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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물성 (한예종 워크숍, 한예종 포트폴리오, 한예종 특별전형준비, 자격, 요건, 특성, 자소서, 면접)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4. 9. 17. 18:12
현대예술에서 아주 중요한 단어가 있다.
'물성'이란 단어이다.
건축이 되면 물성은, 소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질감을 직접적으로 노출한다는 말이된다.
건물의 외벽을 특별한 마감없이 그대로 노출시켜 독특한 질감을 드러낸 한예종 신축교사 (그 해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수상함) 가 대표적이다.
또한 연극분야에 '물성'이란 즉물성이란 말과 연결이 되어
배우의 육체. 그리고 관객과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소통으로 확장된다.
LG아트센터에서 수차례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충격을 보여준 리투아니아 연출가,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나도 현장에서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의 공연을 봤는데
예를들면 <햄릿>을 연출할때
주인공 햄릿의 심리상태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내적갈등, 복수심, 그 모두를) 를
배우의 연기와 대사를 통해 한 단계 걸러서 표현하지 않고
주인공 햄릿 역의 배우가
벌거벗고 무대위에 나와
드라이아이스처럼 휘발성있는 거대한 얼음위에 올라가
벌거벗고 얼음을 안고 나타난다.
그리고 숙부 클로디어스와 어머니 의 애정행각을 지켜보던 햄릿은
안고있던 얼음을
바닥에 내리쳐 깨버린다 !!
나는 당시 평론가협회에 있어서 제일 앞줄에서 공연을 봤는데
날아온 얼음 파편이 얼굴에 부딪혀 따끔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런게 공연예술에서 말하는 즉물성이다.
물성이건, 즉물성이건
현대적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물성'이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믿겠는가?
교육은 즉물적이다.
흔히 부모들이 착각하는게
연극에서 배우가 연기와 대사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듯
부모의 가르침을 통해
아이가 영향을 받을거라고 착각하지만
권위있는 학술지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 대화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나머지는 모두 제스추어나, 얼굴근육의 긴장정도등등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93%를 차지한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먹고 자라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즉물적으로 받아들이고, 자라난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게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범주를 말하는거다.
아이를 속일 수 없고
부모의 삶 전체가
통시적으로
아이에게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이 중요하다.
부모의 삶이 올바르고,
부모가 항상 예술을 가까이하고
예술을 진심으로 즐기고
부모의 화장실 선반위에는 언제나 읽다만 책이 놓여있고
부모 자체가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즐길줄 알고
그런 전인격적인 삶의 모습이
그대로
마치 현대건축에서 소재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드러나듯
부모 삶의 파편이
부모의 물성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아이를 찌르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 배우는게 아니다.
우리는
모든 요소를 통합해서
배운다.
나는 한예종에서 수업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 모든걸 통해 다 배운 것 같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지도를 통해 배운것도 많았지만
오히려
진짜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사람들의 삶. 그 자체였다.
석관역에서 내리면
나를 반기는 가늘고 긴 떡뽁이와 만두세트.
이 놈을 얼마나 많이 사먹었는지 모른다.
석관역 주변의 고가도로
그리고 그 고가도로 아래에 있는 해병대전우회 컨테이너박스
그리고
한예종을 가는 길 양 옆에 피자가게는 총 3개
나는 그중에서도 딕시랜드? 라는 생소한 이름의 피자가게를 좋아했다.
그리고 한예종 들어가는 어귀에 있는
이른바 방석집.
촌스런 간판의 성냥갑같은 풍속업소에 길게 드러워진 발
너머
젊은 여자가 지나다니면
숨죽여 보곤 했던 거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그리고
한예종 들어가는 의릉 근처에있는
작은 수퍼와
울랄라 빈대떡 집과
그리고 그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넌닝구만 입고
팔뚝엔 문신한 할아버지들이
고스톱을 치고 계신 거다.
소주 한잔에 훈제오징어를 뜯으면서.
이런 풍경을 보면서
참 많은 걸 느꼈던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
삶의 대부분은 고루하고
지루하고
일상적인데
그 속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뿔을
냉큼 건져올려
무대 위에 풀어놓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공연 <빨래>의 무대가 되는
석관동 옥탑방과 주변의 풍경들이
나는 너무 익숙하다.
내가 4년넘게 살았던 바로 그 집이기 때문이다.
월세 18만원짜리 바로 그 옥탑방을
난 사랑한다.
<빨래>같은 좋은 작품이
즉물적으로 삶을 드러내
즉물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객석을 가득 채우는 빨래비누방울과, 빨래 향...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진짜 소통의 자유...
길고 긴 언덕을 올라
한예종에 도달하면
처녀3명이 빠져죽어있다는 소문도 흉흉한 우물을 바라보고
저속에 빠져죽었다는 처녀의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다.
유명한 극작가 선생님이 한예종에 강의를 왔는데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한예종은
들어오면
뭔가 영적인 느낌이 매우 신끼가 있다고 중얼거리셨다.
무언가 터 자체가 음기가 강하고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영적인 기운이
무속적으로 볼때
신끼가 있다고
음험하다고 말하시곤 했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한예종의 신축교사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도 좋았다.
특히 외벽을 좋아했다.
콘크리트와 각종 배선을 그대로 노출한 외관.
그리고
영상원과 연극원이 ㄴ 자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
중극장에서 연극원을 거쳐 영상원을 지나며
또, 평소엔 개방하지 않는 야외극장을 몰래 들어가
생각의 꼬리를 물곤했다.
이 모든걸
나는
즉물적으로
받아들였고
모두가
나를 살찌운 자양분이 되었다.
반드시 그러했으리라
믿는다.
세계적인 연출자 필립 쟈릴리가 내한해서 수업했을때
그 교수가 배우를 훈련시키는 모습도 지켜보고
'타이거' 그러면 호랑이의 동작을 응용한 패턴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서양인인 그 교수가
인사동을 걸을때
1초에 한번씩
'와우~ 뷰티풀!!' 오우 그레이트!!'를 연발하며
도대체 내가 보기엔 같잖지도 않은 작은 동양적 오브제 하나에도
감탄사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전세계적으로 펼쳐야 할 경쟁력의 근원이
어디에 있어야하는지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절대명제에 대해서
확신하게 되었다.
필립 쟈릴리와의 공연이 끝나고
배우 한명한명 끌어안고 눈물 흘리시던 필립 선생님과 사모님이 생각난다.
거장의 힘은
무한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 있다는 것을
세계공통의 언어가
다름아닌
휴머니즘이란 것도
배웠다.
사라 케인의 마지막 유작. <4.48 싸이코씨스>를 공연하면서도
그 처절한 정신병적 작품의 근원에는
인간이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욕망과 소망이 있었음을
몸을 통해
증명한
세계적인 거장을
나는 사랑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무생각없이
지하 상자무대나 실험극장에 기어들어가
객석 제일 끝자리에서
공연을 봤다.
내 인생 최고의 공연들 중
몇 편이
그렇게 얻어걸린 경험도 했다.
더 말하면 너무 너무 길기에
여기서 끊어야 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엔
어슬렁 거리며
배운게 많았다.
강의실에서는 성실하지 않은 낙제생에 불과했지만 (석사논문 시작도 못해서 졸업도 못한 상태)
최대한 어슬렁 거리며
즉물적으로
마음에 새겼던
그 수많은 순간들이
모두
평생 마음의 자산이 되리라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또 사랑한다.
멀리 가는것,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걸 좋아하며
그 물성에
젖는 걸 좋아한다.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르살렘에 갔을때
코카콜라 한병을 파라솔 아래서 마시는게
말하자면 신사동 퓨전바에서 와인한잔 하는 것 처럼
대단한 문화생활이었던
그들과 함께
마사이족 전통 건물 아래서
같이 먹고, 자고 마시면서 1달을 지낸 경험도
내 인생을 축복했다.
적도 하늘 아래 별이 빛나서 환한 한 밤중에
모든 별이 한 곳으로 쏟아지는 착각을 한 그날밤도
잊지못한다.
탄자니아에서의 강력한 물성의 경험은
더욱 더 강렬한 자극을 찾아
여행하게 했다.
몽골로
터키와 그리스로
그리고
캄보디아로
떠돌아다니며
또 많은 걸
몸으로 느꼈다.
이제 정리해보자.
예술을 배우고 싶다면
온몸을 통해 배우는게 맞다.
그러므로
어슬렁 거릴 줄 아는
네가 되길 바란다.
나는 예술에 있어
즉물성의 힘을 믿는다.
예술은 즉물적인 것이다.
코팅과 인코딩과 디코딩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마음에서 마음으로
몸에서 몸으로
땀에서 땀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한다면
모든 걸 통해 즉물적으로 가르치라.
누군가에게 배우겠다고 한다면
역시
모든 걸 다 보고 배우라.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네가
예술학교에 진학한다면
수업만 듣고 취직걱정이나 하면서
수업 땡 치면 바로 도망치듯 나와서 학원가는 학생이 아니길 바란다.
관찰하고
배우고
즉물적으로 배우려면
머물 줄 알아야 한다.
친구야 그거아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씬에선
영화도
숨을 죽인다는 사실을
세계적 스토리의 거장
로버트 맥키가 그런 말을 했거든.
클라이막스- 절정이란
곧
카메라 조차 숨죽이는
바로 그 장면을 축으로
모든 세상이 정지되
공전 하는
바로 그 순간
이
클라이막스다.
라고 말이야.
네가 인생을 클라이막스처럼 살려면
그만큼 많이
정지해야 해.
더 많이 숨죽이고
말하기보단 듣고
가만히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야 해.
삶이 총체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우주와 함께 공전 하려면 말이야.
머무를 줄 모르는 현대인들이
그래서 딱해.
현재에 뿌리 내리지 않은
언제나 미래를 향하는 삶.
가을의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정신병자 취급하는게 현대인의 삶이라면
그 길을
단호하게 거부하자.
어슬렁거리며
보고
듣고
냄새맡고
창작하고
관극하면서
예술 속에
젖어드는 거다.
내가 우리 학원을 통해 그런 교육을 단 한 순간이라도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대한민국에
정말 좋은 예술학교가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마음껏 돌아다녀도
돌아다닌만큼
펼쳐지는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예술의 숲
그런 학교를 꿈꾼다.
최소한 현재는, 한예종이 가장 그러한 학교의 모습에
다가서 있다고 본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는
적어도 나같이 하등한 사람에게는
벅찰만큼 크고 기이한 경험의 총체였던 것이다.
그 학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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