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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 쪽을 가르치면서
내가 명심하고 있는 사실이자
우리 레슨 포 케이아트의 가장 중요한 철학중의 하나가
주입식교육을 증오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증오한다.
오늘 어떤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영화보고 분석하는 글을 어떻게 쓰나요?"
그 질문을 받고
내가 가르치고 있는 방식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때 어떻게 대답했을까?
내 대답은
"일단 써와"
였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참 잘하고 있는거다.
나는
학생에게
한예종 들어가려면 이런식으로 해야한다.
라고 먼저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게되면
반드시
학생의 것
학생의 색깔
학생의 매력이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한예종 입시의 생명은
개성이다.
각자만의 매력과 스타일이다.
그래서 한예종 학교에선 과외와 레슨을 싫어하는 것이다.
학생을 획일적으로 만드니까
그건 예술과도 상극이며
한예종이 원하는 입학생과는 가장 반대점에 있는 학생이니까.
그러니
인위적이면 무조건 떨어진다.
가만 있어도 될것을
잘못 지도받아서 떨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고백하건데
나도 그런 실수를 숱하게 했다.
그런 실수를 겪으면서
점점 더 정교해진 것이다.
학생의 것.
투박한 것.
조금 못난 것.
허술한 것의 매력을.
솔직함과 당당함과 정직함과 실력을 보이는 것 사이의 묘한 경계를
깨닫게 된 것이다.
너는
절대로 인위적이면 안된다.
특히
면접 때나 필기고사 때
모르는 것
잘 모르는 것
확실하게 모르는 것을
합격하기 위해 뭔가 있어 보여야될거라 생각해서
과대포장하고
거짓으로 말하고
자신의 경력이나
자신에 대해
과대화해서 말하는 것.
일부러 지식이 많은 것 처럼 보이는 것은
분명히 말한다.
정말 정말 교수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이다.
나도
이런 사실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알게된 것이다.
내가 정말 많이 준비시킨 학생은 이런 이유로 떨어지고
좀 힘을 빼고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로 존중해주고 나는 살짝 살짝 허술한대로 길만 열어준 학생이
무더기로 붙는 것을 경험하면서
배운 것이다.
경직은 독이다.
굳으면 지는거다.
거짓도 들통난다.
그래서
레슨 포 케이아트에선
연기도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 마디를 해도
자신의 말을 하도록 지도하며
스토리를 가르칠때도
절대로
어떤 가이드라인을 먼저 주지 않는다.
그저 학생이
써온 스토리, 학생의 생각이 듬뿍 담긴 학생의 것을 먼저 써오고
그 스토리.
그 학생의 것이
좀 더 발전되고
좀 더 학생의 의도대로
정확히 표현될 수 있도록
도울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레슨은
어떤 면에선
그저 여러분을 돕기만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가르쳐주는것이 아니라
도와준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것으로 입시를 해야만 한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것으로 가져가야 한다.
나는
그것이 보다 더 의도한대로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확장시켜주고
깨우쳐주고
자극시켜주고
가능성들을 열어줄 뿐인 것이다.
그래서 연기에서 그렇게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스토리를
어떻게 쓰라라고 먼저 가르치는대신
먼저 아무렇게나 글을 써오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예술은
가르칠 수 없다.
가르쳐서도 안되며
더더욱 한예종 입시에선 획일화는 죽음이다.
예술은
열어주고
길을 터주고
확장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을 가르치는 선생은
그저
문지기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
그걸로 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