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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한예종 영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한예종영화과 면접, 한예종영화자소서)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4. 1. 22. 01:22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 신경림 / 파장 中
오늘 이 한 구절의 싯귀가 내 마음을 적셨다.
그래. 나도 못난 놈이다.
잘난게 뭐가 있겠나?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겠나? 그냥 작은 삶. 주어진 삶의 조건 속에서 싸워가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있는 주제지 뭐.
일종의 키보드 워리어라 보면 된다. 많이 찌질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비겁하기도 하고...그렇다. 솔직히. 연애하면 차이기나 하고.
너희들은 어떠냐?
우리는 예술에 대해 너무 심하게 오해한다.
예술이 억울해 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예술은 이상하게 변질되어 있다.
내가 운영하는 학원들은 전부 강남 신사에 몰려있는데
좀만 올라가 학동사거리 지나 청담쪽으로 진입하면
건물들 인테리어가 장난아니다.
최신 트렌드로서 예술미학이 어떻게 수입되어오고,탄생되고, 유래되고, 계승되는지는
청담동 거리, 압구정 거리를 걸어다녀보면 잘 알 수 있다.
트렌드 말이다.
예술하면 뉴욕인데, 그게 이상하게 뉴요커라는 말과 함께
스타벅스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미국문화의 일부 가벼운 트렌드만이
한국 예술적 미학의 최신 트레드로
편향된 미적감각으로 수입되어 들어온 듯 하다.
즉.
예술 = 상류층 = 명품 = 귀족문화 = 허세 = 비쌈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선 예술이
부자. 특히 부자의 딸. 그 부자의 딸이 시집 잘가기 위해서 신부수업 받는
일종의 사치로 둔갑되어 있다.
예를들어
음악의 경우엔 확실히 그렇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성은 거의 완전히 무너져 있고,
대학에서의 음악교육은 대부분 부자들 그들만의 리그로
가르치는 판, 배우는 판이 뚜렷하다.
예중-예고-또 예술대학...
무언가 못난 놈들이
클래식에 대한 열정과 관심 하나로
그 세계에 진입하기엔
무언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해져 버렸다.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히,연극의 경우를 보면
그리스시대 꽃피운 클래식이
중세를 거쳐 종교의 영향 아래
귀족층에 편입되거나 ----> 르네상스 이후 오페라 등의 예술장르로 발전
아니면 서민들의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민중극의 형식으로 발전된다 ----> 몰리에르의 꼼메디아 델라드떼 등
그러나 우리나라 예술교육이나 대학에서의 수업은
너무 정형화된
서양의 공식적 예술사 만을 수입해와서
상대적으로 민중극, 민중예술.
즉. 못난 놈들에 대한 역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빛나는 민중예술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소리, 사물놀이, 탈춤, 여러가지 연희들
상당부분
천재, 귀족, 왕실의 예술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못난 이들의 놀이에서
계승된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오늘날의 영화를 생각해봐도
과연
헐리우드식 자본구조를 통해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와 경쟁해서
우리나라 영화들이 블록버스터로 나가고 있는지를 볼때
그렇지가 않다.
비교적 작은 시장에서 세계화를 꿈꿀 때
우리나라의 영화는
헐리우드에 비해
보다
못나고
독특하고
디테일한
소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 중 영화제를 휩쓰는 감독들이
예를들어, 이창동이나, 김기덕이나, 홍상수 등은
특히 디테일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굳이 분류하자면, 못난 이들에 주목하는 경향이 매우 짙은 감독들이다.
봉준호, 박찬욱 역시
국내에서는 꽤 큰 영화를 찍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마찬가지로 독특한 개성과 디테일에 집중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영화를 시작한다면
헐리우드와는 다른 접근과 성공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입시를 하다보면
학생들이
자신의 '못남'에 대해 많이 두려워하는 걸 본다.
면접을 망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교수가 원하는 대답을 하려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대답을 꾸미는 경우다.
이때 교수는
그 대답과 학생의 수준이 차이가 있다고 판단.
실력이 아닌
인성에 신뢰를 잃어버려서
탈락시키게 된다.
왜 꾸미려고 할까?
나의 '못남'을 보여주는게 싫기 때문이다.
못남은
예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멋지고
잘났고
허세부리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예술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부족하고
연약하기만 한
내 내면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는거다.
친구야.
면접 잘 하는 방법
비결을 알려줄께.
면접을 잘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주면 된다.
진정성이란
어떤 인식이다.
진정성은 확신에 근거한다.
진정성은
남에 대한 믿음이 절대 아니다.
진정성은
무조건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니까
면접을 잘하기 위해선
의외로
교수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의 문제.
전공에 대한 어떤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지식의 문제.
얼마나 매력있고, 잘생기고, 말을 화려하게 잘 하는지의 문제.
등의
외적인 문제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나 자신과의 문제에서
모든게 결판난다는 거다.
나 자신에게 믿음이 있고, 신뢰가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전부 다
너의 개성,
예술적 소재,
매력
그리고 합격의 근거가
된다.
왜냐고?
예술은
못난 놈들의 놀이 거든.
현대예술은
완벽하게
천재들의 것에서
대중들의 것
예술가의 것에서
보통 사람들의 것으로
확장, 증폭된다.
너의 찌질함이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면
공감의 소재.
대중과의 친밀성을 유도하는
강력한 매력이
되는 것이다.
멀리 볼 것 없이
홍상수의 영화를 생각해보면 된다.
찌질함의 정서도
관점에 따라 리얼리티의 또다른 얼굴이 된다.
면접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너의 것에 대한
너 자신의 논리와, 믿음과 신뢰가
확고해야 한다.
확고한 학생의 한마디는
힘이 있다.
왜 예술 하려 하나? 왜 영화하려 하나? 왜 연극하려 하나?
한예종 영화과 면접장에서
또는 한예종 극작과 면접이나 연출과 면접이나 방영과, 영상이론, 예술경영 그 어떤 과든
면접에서
화려한 말.
엄청난 실적.
전공에 대한 탁월한 실적.
그런 것들로
합격했다는 건
난 본 적이 없다.
탁월한 실적이 필요없다는게 아니라
탁월한 것도 매력포인트고
찌질한 것도 매력포인트가 될 수 있는
가치중립적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가치는 어디서 생산되는가?
자신에 대한 믿음.
확고한 신념.
그리고 뚜렷한 인식에서
근거한
말들에서
생산되는 것 아니겠는가?
잘나서 잘하는거 아니다.
못났다면
오히려
예술을 하기엔
적합한 면이 있다.
못나서 잘하게 될 수도 있는게
예술말고 더 있겠나?
장관이 못나서야 장관 하겠나?
경영자가 찌질하고 못나서 우수한 경영하겠나?
무조건 탁월해야 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찌질함 속에서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유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김지운 감독의 자서전 한번 읽어봐라. 정말 재미있다.
거기보면
학교도 중퇴하고, 백수의 끝을 살다가
하도 주변에서 괴롭혀서
도저히 안되겠다 하면서 글 좀 만지작 거려서
응모한 시나리오가 그의 첫작품 조용한 가족이고
이후
놀듯이 영화찍으며
지금의 김지운이 되었다는 생생한 증언이 나온다.
예술은 노는거다.
슬슬 좀 병신같이 살면서 해도 된다^^
너의 찌질함, 너의 연약함,너의 편집증, 너의 외로움, 너의 상처, 너의 빈약함,너의 줏대없음, 너의 실패, 너의 컴플렉스, 너의 우울증, 너의 좌절, 너의 증오, 너의 분노, 너의 허무함...
그 모든 밑바닥에서
숭고한 예술미학을
건져 올려보자.
단.
어떤 그런 가치를 끄집어 올리기 위해선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과 확고한 인식은
무조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자.
찌질해 질 자유.
그럴 자유가 있기에
예술 하는거 아니냐?
다시 한번 신경림 시인의 표현을 반복해보자.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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