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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스킬이 아니다 (한예종 방영, 예경, 영상이론)방송영상/예술경영/영상이론 2013. 1. 29. 05:17
논술은 스킬이 아니다.
학생들이 논술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게
어떻게 하면 논술을 잘할 수 있느냐는것
+
글빨을 키우는 것
인데
결론을 말하자면
논술의 세계에서 글빨이란건 없다.
글빨의 의미속에서는
내용이 다소 빈약한 것을 문장력과 표현력으로 커버하는 경우를 내포하고 있는데
바로 내가 쓰는 글 같은 경우가
논술에서 가장 기피해야 하는 글쓰기 유형이다.
직관과 선언만으로 가득한 글 유형.
왜냐하면 교수들은
절대로 글빨에 속지않는다.
교수정도되고 논문을 통과하는 정도라면
글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레벨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글에 대해 조금만 전문가가 되어도
이 학생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정말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을 그저 대충 과대포장하려고 하는지
다 걸러낸다.
말하자면
교수들은
그런 학생을 가장 먼저 탈락시킨다.
글빨만 넘치는 학생.
알고 있는만큼 정직하게 쓰지 않고
'있어보이는' 표현을 남발하며
모르는 걸 아는것처럼 포장하려고학생.
그런 학생을
가장 먼저 탈락시킨다.
일종의 인성? 에 대한 고려도 있는 것이다.
학생다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함과 성실함, 진실됨 등 이라고 보는 것 같다.
한예종 입시를 가르치는 내가 보이게
한예종은 순수에 대한
어떤 동경과
어떤 추구함이 있다.
일종의 강박증일 수도 있다.
꾸며진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것은
꾸며진 것 밖에 없는 -
학원에서 대량생산된 이미지의
몰개성한 예술입시에
반기를 들며
세워진 학교의
학풍 때문일 수도 있겠다.
쉽게 말하면
기존 대학들의 미술실기 같은 것 말이다.
그런 획일화된 예술입시
예술교육에
반기를 들고 세워진 학교가 한예종이니까
한예종은
순수한 학생.
꾸며지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풍부한 학생을
선호하는 것이다.
한예종 방송영상학과나 예술경영, 영상이론학과 등에서 준비하는 글쓰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마라.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하면 논술을 잘 할 수 있을까도 고민하지마라.
논술을 잘하는 기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 논술은 쥐약이다.
고대, 연대 등등 논술 입시에서 쓰는 틀을 가져다 쓴다면 낭패를 경험할 것이다.
한예종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앞서 언급한 특성.
자.
그럼 도대체 위의 학과에서 논술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구체적인 예를들어서 글을 쓰고 싶은데
솔직히 구체적인 예를들어 언급하면 -
그런 방식으로 문제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입시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아주 구체적인 예는 일단 보류하기로 하겠다.
그러나 기출문제들에 대한 분석은 있다.
논술은 스킬이 아니다.
논술은 fact 싸움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논술을 잘한다.
특히 한예종 논술은 더욱 그렇다.
광범위한 논술이 아니다.
광범위한 주제를 던져주고 논술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주제
매우 구체적인 제시자료
매우 구체적인 텍스트를
던져주고
그와 연관된 글쓰기를 하라고 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반드시
fact 싸움이 되어야 한다.
정확하게 알아야
글이 간결해진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선
글이 간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이다.
또
주장이 일관성있어야 한다는 말도 듣고
주장이 설득력있어야 한다는 말도
글이 거침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을 것이다.
사실상
위의 말들은
모두 같은 말이다.
fact 중심의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 분야에 대해 확실히 알고 글을 쓰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네가 동방신기 팬클럽 회장이라면
동방신기에 대해 논술하라는 문제가 있으면
매우 설득력있고
거침없고
또 다양한 fact가 가득한
매우 좋은 논술을 할 것이다.
왜 그런가?
네가 좋아하는 주제이기 때문이고
네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다소 투박해도
내용이 충실한 글,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글, 학생이 성실하게 fact로 채운 글이
소위 말하는
글빨은 좋지만 fact가 빈약한 글에 비해
5000배 더 나은 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하는가?
글을 잘쓰려고 하지말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일단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한다.
독서는 기본이다.
독서 뿐만이 아니라
신문을 보는 것도 필수다.
일단 역사, 철학, 인문학, 자연과학, 예술, 경영
다방면의 책을 섭렵하라.
방영과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마셔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같은 기본서 중의 기본서를 정독하는게 좋을 것이다.
한예종 방영과 입시에서 제시되는 텍스트 유형이
맥루한의 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제러미 리프킨도 자주 언급되는 텍스트이다.
책은 두가지 방향으로 서로 다르게 읽기를 권한다.
1. 위에 언급한대로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으라.
나는 어렸을때부터 책읽는걸 좋아해서
부모님이 흔히 사주시는 백과사전 중 두산동아 대백과사전이라고 14권인가 전집세트로 된 책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 다 읽었는데... 솔직히 내가 싫어하는 분야 지구과학 같은 분야는 그냥 대충 그림만 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물 편은 앞판, 뒤판이 다 떨어지고 본드칠한 부분이 갈라질때까지 갖고 다니며 본 기억이 난다. 그 두꺼운 백과사전이 다 낡아서 갈라질 때 까지.
그리고 친구 집에 놀라가서 - 친구네 집에 있는 동화전집 40권짜리도 내가 다 읽었다. 그 집에 놀러갈때마다 제일먼저 동화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게 아닐까?
일단 글을 잘쓰기 위해선 잡다한 책이나 아무거나 읽어도 된다.
왜일까?
책은 책을 가이드해주기 때문이다.
책은 정독할 필요가 없다.
정독에 앞서 먼저 다독을 해야한다.
책을 보다보면
저절로 좋은 책과 좋지않은 책이 구분이 된다.
저절로 좋은 문장과 좋지않은 문장이 구분이 된다.
인공위성과 같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대충 어느 궤도 위로 위성을 방향만 적절하게 일단 대기권위로 쏘아올리고
그 다음 정확한 궤도를 찾아서 디테일하게 방향을 잡아나간다고 한다.
책도 그렇다.
일단 읽어대는게 중요하다.
나는 고등학교 때
무협지도 많이 읽었고, 은하영웅전설도 읽었고 로빈 쿡의 의학스릴러도 많이 읽었다.
소설로 링을 먼저 읽었는데
다 읽고나서 학교 형광등아래 비친 사물이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거다.
일단 수준을 따지지 말고 아무거나 흥미가는대로 읽어라.
책이 책을 인도한다.
책이 책을 부르고, 책이 길을 안내할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2. 그러나 정독하는 책도 있어야 한다.
나는 다독을 했지만
내가 실력이 확- 늘었음을 느낀 건
아무래도 정독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좋은 책을 구분하게 되었고
그 중 어떤 책은
탐날 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책은
수십번도 넘게 정독하고 또 정독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때 실력이 확실하게 늘었다.
즉
아까말한 인공위성의 예에서처럼
일단 대기권으로 위성을 던지는게 다독이라고 한다면
대기권에서 방향을 잡는건
정독의 세계일 것이다.
나는 예들들어 제러미 리프킨의 유로피언 드림 같은 책은
몇번 정독을 했다.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내 방식을 소개하자면 -
나는 일단 처음엔 그냥 대충 읽는다.
재미없는 부분은 스킵하기도 하고
뒤에서부터 읽기도하고
아무 형식에 구애받지않고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게 읽는다.
그리고 던져 놓는다.
몇달간 방치해두다가
두번째로 읽는다.
그땐 정독을 하며 줄을 치며 읽는다.
또 던져놓고 몇달 다른 책을 읽는다.
그리고 세번째 똑같은 책을 읽을땐
좋은 문장을 써가며 읽는다.
이렇게 3번정도 읽으면
신기하게
읽을때마다 새롭다.
예전에 읽은 책인데
마치 새책을 읽은것처럼
마치 책의 내용들이 뇌속에 새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책은 그렇게 정독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짐 콜린스의 책도 그렇게 읽었고
리프킨의 엔드로피, 유러피안 드림도 그렇게 읽었고, 육식의 종말과 소유의 종말도 -
승자독식사회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등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도
피터 드러커의 책들도 그렇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안토니오 부에로 바에호의 희곡집
체홉의 희곡들은
대사를 외우면서 읽었다.
그리고 강의를 하면서 완전히 외워버린 것 같다.
위에 예로 든 책들은
전부
매우 평이한 수준의
다소 베스트셀러에 가까운 책들이다.
사실상 훨씬 더 수준높고
깊이가 있는 책들도 많다.
고전의 세계
특히 동양고전의 세계는 경이롭다못해 짜릿한 쾌감을 준다.
고전설화를 응용한 한국적 희곡쓰기의 위대한 작가로
최인훈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읽어보라.
너무 매력적이다.
책읽기는 결국 다독 + 정독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국
논술은 스킬이 아니다.
논술은 fact다.
제시된 현상에 대해
네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네게 정립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정립되었다는 말은
네가 그 주제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면 확실히 몰라도
적어도 답을 도출해 낼 수 있을만큼의
연관된 주제에 대한 추론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기술로 해결하려고 하면
교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내용은 없는데
과장과 비유와 치장만 가득한 글.
형용사로 꽉 차있는 글.
결국 논술은 생각의 깊이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fact라는 것은,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게 아니다.
답을 알고 쓰라는게 아닌거다.
작년 방영과 기출문제 중에
산업혁명 당시의 아동문제를 다룬 시를 제시어로 주고
그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경우
산업혁명에 대해 정확한 fact 를 알고 있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그런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좀 틀린 지식을 써도 된다.
실수는 용납된다.
그러나
현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얕은 것은 문제이다.
인문학적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얕은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투박해도 좋다.
아니
오히려 한예종 방영과는 글이 투박해야 한다.
그러나
내용이 꽉 차 있는 글을 써야한다.
많이 알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한 흔적이 있는 글을 교수들이 원한다.
방영과의 경우
창의적인 글도 써야하는데
결국
이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세상을 보는 깊이에서 온다.
다큐감독
또는 방송제작자라는 것이
결국
흔히 지나치는 사물과 환경에 대해
얼마나 깊이있는 애정으로
디테일하게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지가
관건
아니겠는가?
방송영상에서의 창의성, 기획력이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기'
결국 형식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인 것이다.
정리해보자.
논술은 스킬이 아니다.
한예종 방영과나 예경이나 영상이론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
논술을 따로배우기보단
많은 책을 읽으라.
그리고
세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라.
신문을 읽고
신문을 다소 관점을 갖고 비평적으로 읽고
양쪽 관점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은 매우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그리고 fact 로 가득 채워져 있는
성실하고 진실된 글을 쓰려고 하라.
잘 모르는 것을
표현으로 비대하게 부풀린 글은 금물이다.
가장 간결하고
가장 단순한 표현으로 쓰라.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라.
논술은 스킬이 아니다.
논술은
관점이고
논술은
fact이다.
성실하게 생각한 흔적이 있는 글, 성실하게 fact 로 채운 글, 그리고 남들은 흔히 넘어가는 사물을 익숙하지 않은 관점에서 보는
대상에 대한 진정성이 넘치는 글
바로 그런 글이
좋은 글이고
한예종 교수들은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런 글을 쓰는 학생들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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