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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영화과 2011. 5. 3. 16:55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 Jiawei Wang)
며칠내로 연극영화과의 영원한 숙제, 스토리텔링에 대한 포스팅을 연재합니다.
스토리텔링의 기본, 참고해야 될 작가들, 스토리텔링시 버려도 될 요소들, 반자르기, 안에서 밖을 보기, 대사작성등의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구요.
그 사이에 여러분 지루하실까봐
수업시간에 나온 썩 괜찮은 글 하나 소개해 드리고 오늘 포스팅을 마칩니다.
저희 영화반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분석하는 글쓰기를 하는 수업이 있는데요. 그 수업에서 나온, 올해 20살의 한 학생이 쓴 글입니다.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듯 해서 아직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학생의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런 식의 글쓰기나 수업을 받은지 2달된 학생이니 다소 글이 투박한 면이 있습니다만, 또 그만큼 순수하기도 합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사랑의 서브텍스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보다 진실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
'화양연화'는 사랑의 서브텍스트에 대해 얘기한다. 진실 된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의 '틈' 안에서 존재 한다. 라고.
'끊임없는 틈의 연속'
화양연화에서는 끊임없이 틈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계속하여 틈새 사이로 인물들을 엿본다. 관객 자신들이
리첸(장만옥)과 모완(양조위)을 엿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관객들은 리첸과 모완을 엿보며 그들 사이에 숨겨진 서브텍스트
를 보게 된다. 이것은 둘의 식사 시퀀스에서 나타난다. 둘은 마주보고
번갈아 가면서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다. 말없이 묵묵히 식사만 할 뿐이지만 화면은 둘의 대화로 가득하다. 중
요한 것은 둘이 얼마나 많은 대화가 있느냐가 아니다. 둘의 침묵(silence)속에 어떠한
서브텍스트가 있는가이다. 만약 이 씬이 물질적인 말로서 채워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사랑의 확인에
그쳤을 것이다. 침묵 속에서 둘은 서로의 관심사를 묻기도 하고, 일상에 대해 묻기도 하고, 과거에 대해 묻기도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말을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은 이 말고도 음악에서도 발견된다. 극에선 주로 두 개의 음악만이 흐른다. yumeji's theme와
Nat King Cole의 Quizas Quizas Quizas. 음악은 둘의 사랑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씬에
선 감추어진다. 둘의 미묘한 감정선. 겉에 나타나진 않지만 둘의 서브텍스트는
사랑을 말하고 있을 때 음악이 흐른다. 음악이 흐르고, 고속촬영으로 화면은 느리게 지나간다. 굉장히 로맨
틱하게 느껴지지만 리첸과 모완은 둘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크게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다. 그냥 스
쳐지나간다던지 아니면 밥을 먹거나, 서로 떨어진 장소에 있다. 두 사람은 앞서 말한 물질적인 것들을 초월한
'사랑의 분위기(in the mood for love)속'에 있다.
리첸과 모완의 사랑은 틈 사이에서 나타났다. 모완과 리첸의 배우자들은 바람을 피웠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부부는 틈이 생겼다. 모완과 리첸은 그 틈을 통해 서로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 결국 모완의 소심함에 리첸은 떠나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리첸 역시 바라보기만 할 뿐 소심기는 매한가지다. 그 소심함 때문에 서로를 조심히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서브텍스트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모완은 앙코르와트에서 틈 속에 지 난날의 사랑을 말하고 틈을 메운다. 그는 떠나버린 리첸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앙코르와트에 놓아 주었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불멸하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종속 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것 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라고 체홉은 말했다. 화양 연화에서 말하는 사랑도 같다.
사랑은 애써 확인하려 하거나,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리첸과 모완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둘 사이의
틈을 들여다 본다. 틈 속에서 사랑을 본다. '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는 눈으로 보여 지지 않는, 서브텍스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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