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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전공하기보다는 다른 전공을 통해 글을 배우는 것도 괜찮다.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2. 6. 10. 03:31
사실 나는 연극을 좋아해서 연극영화과를 진학한게 아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특히 시를 쓰는걸 좋아했지.
학교 다닐때 하도 상을 많이 받아서 선생님들마다 진지하게 문창과를 진학해보라고...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동국대 문창과를 추천해주셨는데...
(사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문창과를 추천해주시는 경우는 드문 경우지)
고3때.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컨설팅이었는데
왜 고집을 피웠나몰라^^
아무튼 내가 고집을 피워서
문창과는 죽어도 진학하지 않았지.
문학을 대학에서까지 공부해야 할까?
그리고 대학에서 과연 문예창작을 4년동안이나 공부할 필요성이 있을까?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던거지.
그러고나서
무려 14년 정도가 지났어.
돌아보니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내가 문학에 재능이 있었지만
그저 문학만을 선택했으면
그리고
시를 쓰기만 했으면
아마 지금보다는 확실히
좀 작은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 같아.
내가 연극과 영화를 몰랐고
연출과 극작과 비평과 연기를 몰랐지만
내가 연영과에 진학하면서
그 모두를 내 전공분야에 두게되었지.
그래서
지금은
연출분야도 즐기고
극작도 즐기고
비평도 즐기고
영화도 즐기고
연기도 즐기면서
또 위 분야 모두를 가르치고 있잖아?
나는 성격상
잘 못가르치는건 아예 건드리지도 않거든.
내가 위 분야들을 가르치고 있다는건
그만큼 내가 위 분야 모두를 넘나들면서 즐겁게 공부해왔다는 것이지.
그러면 문학은 어떻게 됐을까?
시는 접었을까?
아니.
한예종에서 비평을 전공하면서도
계속 쉬지않고 문학쪽을 기웃거렸지.
무려
한예종 서사창작과 전문사 수업을 들으며
서창과 전문사에서 발간한 동인 시집에도 필자로 참여해 시집도 내는등
지금까지 시는 계속 쓰고있어.
물론 시를 전공하지는 않지만
시를 아주 즐기고 있는건 사실이야.
그리고
희곡이라는 정말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가 개인적으론 조금 밀려난 느낌이야.
어때?
생각만해도 즐겁지않아?
연출과 극작과 비평을 넘나들면서 놀고~
시와 희곡도 넘나들고~
그리고 이 분야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가장 주된 전공은 예술에 대한 비평을 척추에 든든하게 심어놓고...
돌아보니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돌아보면
나는 항상 그래왔다.
대구에서 서울로
문학에서 연극으로 영화로...
새로운 분야로 나를 확장시키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요즘엔...
건축과 미술쪽에 관심이 생겨서
시간만 나면 학원 인테리어를 내 손으로 직접하고,.
오브제들을 구입하고
C3 같은 건축잡지를 구독하면서
미술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기회가 되면 학위과정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하지만 중요한건
아무리 섭렵하더라도,
뿌리는 튼튼해야 한다는거야.
나의 뿌리는
교육이니까.
레슨 포 케이아트라는
교육과 사업에 매진하고 있지.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나는 비평이 내 뿌리고 척추야.
그 뿌리는 평생 놓지 않을꺼야.
비평과 에세이. 소통이되는 글쓰기를 통해
감동을 주는 작가의 꿈.
그건 절대로 바뀌지 않는
나의 평생 목표지.
연기도 마찬가지.
너무 연기만을 고집하지마라.
어차피 연극에서
연기나 연출이나
크게봐선 하나야.
연극판에서 그런 경계가 어딨어?
그냥 다 하는거지.
서울예대는
연기과도 좋지만
수시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잖아?
근데 사실
서울예대의 전통은
연극과에 있어.
오태석 석좌교수같은 훌륭한 교수진도 연극과고.
연극과에서 연출을 전공하거나
무대미술이나, 조명이나 의상이나
작곡이나
국악이나...
너희들의 강력한 전공분야를 대학에서 배우면서
연기를 추구하면
얼마나 멋질까?
근데 살아보니
자기 전공이 뚜렷하면서
연기를 하는것도 참 멋지더라.
조명전문가로 여기저기 조명도와주면서 연기하고
무대를 꾸미면서 또 연기하고
그런거지.
연기를 꼭 전공해야 할까?
아니면 크게 봐서 연극을 전공하면서,
조명이나 의상이나 무대나 예술경영이나...
자기 전문분야를 추구하면서
연기를 접목시키는것도 좋을 것 같아.
등등...
내가 보기에
문예창작 자체를 대학에서 전공하기보다는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예술학교에 지원은 하되,
글쓰기만이 아닌
다른 전공을 중심으로 전공하면서
글쓰기를 평생 해나가는건 어떨까?
반대로 연출을 전공하면서 극작을 공부해도 좋고
영화를 공부하면서 극작을 공부해도 좋고
극작을 공부하면서 영화연출을 공부해도 좋고...
무대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글쓰고,
극작을 전공하면서 연출을 공부하고,
영화를 전공하면서 작곡을 공부하고
작곡을 전공하면서 무용을 공부하고
......
피터 드러커는
몇년마다 한번씩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를 바꾼다고 하잖아?
몇년 터울로 전혀 새로운 전공에 도전하는 일을
평생 해오고 있는거지.
사실 연극이나 연출이나 극작이나 연기나...
이 정도는 하나의 나와바리라고 보면 돼.
그 사이에선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거야.
그러면 영화쪽을 함께 공부해보는게 어때?
영화전공이라면 연기를 함께 공부하고...
이런 공부를
융합 convergence 이라고 하고.
오늘날 전세계적 예술교육의
트렌드지.
모든 세계적인 예술교육들은 전부 이 융합을 향해 가고 있다고.
이런 융합적인 사고.
융합적인 공부를 하기엔
한예종이 정말 좋아.
아무튼
좀 더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지자고.
그래서 우리 학원에선
유학과정을 만들고 있어.
한예종 입시를 끝낸 학생들이 프랑스나 일본이나 미국등으로 유학을 가는 것까지 준비시켜주는 시스템이지.
내가 제일 한심하게 생각하는게
한국적 예술론이야.
뭐냐면,
연극쟁이들의 고집.
변화를 두려워하는 고집스런 정체성.
그런데 보통 고집피우면...사실주의를 고집하거든. 그게 아니면 연극도 아니라고 하고...
그래서 한국연극이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한 면도 많아.
암튼.
융합적인 사고를 하기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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