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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대가 아니면 누가 기억해줄까나2015 새로운 포스팅 here!! 2015. 12. 29. 15:58
학원이 계속 커져서, 이젠 자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블로그 포스팅이 계속해서 밀리는게 과연 좋은 징조일까?
내가 잘살고 있는걸까?
성공하는 삶이란게 과연 뭘까?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게 그게 인생인건가?
매일 물어본다.
너무 바쁘다.
논문쓰고, 글쓰고, 공연보고, 자유롭게 쏘다니는 여유가 이젠 없어져버렸다.
근데 아이러니한건, 정말 똥싸듯 휙 갈겨쓰고, 아무 계획없이 그냥 내멋대로 일기처럼 끄적이는 이 블로그를
아껴주시는 분들. 재밌게 읽으신 분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아니 왜?????? )
무언가...보답이라고 할까? 관심에 대해 아주 작은 성의라도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입시가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긴 이 시점에서
그동안 밀린 포스팅을 쭈욱 올리려 한다.
생각하고 기획한 글들은 참 많은데
올해가 가기전에 한번 열심히 채워봐야지.
그래야 2015년에게 덜 부끄러우니까 !
.
무슨 영화인진 모르겠는데 뭐 그냥 쿡티비같은데서 하는 평범한 영화였는데
대사 하나가 가슴을 후벼팠다.
그래서 그 대사에 영감을 받아 포스팅을 쓴다.
.
죽은 부인과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하는 남자에게
한 여자가 말한다.
"그렇게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이 아니면, 세상에 존재했던 그녀와의 기억.
그 누가
기억해 줄까요?"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쉣 !!!!!
요씨 !!!!!
ㅆㅂ 이건 너무 위대한 대사 아니냐?
마치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에서
20년만에 만난 아내에게 남편이
"왜 날 떠났어?"
그러니까 아내 대답이,
"왜 이제서야 날 찾아냈어요 !! "
이 대사 만큼 내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다.
정말 멋진 대사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예전부터 좋아했던 노래는
전인권 형님의 '걱정말아요 그대' 다.
들국화는 젊은 들국화보다
개인적으로 늙은 들국화가 더 멋지다.
드럼치시는 형님이 몇년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형님 돌아가시기 전에 모든 맴버들이 다 모여서
나이 지긋하신 형님들이
청바지에 양복자켓 걸쳐입고
모이셔서 부르는 '걱정 말아요 그대'
난 그 버전이 젤로 좋다.
늙은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
(이 노래가 실린 앨범 그룹이름이 '전인권과 안싸우는 사람들'이다. ㅋㅋㅋ 안싸우는 사람들 ㅋㅋㅋ)
.
청바지에 와이셔츠 풀어헤치고 양복상의 걸쳐입은 형님들.
그 버전으로 들어야 최고다.
요즘에 응답하란가 뭔가에 나온다고해서 들국화 버전이 묻히는거 같아 아쉽다.
기억해라.
둘국화는 늙은 들국화가 진국인 것을.
.
다시 처음 대사로 돌아가서.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잊으려고, 지우려고 애쓰는 남자에게
한 여인이 말한다.
그렇게 애쓰지 말아요.
지우려고.
죽은 그녀와의 기억.
당신만이 기억해줄 수 있어요.
당신이 아니면
세상에 존재했던 그녀와의 추억.
그 누가
기억해줄까요....
이렇게 생각한다.
살면서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기억들.
추억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일수가 없을
소소한 기억들부터
아직도 움츠려들게 만드는 상처의 기억들
이별의 기억들
배신의 기억들
또는 깊고 아름다워서... 오히려 더 가슴을 찢는 사랑의 기억들이라도.
그 모든 기억들.
내가 살았던 옥탑방은, 화장실이 컷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욕조를 구입해 따뜻한 물을 담아 목욕을 했다.
화장실 위에 있는 창문을 열면
옥탑이라 환기가 너무 잘된다.
자연속처럼.
석관동의 공기를 마시며 ^^
욕조에 누워
깔판을 깔고
책을 읽었다.
나는 이렇게 작고 소소한 기억들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연기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나올때
내 후임 연기강사가
내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기 집에 강아지가 한마리 있는데 가져갈래요? 물어보는거다.
그래서 ok. 했더니.
그 강사가, 이렇게 말하더라. '무르기 없기 !'
나야 뭐 그 옥탑이 넓고 사방이 다 뛰놀 옥상인데
개 한마리 기르는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일까 싶어서
ok했다.
그 녀석을 처음 만났을때
거대한 철망 속에 웅크리고 있던 녀석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코카스파니엘' 그 녀석.
나는 코카스파니엘이 중형견이란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고.
철망에 가득찬 중형 사이즈인 그녀석을
둘이서 낑낑대며 옥상에 올려놓을때까지만 해도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옥상에 철망을 열고 풀어놓는 순간
아직도 기억난다.
귀가 날개처럼 펄럭이며 옥상을 질주하더라.
하루는 인터넷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안되는거다.
왜 이러지? 하고 살펴보는데
인터넷 선 있잖아? 엄청 두꺼운거. 흰색 선.
그걸 '씹어서' 끊어 버린거다.
그걸 !
잘려나간 인터넷 케이블을 들고 망연자실했던 기억.
내가 자리를 비우면
옥상에서 온 동네 울리도록
늑대울음소리를 내던 그 녀석.
참 버거운 구석이 많았고
털도 풍성하게 빠졌고
응아도 한 사발씩 싸는 그 놈.
누런 똥색 코 분홍색. 못생긴 스파니엘.
그 녀석.
그 녀석이 그립다.
그 코카니엘은 이쁜 개도 아니다.
석관동 옥탑방이 좋은 환경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사소하고 별거아닌 잡스런 기억들이
그리운 걸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과거를 기억해보자.
떠오르는 기억은
서사인가?
아니면
순간의 단상인가?
거대한 스토리인가?
아니면
단편의 일상인가?
또.
대단히 유용한 뜻깊은 순간들인가?
아니면
별 쓸모없기도 하고, 쓸모있기도 한
그런 순간들인가?
.
나는 요즘 페이스북등 SNS를 일절 안한다.
수백명이 넘는 친구들을 전부 삭제하고
만남을 극히 단순화시켰다.
집 그리고 학원.
이게 전부다.
이렇게 만남을 축소하게 된데는
당연하게도
사람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지긋지긋함을
30대중반의 나이에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탓이다.
나는.
레슨포케이아트라는, 이상한 학원 하나를 운영하는 나는.
그러나
이렇게 조그만 사업 하나를 하면서도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뭐.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불쾌함을 표시하거나, 직접적으로 상처를 표현한 일은 없다.
왜 그랬는지는 좀 있다 말해줄께. 이 포스팅에서.
왜 이 이야기를 하냐하면.
내가
삶의 경험이 얕은.
쉽게말해
고생하나 안해보고
아니면
경험별로 안해보고
이렇게
함부로 삶에 대해 말하는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나는.
중학교 1학년때 무기정학을 받고
학교를 자퇴해야 했다.
중1이 무기정학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 있나?
사람이 한명도 없는 절간에
빚쟁이를 피해 도망쳐서
그 절간에서
1년간 고입선발고사 및 고입검정고시 준비를 했다.
돈나물과 쑥을 깨 먹으며
경상북도 성주군에 있는 작은 암자에서.
작은 모나미볼펜 하나가 내 학용품의 전부였고
종이배를 접어
시냇가에 띄우는게 내 장난감의 전부였다.
그 절간에서
아침일찍 새소리를 듣고 깨고
암자 이름은 대흥사였는데
그 대흥사 뒷편으로 길게 늘어진 대나무숲.
대나무숲이 공명하는 소리.
그리고
암자를 지키는
늙은 보살님들의
구수한 인생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다.
물론
포스코에 다니셨던 아버님 밑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나
유년시절은 중산층으로 보냈다.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며
중학교때 몰락해서 그렇지 ^^
내가 피부가 희고
학원경영도 잘하고 학교도 좀 좋은데 나오고
요즘엔 옷도 깔끔하게 입고 다니고 하니까
다들
내가 무슨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되는줄 아는데
교수님이
내 손을 보고
고생한번 안했을 것 같다고
산부인과 의사 해야할 손이라고
농담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말 진심으로 말해서
진짜 진짜 진심으로
나는
과거의 특이한 경험
고생한 경험들이
전혀 슬프지도
부끄럽지도
아프지도
않다.
지금 내가 내 나이또래에 비해서 성공해서 그런것일까?
과거따위는 즐거웠던 추억으로 돌려도 좋을만큼?
아니.
난 정말 단 한순간도
그 환경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진심으로
워낙 어린 나이에 기막힌 바닥을 쳐보니.
(새벽에 빚쟁이에 쫓겨서 산속 깊은 암자에 숨어들어가야 했던 중1 자퇴생)
바닥이 바닥이 아니란 걸
알게된걸까?
그 어떤 곳에서도
희망이 있고
삶의 기쁨이 있으며
가장 낮은 곳에선
오히려 그 낮은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환희의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왜 그렇게들 실패를 두려워할까?
실패해도
끝이 아닌데
삶은.
성공과 실패로
달라지지만은
않을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어린 시절 고생하며 깨달았던 것일까?
나는 진심으로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전혀 슬프지않고
미화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슬픈건 슬픈대로
기쁜건 기쁜대로
소중하다.
왜냐면
그게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온
기억이니까.
.
다시 서두로 돌아가자.
대흥사가 있는
경북 성주군의 한 암자
겨울에 꽁꽁언 바닥아래 장독대에 묻어둔 김치 생각이 난다.
한 겨울에 라면 너구리를 사먹고 싶어
한시간은 내려가야 있는 작은 슈퍼에
진짜
꽁꽁언 산길을
굴러서
(진짜 굴렀다)
내려가서
십원짜리 다 모아 겨우 너구리 하나를 사와서
정말 행복하게
너구리를 끓여 먹었던 기억.
이런 잡스런 기억들.
나는 이런 기억들이 전혀 상처나, 슬픔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 기억이 나를 형성해온
혈액과
근육이
되어줬으니까.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기억이니까.
내 기억을. 내가 부정하고. 내가 잊어버리면
나라는 우주.
내가 주인공인 평행세계 속 내 인생이란 공간 속
그 기억들은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그렇지 않나?
곰곰히 생각해보라.
내 삶을 내가 부인하는 순간.
내 삶이라는 평행우주는
급격히
슬픔의 블랙홀 속으로 추락한다.
내 인생의 증인.
내 인생의 아군.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절대적으로 친해져야 할 단 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내가 나의 삶을 부정하면
누가 나의 삶을 인정해줄까?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기억해주지 않는 예술가가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을 기억해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이라는 평행우주. 이 아름다운 공간을
행복한 기억만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다.
행복만이 가득찬 영화는 재미없다.
때론 슬픔도 때론 아픔도 때론 좌절도
내 삶을 채우는
고마운 요소들이다.
그 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형성해온 것이니까.
코딱지가 없으면
세균을 막아주지 못해 죽는다고 한다.
코딱지도 고맙고
몸의 세균도 적절하면 고맙고
귀지도 고맙다.
내 인생에 나는 긍정만으로 과잉하고 싶지 않다.
내 인생에 슬픔도, 좌절도, 무료함도, 자기혐오도
있는게
적절하다.
.
그래서 전인권의 가사는 옳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 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떠난 사람을 위해
노래할 수 있는가?
"떠난 이에게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떠난 사람을 위해
실패한 입시를 위해
삽질한 기억을 위해
노래 할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달라져
버릴까?
.
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라고 전원권은 말하면서도
"그대. 슬픈 기억은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실수했으면
실패했으면
떨어졌으면
좌절했으면
그냥 네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네 탓인거다.
네가 잘못한거고
네 실수다.
인정해라.
그러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인정하고
다시는 실수하지않으려 최선을 다하되
그 실수와
그 실패를
절대
버려두지 말아라.
오히려
그 실패를
기억하고
실패를 위해서
노래할 수 있다면.
그 실패에서
피와 살을
채워갈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
그래서
서두에 말한
그 영화 대사가 옳다.
"그녀를 잊으려고 하지 말아요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 뿐이예요
(죽은) 그녀에겐
오직.
당신뿐이예요"
친구야.
네 실패를
네 아픔을
네 실수를
네 상처를
용서할 주권을 가진 단 한 사람.
그 놀라운
마술과도 같은 자격을 가진 단 한 사람은.
바로
너.
너 자신이다.
네 모든 상처를 치유할 위대한 힘은
타인에게
다른 어떤 위대한 존재에게
있는게
아니다.
오직 너 자신에게만
허락된
놀라운
힘이다.
나는 그 사실을 믿기에
지금 이 보잘것 없는
내 삶이.
나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
삶이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는데
더이상 어디서
더 큰 행복을 얻을까...
...
나를 사랑할 권리도
나를 파괴할 권리도
오직 단 한 사람.
나에게 있다.
그 주권을
절대로 놓치지 말아라.
너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주권을 가진 당신에게
이 노래를 꼭 선물하고 싶다.
함께 듣자.
앞에서 말했지?
들국화는 늙어야 맛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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