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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사소한 곳에서 온다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영화과 특별전형)영화과 2014. 2. 6. 03:04
공감은 사소한 곳에서 온다.
영화는 사소한 것이다.
아니 영화자체에 대해 언급하기엔 너무 확대해석이고
적어도 입시에서는, 특히 한예종 입시에서는
항상 작은 것이 승리한다.
왜 그럴까?
그건 우리 인생을 돌아봐면 쉽게 이해가 된다.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이 언제나 큰 일도 잘 하듯이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디테일 속에서 남다름을 표현할 수 있는 학생이
큰 영화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디테일이란 말을
규모가 작은 것으로 착각하지마라.
다시한번 말하지만
영화에서 큰 영화, 작은 영화의 구분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건 소재의 차이, 자본의 차이 등의 문제일뿐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갈리는 것이지
영화 자체의 차이는 아니다.
일례로
에어리언 1의 감독을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을 때
에어리언과의 사투 자체를 긴장감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라면
에어리언 2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은 에어리언의 세계관을 영화적으로 확장시키고, 훨씬 더 스펙터클이 넘치는 영화시리즈로 확대시켰다.
그러나
두 영화 다 걸작이다.
작고 크고는 큰 문제가 아닌 거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디테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피상적'에 대한 반대적 용어이다.
큰 영화가 나쁜게 아니고
큰 소재도 나쁜게 아니지만
입시생들이 섣불리 큰 영화, 큰 소재를 가지고 나올 경우
필연적으로 영화입시의 가장 큰 적인
'피상적'이라는 현실과 만나게 된다는 거다.
큰 영화도 되고
작은 영화도 되고
한국소재도 되고, 외국 소재도 되고,
디테일도 되고, 최동훈 식으로 영화적으로 유쾌하고 전형적인 영화적 서사로 시원하게 이야기를 끌고가도 되지만 (마카오 박, 태양의 눈물, 씹던 껌 등 유쾌하고 만화적이고 쉽고 재미있는)
절대로 '피상적'이서는 안되는 것이다.
디테일을 추구하라는 말은, 작은 영화를 추구하라는게 아니라
피상적이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라는 말이다.
예를들어보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적 장면 중에
'너는 내 운명'의 장면이 있다.
전도연은 자신의 과거와, 잘못, 그리고 죄책감. 또는 이기적인 이유 등등으로
애써 황정민을 외면한다.
교도소에 면회까지 온 황정민을
매몰찬 말로 상처를 주는 모습에서
그녀의 상처가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황정민은 목이 상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면회실의 투명벽을 마구 쳐대며
각서 하나를 보여준다.
나 황정민은 전도연을 평생 사랑할 것이다....뭐 이런 내용의 각서
이 한결같은 사랑 앞에
전도연의 마음의 경계는 무너지고
전도연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황정민을 걱정하며
두 남녀는 플라스틱 투명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외친다.
급기야 면회실 스피커를 뜯어내고
손을 뻗어 두 남녀가 손을 잡으려 하는 장면
교도관이 제지해도 서로 손을 잡고자 야단인 바로 그 장면.
이런게 영화적 장면이다.
언뜻보면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이는 교도소 면회실.
그저그런 익숙한 갈등과 심리묘사.
그러나 이 일상적 소재를 '영화적'으로 빛나게 해주는 건
스피커를 뜯어내고 서로 손을 잡으려 하는 행동에 있다.
좋은 예술가란
눈이 넓은거다.
눈이 넓다는 말은
시야가 넓다는 것.
독수리가 넓은 시야로 광야를 샅샅이 살피듯
감독의 넓은 시야로
삶을 관찰해야 한다.
일상속에서 있음직하지만
극적 확장을 불러오는
그 영화, 그 감독만의 장면.
영화적 상상력이란
거대한 스토리나, 대단한 소재나, 웅장한 스케일에만 있는게 아니다.
그런건 자본과 소재와 규모의 문제지
영화적 상상력의 차이는 아니다.
진짜 영화적 상상력이란
색다르게 보는 것이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사실에서
무언가 색다른 장면
남과는 다른 장면을
뽑아낼 수 있는 감독이
좋은 눈을 가진 감독인 거다.
입시에서 일상적이고, 관찰에 의한, 현실에 기반한
정직한 관찰이 먹히는 이유는
너희들은 그저 입시생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세계에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아니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태어날 후보 정도 되는 너희들이기에
함부로 기성감독의 작품세계의 겉모습만 흉내내고
벌써부터 대 감독이 된 것 마냥
온갖 영화적 미학으로 치장하고 (특히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
그런 껍데기에 뭔가 간지나 보이는걸 덕지덕지 붙여놓으면
(2차 스토리 실기시험에서도, 자기소개서에 조차)
교수가 미래의 스필버그에게 박수를 쳐줄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말했지 않은가?
작은 거에 충실하고 작은 것에서 입증한 자가
반드시 큰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너는 현재 작고도 작은 존재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감독도 아니고, 감독을 준비하는 학생을 준비하는 사람일 뿐이다.
군대로 따지면 이등병도 아니고 훈련병도 아니고 입대대기자 정도의 신분이다.
위대한 꿈과 이상을 꿈꾸지 말라는게 아니다.
위대한 꿈과 이상은
청춘의 특권이다.
그러나
청춘의 특권은 위대한 꿈과 이상에 있기도 하지만
흉내내지 않고
기성세대의 틀을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목소리에도 있지 않을까?
입시에서 함부로
흉내내지 말자.
기성감독들의 화려함만을
얄팍하게 흉내내지 말자.
오히려 투박하고 멋없고 다소 뭉특하더라도
너의 목소리, 너의 소재, 너의 이야기를 쓰는게
입시에선 항상 먹힌다.
그리고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
너의 관찰과 삶에 기반한 진정성있는 이야기
진정성 있는 장면과, 공간과, 인물과, 묘사와 행동과 설정이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이야기를 추구하라.
영화감독은 철학자이다.
왜냐고?
감독은 기술직이 아니다.
기술은 뒷받침할 사람이 많다.
영화는 후반작업의 예술이기에
너의 영화를 간지나게 완성해줄 촬영전문가, 편집전문가, 음향전문가, 홍보전문가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네가 감독이라면
너는 명확한 철학 = 영화적 컨셉
으로
이 스텝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거다.
그런면에서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것.
책임감있는 글을 써라.
네가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
네가 풀 수 있는 소재.
네가 책임질 수 있는 이야기.
너의 진실된 관찰과, 깊은 생각과
삶이 묻어나오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말이 쉽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냐? 이 꼰대야? 라고 말하고 싶겠지?
이 친구야.
그걸 찾아가는게 감독이 할 일이다.
요즘 잘나가는 윤종빈감독의 첫작품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였을 군대 이야기
그리고 두번째 작품 비스티 보이즈를 찍을땐
호스트빠의 현장에 깊숙히 들어가 관찰하고 스케치하며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했다는 걸 생각해보라.
내가 말한 방향으로
너의 입시 방향
영화제작 방향을
각도만 틀어도
결과는 넘사벽으로 틀려지는 걸 경험할거다.
각도가 중요하거든.
방향이 중요하거든.
고수일수록
각도와 자세와 방향을 잡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거든.
각도와 자세와 방향만 잡히면
결과를 쌓아가는건 순식간이거든.
골프를 생각해보면 쉽다.
공감은 사소한 곳에서 온다.
사소한 곳에
전부가 다 숨어있다.
작고, 사소한 것에
관객은 공감하고
관객은 마음을 연다.
거대한 것을 추구했지만 초라한 결과에 그치고 마는 이야기보단
사소한 것을 노출하지만
그 사소한 것을 통해
거대한
것을
관객의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편이
훨씬 더 전략적이다.
사소한 것을 놓치지마라.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학생이
반드시 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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