곳에 왔을까?
왜 그 곳에 아기가 있어야 할까?
왜 이 시간에 이곳에 와야 할까?
왜 이 장소여야만 할까?
이런 개연성을 따라 끊임없이 대답해나가다보면
네가 다빈치적으로 사고해서는
절대로 창작할 수 없는
뱀처럼 꿈틀대는 스토리를 건져올릴 것이다.
이미 그 스토리는 살아있었던 거다.
네가 발견해주기만 하면 되는거다.
어서 빨리 살아움직이는 뱀을 잡아 유리병에 집어넣으라.
그게 바로 미켈란젤로식 스토리구성법이다.
2.
생각하지 말고 끊어지지 않게 써라.
생각하고, 구상해서는 안된다. 그냥 마구 닥치는대로 써내려가라.
마치 손이 신들린듯이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써내려가야한다.
이게 중요하다.
마구 써내려가는 것.
3.
재조합하라.
해아래 새것은 없다.
이것저것 짜집기해라.
한국설화와 헐리우드식 이야기와 신화와 동네 바보 이야기를
마치 레고조각처럼 서로 끼워맞춰라.
4.
고전을 재구성하라.
고전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고전을 새롭게 창조하라.
현대적으로 각색해보라.
단테의 신곡을
파우스트를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보라.
결론.
백지에 쓰지 말자. 너무나 거대한 창작의 짐에 짓눌리기 쉽다.
그렇다면
발견하고
재조합하고
재창작하자.
원래 살아있는 이야기를
발견해주자.
그런 훈련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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