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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한예종 자기소개서를 봐았다.
연기과에선 2차에 떨어진 학생이 좀 있지만, 2차까지가서 떨어진 학생은 지금까진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합격했다.
그러나...
올해 수많은 1차합격자들과 함께 입시를 준비하면서
한가지 타협하지 않은 원칙이 있다.
자소서는 본인의 내용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 그리고 예전처럼 내가 엄청나게 처음부터 끝까지 손봐주지 않고 투박하면 투박한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냥 정직하게 제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
짧게 봐서 내가 자소서를 봐주면 100점짜리 자소서야 완성이 되겠지만.
길게 봐서 자기 자소서 조차 완성하지 못하는 학생이 어떻게 좋은 예술가가 되겠는가.
그래서 앞으로도 자소서만은 학생의 100% 땀과 노력으로 완성하도록 하고 싶다.
물론 적절한 지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자소서만은 그 학생의 정직한 땀과 눈물과 그리고 공들여 만지고 다듬은 투박한 그 글 그대로를 제출시킬 것이다.
그것은 길게보면 그 학생의 마지막 자존심과 같은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타협해서는 안된다.
설마 그 선택 때문에, 좀 덜 세련된 자소서 때문에 면접에서 공격받고
심지어 떨어지게 될지라도.
나는 학생들의 정직한 자신의 모습. 좀 못 나면 못 난 그 모습 그대로 가져가게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자신의 것을 가져가기에
가장 아름다운 자소서와 면접, 그리고 글쓰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올해 학생들 모두 꼭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한다.
대학에 가면 결국 이 곳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겠지만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오늘이 참 감사하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