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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봅니다사랑의 메타포 2014. 1. 17. 08:40
나는 당신을 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당신과 헤어질 때 화를 내고 당신을 저주했기에 다행입니다.
진심입니다. 당신에게 모진 상처를 줬겠지만, 당신도 알꺼예요. 어떤 모욕적인 말이라도 그 속에 사랑이 담겨있음을 숨길 수가 없는 그런 말이 있음을. 랑그와 파롤이 서로 달라, 말은 모욕을 주는데 말 속에는 당신을 향한 절절한 사랑이 흐르는 그런 말을.
당신과 헤어지고 담담한 척, 잘 지내는 척, 일상이 변하지 않은 '척' 하는 나를 봐서 참 다행입니다.
나는 금방 좋은 사람을 만날꺼라고 촌스럽게 장담했기에 다행입니다.
멋지게 이별하지 못해서 참 다행인 이별도 있습니다.
당신과 헤어지고 혹시나 연락이 올까 30초마다 한번씩 문자를 확인하는 나를 봐서 또 다행입니다.
혹시나 스팸메일에 가있나 하루에도 몇번씩 스펨메일을 뒤적이는 나여서 다행입니다.
어떤 시인은 오지 않을 편지 기다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 시인의 당부와는 정반대로 행동해서 다행입니다.
바보처럼 멍하게 앉아 괜시리 작은 일에 짜증을 내는 나여서 다행입니다.
나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순간이 인생에 몇 번 찾아올까요?
당신과 이별할 때 저는 그 몇 안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랑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우연히 발견했을때 진짜 사랑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었던 거예요.
윤동주가 청동거울 속에서 자신을 보듯
이별의 순간이 투명하게
사랑이 진심이었음을
눈부시게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깊은 상처 속에서.
그 사람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구나
그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성장했구나.
아프고 아파서 진심이었구나.
알아요. 당신이
기억 속에 젖어든 흔적과 사랑이 당신을 찌르고
고통의 터널을 채 건너지도 못한채 웅크려 떨고 있을거란거
그래도 담담하게 잘 이겨내고 있겠지요
알아요.
이 많고 많은 의식의 과정을 지나와서야 비로소
나는
당신을
봅니다.
이제서야 나는 당신을 봅니다. 이제서야.
우주는 모든것이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법입니다만
때로는 우주의 중력을 거스르고
내 마음의 단층에
소중한 추억들을 남김없이 새겨놓고 싶습니다.
이제서야 당신을 봅니다.
그리고 인생을 봅니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아름다운것이 인생이라면
역설적으로 이제 새로운 날들을
기대해도 될까요?
이별의 아픔 속에서
또 한 칸
성장했습니다.
그대
부디 성장하고 날마다 더 자라나길 바래요.
그래서 숲들은 저마다의 높이로 자라나나 봅니다.
때론 초라한 나무라고 할지라도
숲의 곁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렇게 각자의 새로운 날들, 흔들리며 살아가는 새로운 날들을
기대합니다.
이토록 큰 아픔 뒤에서야
난 비로소 당신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