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의 자유2015 새로운 포스팅 here!! 2015. 12. 11. 09:24
뭔가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를 말하자면,
내가 맘대로 내 스케쥴을 만들수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 스케쥴이 이미 짜여지고, 내 삶의 윤곽이 어느정도 잡혀서
거기에 따라 살 수 밖에 없는 현상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다는거다.
옛날에 연극공부했을때는
수업외에는 자유가 너무 많았다.
의무가 많이 없었고
공연보고, 학교가서 공부하고, 떡뽁이도 사먹고, 연애도 하고. 공연도 하고
물론 그때도 매우 빡빡한 스케쥴이었지만
지금과는 달랐다.
매우.
왜냐하면.
그때는 분주했지만, 그건 책임감이 아주 극도로 따르는 일은 아니었고
몸은 분주할지라도, 마음은 편안했기 때문이었다.
자.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20대가 왜 고민이 없냐고. 오히려 더 바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거다.
그러나 내 경험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자면,
생존과
책임은
다르다는 것 정도?
진짜 비유가 너무 조심스러운데 (이게 말이다...좀 패미니즘적 시각으로 보면 문제가 될 발언일수도? 근데 진짜 나 그런 편향된 시각을 가진게 아니고...정말 딱 맞는 비유라 써보는거다)
섹스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입장차이 와 상당히 흡사한 점이 있다.
예를들어
나는 남자니까...
남자야 뭐...섹스가... 말로는 부담스럽다고 하고 책임에 대해 생각도 하지만
사실 여성에 비한다면 훨씬 덜 부담감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반면
여성의 입장은 훨씬 다르다. 섹스에 대해서 말이다.
20대때 분주함은
마음껏 지르고 다니고, 비록 바쁠지언정. 내가 원하는대로 내 기쁨찾아서! 내가 선택한 기쁨이니까
맘대로 저지르고 다니는 분주함이었다면
30대의 분주함은
그 일이 필요하고, 하고싶어서 하는건 맞는데 (심지어 그 일이 기쁨을 주니까 선택한 것도 맞는데!)
그 일에 대해 고민하고, 책임지고 걱정하고
잘못되었을때 발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런 분주함이란거다.
다시한번 다소 성적으로 폭력적인 비유 미안하다. 그런데 정말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써봤다.
청춘과 청춘아님의 차이는 책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생이 레포트쓰고, 취직을 준비하는걸 책임이 적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음...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그게 내 성장을 위한 나의 선택에 의한 자유로운 고통이라면
그 고통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면
청춘아닌 자 (나같은 사람)
의 책임은
다소 틀려진다.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많아지고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하는 일이
마구마구 늘어난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그래도
부담은
여전하다 !
.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은 아마 20대 친구들일꺼다.
내가 터놓고 블로그에선 나름 진솔하고 글을 봐선 참 시원시원한 사람일것 같지 않으냐?
근데 말이다.
나는 학원쟁이다.
학원원장 6년하고보니
이제 학원쟁이 다됐다.
학원쟁이로 만나는 나는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작가로서의 나.
혹은 강의등으로 잠깐 만난 나.
가족으로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그리고 학원쟁이로 만난 나.
전부 다르다.
나는 이중인격자는 아니지만, 역할 속에서 너무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다중이인가?
요즘 그것만 고민한다.
나의 이런 다중적인 위치속에서
그러니까 신사동 가로수길쪽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
그걸 끌고가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수많은 객기와 상처들...
상처받으면서도 끌고가고 성장시키다보니 변하는 모습.
또 주제에 감성은 있어서...그런 변하는 모습을 보며 절절히 느끼는 자기혐오.
뭐 그런거에서 고민한다.
그러나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되고
내면의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느껴질때.
나를 바로잡아주던
그 순수함이
점점 희미해져간다 !
내가 무료 희곡분석을 준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냥 좀 학원이라는 틀, 입시라는 틀, 의무라는 틀
이런 틀에서 벗어나
예술로서
정말 그냥 예술만으로
예쁘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내게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글을 꾸준히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
한예종입시가 이번주초에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내가 한 일은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사우나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글쓰는 일인게
그 증거다.
.
결국 생존과 책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20대의 책임은
생존을 위한 책임이다.`
그러나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생존을 위해 아둥바둥하는 그 시기가 절망적으로 느껴질지라도
그 시기는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기란거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시간을 다 뺏겨도
그래도 무언가 설명하지 못할 자유가 있다. 분명히 존재한다.
육체적 자유와는 또다른 어떤 자유.
젊다는 것의 자유인가?
불확실성의 자유.
확실성의 억압.
분명히 존재한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버텨가는 20대라해도
그속에서
무언가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불확실성 속에서의 자유.
너희들.
데자와 음료수 뒤에 적힌 공장주소를 보고
그 공장주소 찾아가본적 있나?
나는
그 데자와 음료수를 추운겨울에
따뜻한 편의점에서 사준
그 경험이 너무나 소중해서,
데자와 뒷면에 적힌 공장주소로 찾아가 본 경험이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뭐 이랬던 걸로 기억한다.
돌아보니,
특별한 순간들이
나를 증거해준다.
20대때 나를 채워준
그 특별한 기억들이
나를 형성해주었다.
그 순간들을 마치 석탄연료처럼 태워
남은 여생을 버텨가는게 삶이 아닐까싶다.
인생은
추억을 석탄처럼 태워
오늘 하루를 지탱해가는 것.
마음껏 좌절하고
마음껏 실패하고
마음껏 아파도
그 좌절이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에
생존을 위해 버텨가가는 청춘들에게도
희망과 기쁨이 있다.
나는 대구에서 공익할때 삽립? 빵공장에서 알바해본적 있다. 또 자동차부품회사 평화실업? 에서도 일한적이 있고
대구집에서 새벽 5시에 셔틀버스타고가서 거의 2시간걸려 도착하면 공장이있고
12시간을 일하고 다시 2시간걸려 돌아오는건데
그건 기쁨이 아니다.
하루벌어먹고 살기위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고통이니까.
그건 아름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나를 형성해준 혈액이나 단백질같은
그런 기억이다.
빵공장에서 잠깐 눈붙이는 휴식시간이 즐거웠고
평화실업? 에서 만나는 여러 형태의 인간군상들이
사람을 보는 시각을 넓혀줬다.
디아블로를 해도
경험치를 얻기위해 하는 행동을 우리는
'노가다' 라고 하지 않는가?
인생의 가장 큰 모순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의 자유'
불확실한 것이 많다면
어쩌면 그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자유롭다는 것의 증거.
그 자유로움을 만낏해야 한다.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것 같은 월세 17만원짜리 옥탑방에서 2년간 살았는데 (전문사 다닐때)
그 옥탑방 화장실에
인터넷에서 파는 반신욕조 플라스틱으로 된거 5만원짜리 사서 위에 깔판? 7천원주고 추가구매하고
그래서 한겨울 옥탑방화장실 창문을 열어놓고
뜨거운 욕조속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풋볼매니져를 해본적있나?
그때 한창 키웠던 팔카우가 요즘 부진해서 속상하다 ^^
그때 에시앙은 최고였는데...비에이라 뺨치게 좋았었지.
그 옥탑방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고
가장 많은 시집을 읽고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가장 많은 꿈을 꾸고
가장 많은 공부를 하고
가장 많은 김떡순을 먹었다.
아직도 있는지? 신이문역 앞에있는 가는 밀떡뽁이 ! 떡뽁이는 역시 싸구려 문방구 앞 가는 밀떡뽁이가 최고지!
지금 나는
불확실성이 점점 사라져있고
거의 확실한 것들 투성이이다.
그러나
확실해서
억압이 존재한다.
그게 인생의 또 하나의 미스테리이자
공평한 신의 선물이
아닌가 한다.
불확실성의 자유.
나는 그 자유를 즐기는 것이
인생 최고이 선물이라고
경험적으로
확신한다.
그것이 젊음의 선물이자 권리이다.
어쩌면 불굴의 의지란.
강한 힘이나 강한 의지력을 말하는게 아닐지 모른다.
불굴의 의지란.
그 어떤 불확실성속에서도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5 새로운 포스팅 he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잊으려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대가 아니면 누가 기억해줄까나 (12) 2015.12.29 능력? 개성? 그보다 더 전략적이고, 환상적인 (3) 2015.12.29 나는 엘리트가 아니다 (2) 2015.11.24 슈퍼스타가 되지않을 용기 (4) 2015.11.18 최악의 소통능력 (2)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