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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정돈이 안되었을 때about, intheatre 2021. 6. 10. 17:39
20대의 삶에서 정돈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돈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정돈되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
지금도 정돈되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꽤 정신차리고 살고 있는 편이지만
나의 20대때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였다.
그런 혼돈의 시기가 30대 중반까지 갔으니 오죽했겠나.
대학원수업을 들을때 내가 안톤 체홉의 예술세계에 대해 같은 대학원생한테 이야기했더니
나보고 현실세계에서 좀 사세요 라는 조언을 들었던거나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봉사하러가서 만난 음악하는 누나에게 한예종도 가고 큰 입시학원도 운영해보고 싶다라고 했을때
역시 정신 좀 차리란 조언을 들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학생들을보면
그런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크건 작건 보게된다.
보수적 사회구조는
그런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매우 싫어한다.
거의 경멸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한다.
여러분이 아르바이트하러가서 조금이라도 정돈안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곧바로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즉 사회는 너무 지나치게 완성형을 원한다.
특히 한국사회는 더욱 그렇다.
미완성을 용납하지않는다.
축구선수를 예로들자.
어렸을때 즉시전력감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손흥민처럼 기본기만 익히고 좀 늦게 시합뛰어도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포츠는 어린나이부터 즉시전력감을 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린나이에 영화를 많이 찍어보거나 공연을 많이해보는게 그렇게 좋은거라고 생각하지않는다.
오히려 여러 경험이나
관찰이나
무언가 뒤죽박죽된 인생 그 자체가
창작에 진짜 필요한 재료들이다.
내가 장담할 수 있는건
'모든 혼란은 언젠가는 정리된다' 이다.
그래서 어린나이에 정돈되는건
사회에 잘 규격화된 인간으로 만들어질 수는 있겠으나
너무 소품형인간에 머문다.
나는 적어도 20대엔
내내
혼돈스러운게
내내
정돈된거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기에.
사람이 정돈안되어 있는 학생을보면
싫은게 아니라 반갑다.
오히려 20대의 학생이 너무 정돈되어 있고 너무 확신에 차있고 너무 깔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학생을 보면
조금 무섭다.
어쩌면 너무 빨리 사회에 맞춰 순응해버리느라
자신의 날 것인 그 소중한 재료들을
채 싹이 피어나기도 전에
냉정하게 잘라내어 버린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슬프다.
너무 빨리 갈 길을 찾는 것도
너무 확신에 찬 것도
너무 단정한 것도
너무 절제된 것도
그냥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모든 혼란은 반드시 정리된다.
그 시기가 빠를수도 있고 늦을수도 있지만
나의 모든 뒤죽박죽된 생각과 환경들이
정리될때
생각보다 거대한 스케일로 보상이 돌아오게 될수도 있다.
그렇게 크게 성장하고 난 다음엔
내가 어릴때 나의 혼돈을 조롱했던 사람들을
거대한 스케일의 삶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삶으로
압도할 날이 올거다.
반드시 정리된다.
정리하는게 아니다.
정리하려 하지마라.
정리하는 것과 정리되는 건 다르다.
의식적으로 정리하려고 애를 쓸 필요없다.
반드시 정리된다.
누구의 도움도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정리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혼란은
성장의
모태와 같다.
성장은 성공의 더 정확하고 더 진실하며 더 본질적인 또 다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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