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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을 찾는 두가지 원칙 (서울예대 영화과 연출전공, 서울예대 방영과 편집전공, 음향전공, 한예종 최다 합격, 한예종 교수, 한예종 출신,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예종 전문사, 예종 영..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4. 10. 4. 18:37
보통 공연이나 연기경험을 통해 연극을 좋아하게 되는데
나는 희곡텍스트에서 연극을 시작하게 된 독특한 케이스다.
한양대 들어갈때도 내가 희곡텍스트를 좋아하고, 문학적 재능이 있음을 많이 어필했던것 같고
한예종 들어갈때도 그랬으니까...
말하자면 나는 연영과 중에서도 정말 특이한 케이스인거다.
텍스트에서 공연으로 다시 공연에서 연기와 비평으로 계속 관심의 영역을 확대해 나갔으니까...
보통 연극이라 할때
대부분의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사실, 제대로 된 연극이 아니다.
오히려 그건 웃찾사 개그콘서트와 비슷한거다. (그런 저질 연극들이 요란하기에 접근하기도 쉽다. 그러나 진짜 좋은 공연은 요란하지 않고, 공을 들여서 찾아야 한다)
음악도
와인도
여행도
한 분야를 깊이있게 들어가고, 애정을 쏟아야 진짜가 보이듯이
연극도 마찬가지다.
공부하지 않고, 애정을 쏟지 않으면
가장 흔하게는, 웃찾사 개그콘서트 수준의 공연을 연극이라 착각하며 평생살거나.
더 안타깝게는, 일년에 수십편씩의 공연을 쫓아다니며 보지만
통찰하며 보지않으면
그저 동호인 수준, 배우 누가 좋아서 따라다니는 수준, 그냥 좋긴한데 무엇이 좋은지는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수준에 머무르기가 쉽다.
사실,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연극의 진짜 정수를 제대로 만끽하며 사는 사람은 흔치않다.
그런면에서
내가 비평과 평론을 전공하면서
공연을 보는 눈과 깊이를 전문적으로 지도받을 기회를 가진 것. 내 평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연극을 사랑한다.
평생 무대 곁을 서성이고 싶다.
꼭 무대위에 서서 화려한 조명을 받지 않더라도
그 곁을 서성이는 삶도 좋다.
공연 끝나고 마시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연의 공기.
공연 끝나고 두리번두리번 기웃거리기.
공연 끝나고 나누는 대화...
특히 더 매력적인 것은,
공연을 직접 하고나서
대학로 한 구석에 신문지 깔고 통닭먹으며 고생한 것을 서로 격려하는 그 시간.
(주로 으쌰으쌰 + 기분나뻤던 것 서로 까기 + 연애초기의 탐색 + 우정과 의리에 대한 선언? 등)
생각만 해도 그 기쁨과 순수함과 그 철없음과 그 객기와 그 패기와 그 의리가
그립다.
행복하다.
무대는 위에 올라가는 것도, 위에 올라가는 사람을 지도하거나 돕는 것도, 아니면 그 곁을 서성이는 것도 다 매력적이다.
나는 뮤지컬 공연을 통해 무대에도 서봤고
(객석을 내려다볼때의 설레임이 있다. 저 구석에 코 파고있는 단 한명의 관객도 다 눈에 들어온다. 신기하게도)
연출도 해봤고
그리고 비평한답시고 무대 곁을 서성거려보기도 했다.
그 모두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면 좋은 연극
진짜 제대로 된 연극
공연은 무엇일까?
우선, 연극, 공연의 진짜 재미를 맛보려면
1.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인지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이거다.
"니가 직접 경험해 본 공연"
이번에 라디오헤드가 내한한다고 하는데
나는 음악중에 연극적 감성과 가장 비슷한 음악이 라디오헤드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 묘한 정서가 있다.
분명히 연극적 정서란 것이 있다.
정겹고
개인적이고, 불안하고, 섬세하고, 떨리고, 예민하고, 상처받기 쉽고, 매력적이고, 따뜻하고, 연약하고...
때론 강렬하고, 자극적이고,
천천히 취기가 오르는 마성같은 것.
그런걸 연극적 정서라고 한다면
라디오헤드 음악은 묘하게 연극적 정서와 어울린다.
내가 참여한 공연이
내겐 제일 좋은 공연이다.
그리고 내가 연출을 하면
흔히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브릿지로 넣곤 했다.
나는 그런 연극을 좋아한다.
작고,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꿈과, 사랑과, 좌절과, 욕망을 무대위에 펼치는 이야기.
한마디로 안톤 체홉을 제일 좋아한다.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가?
라디오헤드의 음악과 연극이라...
뭐, 이건 개인적인 경험이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건,
네게 이런 감성이 있냐는 것이다.
연극이라면 떠오르는 어떤 그리움이나, 정겨움이나, 가슴 설레임이 있냐는 것이다.
그런 설레임이 연극와 영화, 예술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연극영화과를 가는거다.
죽기전에 꼭 해봐야 할 경험 중 하나가
무대를 경험하는 것.
공연을 만드는 프로덕션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하는 것이니까.
그게 한예종이라면 정말 좋겠지...
나는 한예종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
역시 공연에 참여했을 때였다.
그리고
매일 수업이 끝나면 지하극장에서 올려지는 학생들의 공연을 보는 것.
생각만해도 너무나 행복했다.
신기하게도
나는 비평을 하면서 1년에 100편이 넘는 공연을 본적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들은
대부분 한예종 지하에서 이십몇명 둘러앉아 함께 봤던
학생들의 공연들이었다.
연극은 절대적 예술이 아니다.
연극은 상대적 예술이다.
왜냐하면
연극은 완성품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완성품으로서 평가하기보단
공연에서 빈틈이 보이면
그 빈틈을 너의 경험과
너의 삶과
너의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럴때 진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지.
연극은 말하자면 프라모델 같은거야.
프라모델 처음 사면 판대기 세개 들어있잖아? 본드하고.
그걸 이러저리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다보면
전함도 되고, 탱크도 되고, 건담도 되는거지.
연극은 네가 참여할 때 궁극적으로 완성되는거야.
그래서 연극의 완성은
무대위에서 이뤄지는게 아니야.
공연을 보고나서
뒤돌아서서 나가는 네 걸음속에서
네 생각속에서
네 마음속에서
천천히 완성되는거지.
그래서 내 평생 기억에 남는 정말 좋은 공연들은
대부분
처음 보고나서 완성되는게 아니라
그 여운이 길어서
몇개월이 지나도록 그 여운이 남는 그런 공연.
나중에서야 깨달아지며 더욱 사랑하게 되는 그런 공연이었어.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이냐...
내 생각은 이거야.
네가 참여한 공연이라면 그게 제일 좋은 공연이야.
그리고
네 마음속에서 그 빈틈을 채울 수 있다면
어떤 공연이라도 아름다운 공연이 될 수 있겠지.
아무리 허술한 학교실습으로 올려지는 작은 공연이라 할지라도
네가 네 마음속에서 그 허술함, 빈틈을 메울 수만 있다면
그 공연이 제일 아름다운 공연 아닐까?
혹시 네가 아직 공연 프로덕션에 참여해보지 않았다면
내가 이것 한가지는 약속할께.
네가 공연을 제작하는 걸 제대로 경험하기만 한다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되는거라고.
공연을 직접 경험하는 것 만큼 중독성있고 짜릿한 것도
때론 징하게 힘들고,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이라 할지라도 ^^
뒤돌아서면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게, 공연경험이거든.
도전하고 싶다.
그 길에 한번 들어서보지 않을래?
이 글을 읽고 있는 정도의 관심이라면 말이야.
2. 통찰력있는 공연을 찾아라
정말 좋은 공연이 무엇인가...
네 마음속에서 완성하는 공연, 네가 참여한 공연이 제일 좋은 공연이라고 했지?
두번째는
좋은 공연이란, 통찰이 있는 공연이지.
그런데 참고로 말하자면
대학로에서 항상 하는 공연치고 좋은 공연 별로 없어.
진짜 좋은 공연은 잠깐 해.
한 며칠.
그리고
다신 안해 !!!
단종된다고 ^^
그래서 진짜 통찰력있는 공연을 맛보려면
정보가 많이 필요하고,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해.
힌트하나주면,
극장빨을 많이 받는게 공연이야.
주로 유명한 극장에선, 엄격하게 공연을 선정하고 레파토리를 많은 자문을 거쳐 선정하기 때문에
왠만해선 괜찮은 공연을 많이하는 편이야.
특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LG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은 거의 대부분 괜찮아.
그리고 대부분의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같은) 그런 대형뮤지컬도 기본적 돈값은 하는 편이야.
즉,
극장을 잘 찾아다니거나, 아니면 아주 유명한 명작 반열에 오른 뮤지컬을 제 돈 내고 보면 뭐 크게 망하지는 않는단거지.
길게 이야기할 필요없이
한 편의 연극으로
좋은 연극이 뭔지 정리해줄께.
바로 이 공연이 좋은 공연이야.
서재형 연출의 더 코러스 : 오이디푸스 야.
난 개인적으로 이 공연이 통찰력있는 공연으로 충분한 사례가 된다고 봐.
물론 난 무려 이 공연보다도 더 좋다고 생각하는 보석같은 공연들을 너무 많이 봐왔지 (야끼니꾸 드래곤, 민다우가스의 바냐아저씨, 루크 퍼시벌의 세일즈맨의 죽음, 레프 도진의 갈매기....레전드 반열에 오른 공연도 많이 봤지)
이 공연은 통찰력있는 공연이야.
통찰력이란
흔히들 생각하기에 뭔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연극에서의 통찰력이란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라고 봐.
작은 생각의 차이.
그게 결국 연극의 가장 중요한 통찰인거지.
자.
서재형 연출가가 이 공연을 통해 어떤 혁신, 어떤 통찰을 보여줬을까?LG 아트센터라고 하면
진짜 비싼 극장이거든.
거기 객석은 장난아니야.
그런데 이 멋진 연출가가
그 객석을 몽땅 사서,
공연내내 텅 비워.
1층, 2층 전부다.
그리고
무대위에 덧마루를 설치해
거기에 둥그렇게 원형극장을 만들어 관객들을 앉혀.
거대한 객석은 싹 다 비워두고.
어때?
완전 멋있지?
왜 비웠을까?
단 한 씬을 위해서 !!!!
그리스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누가 뭐래도 마지막 장면이겠지.
모든 운명을 깨닫고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운명앞에 나약한 인간의 실존을 울부짖는 그 장면 !
그래!
그 단, 한 장면을 위해서!
그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객석을 텅 비운거야.
공연이 끝나기 전 5분.
마침내 숨겨졌던 문이 열리고
텅빈 객석위로
한줄기 빛이 떨어져.
그리고
텅 빈 객석을 오르는 오이디푸스.
'졸라' 멋지지 않아?
쩔지 않아?
이런게 통찰이야.
이 설정하나로
연출자의 말대로
'한 외로운 인간, 오이디푸스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라는 멋진 말이 입증되는거야.
그리고
더 넓게는,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우리는 단지 극적 방관자가 아니라
우리 삶 깊숙히 파고드는 실존적 오이디푸스를 경험하게 되는거지.
정말 많은 인문학적 통찰들을
서재형 연출의 이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거지.
착각하지마. 화려한 설정, 뭔가 덕지덕지 붙인 공연, 많은 시도가 남발된 공연이 좋은 공연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스펙타클을 극적 요소 중 가장 하등한 것으로 봤듯이,
연극에선 누가 뭐해도 통찰과 성찰이 맛이야.
이런 공연을 찾아내면 뭐, 빙고지 뭐.
뭐 많아. 이런 예는.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중에 리투아니아의 연출가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는
예를들면 이런 식이야.
햄릿의 불안.
이러면 보통 대화로 풀잖아? 그리고 내면적 연기로 전달하고 뭐 그런게 일반적인데
네크로슈스는 이런식이지.
드라이아이스 위에 벌거벗고 선 햄릿.
그리고 가슴에 얼음덩어리를 안고 있다.
햄릿의 심리와 내면의 텍스트를
외면적, 물질적 오브제를 통해 전경화하는 거지.
공연이 3시간 내내 이런 상징과 오브제와 연극언어로 가득차있어.
그런걸 찾아내고 즐기는거지.
연극언어.
객석위로 거대한 톱니바퀴가 매달려있어.
불안해.
관객들 머리 위에서 돌고 있는 톱니바퀴가 주는 그 불안함.
그게 햄릿의 지배적 정서란거지.
이런 통찰.
이런 재미.
이런 깊이를 맛보게 되면
공연예술에 흠뻑 빠져들게 될꺼야.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해, 잊혀져가는 쓸쓸한 것들과 그 가치에 대해 아름답게 풀어낸 야끼니꾸 드래곤도 기억에 깊이 깊이 깊이 남아있고...
연출자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그저 그 시간 그들과 함께 했음이 가슴 설레였던 한예종 소극장에서 학생들이 올린 그 어떤 공연도 내 마음 속에선 지금도 흐르고 있는거지...
또, 세계적인 연출자와 함께 직접 프로덕션에 참여해 공연 올렸던 공연도
도서관에서 대본 찾아가며 골랐던 작품이 실제 무대에 올랐을때의 기쁨도...모두가.
자. 정리하자.
좋은 연극이 뭐냐?
첫번째는 네 마음속에서 완성되는 연극
두번째는 통찰력있는 연극이라고 했지?
그리고 하나만 더 팁을 줄께.
연극을 제대로 맛보려면
텍스트를 모르면 안돼.
텍스트에 대한 너만의 추억, 너만의 길들이기, 너만의 함께걷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공연도 반쪽짜리일뿐.
공연에 앞서 먼저
체홉의 갈매기를 읽고, 니나의 방황과 선택과 성숙과 때론 좌절과...뜨레블레프의 사랑과, 도른의 책임과, 뜨리고린의 유랑....그리고 그 인물들의 엇갈림과 여백과 만나지못하는 평행선을 먼저 맛봐야 돼.
벚꽃동산도 그렇고...세자매의 뚜젠바흐가 마지막 결투를 앞두고 던지고 간 대사의 상징과 여운도 맛보고...그들의 좌절에 가슴 아파도 해보고...그 속에 숨겨진 인간에 대한 통찰도 맛보고.
뭐 많지...청계천 상가 한귀퉁이에 수십박스씩 쌓여있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처럼...발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밀려난 사람들. 변화에 굼뜬 사람들을 향한 성찰이 가득 담긴, 그리고 그걸 플레이백이라는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낸 현대적 비극을 창조한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든지...유진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 또는, 내가 좋아하는 안토니오 부에로 바에호의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라든지, 어느 계단이야기...이 모든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서
먼저 네가 해야 될 작업이 있어.
먼저 네 스스로 이 작품 들 속에서 찾아내는 훈련이라 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결국 내가 걸어온 길이 의도치 않게 옳았어.
먼저 텍스트를 맛볼 줄 알아야되는거야.
다음에 무대위를, 그다음은 무대를 이끄는 경험을, 그 다음엔 무대를 서성이는 법도 배우고...
지금은 나도 방황중이다.
학생을 가르치다보니까
이젠 이 일이 주가 되어버려서
연극과 너무 멀어져버린 내가 가끔 허무하게 느껴질때가 있다.난 꿈이 하나 있는데,
올해. 늦어도 내년엔 이룰꺼야.
강남에 소극장 하나를 인수해서
거기서 오천원짜리 공연을 일주일에 세번씩 올리고 싶어.
열몇명의 관객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
그리고 그 극장에서
연기도 가르치고 (우리 레슨 포 케이아트 연기반이 실적이나 교수진이 대단하잖아? 국내최고수준이니까)
그리고 거기서 영화도 틀고.
멋지지?
그래서 난 지금처럼 괜찮은 빌딩의 한층을 쓰는 것보단
냄새나고 쾌쾌한 극장이 더 좋은걸 어떡하냔 말이다.www.lesson4ka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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