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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자의 삼각형극작/연출/서사창작 2012. 6. 22. 15:09
카니자의 삼각형이라고 들어봤나?
1955년 이탈리아의 수학자 카니자 교수가 만들어낸 삼각형으로
3개의 팩맨이 존재할 뿐인데
그 속엔 가상의 삼각형이 있는
독특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스토리텔링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팔뚝에 문신 새기고 다녀라.
자. 아래 그림을 자세히 보라.
삼각형이 보이나?
삼각형이 있나?
실제로 삼각형이 그려져있냐는거다.
그려져 있지 않다.
검은색으로 표현된 것만을 그림이라고 가정할 때.
그럼 삼각형은 어디에 있나?
그래.
바로 너의 머릿속에 있다.
즉
저 삼각형은 마음의 삼각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문장을 쓸때
바로 이렇게 써야한다.
스토리텔링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부사를 쓰는 것이다.
그냥 한마디만 기억해라.
부사는 쓰지마라.
네가 쓴 글에서
부사는 다 지워버려라.
내가 문장력에 대해 강의를 잘 안해서
사람들은 내가 문장력에 대해 무시하는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문장력을 다듬는 건 사실 너무 쉽기 때문에
그렇게 목소리 높여서 소리치지 않을 뿐이다.
문장력을 키우는 것은
몇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1. 이승우의 소설을 필사하면서 문장을 다듬어라. 그밖의 여러 작가들을 선정해서 마음껏 필사하면서 문장력을 키우면 된다. 기억하라. 필사없이 문장력 향상은 없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문장력은 시시콜콜 첨삭받아서 키우는게 아니다. 필사를 통해 한꺼번에 다듬을 수 있다.
2. 부사를 쓰지말라. 형용사, 비유, 상투적표현등을 통해 묘사하지 말라.
위 카니자의 삼각형처럼
네가 만들고자 하는 심리, 전하고자 하는 심리는
직접적으로 묘사하면 안된다.
그녀는 두려움에 몸을 강아지처럼 벌벌벌 떨며 마구 소리치며 당황한 나머지 물병을 던져대며 제인에게 꺼지라고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지하실에 얼굴없는 석고상이 수백개가 있었다. 주인공은 너무 무섭고 떨려서 쇠뭉치로 얻어맞은것처럼 정지해있었다.
위의 문장은 수업시간에 흔히 써오는 학생들의 문장을 내가 비슷하게 모방해서 한번 써본건데...이상한 글은 창작하기도 힘들구나...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얼마나 엄청난 엉터리 표현들을 남발하는지...알고는 있는지?
자. 물병을 던진다는 행동 자체에
당황함이 들어가 있지 않나?
그래. 이미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물병을 던진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충분히 당혹함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것을
두려움에 몸을 벌벌벌 떤다는 쓸데없는 수식이
망쳐버리고 있는 문장이다.
좋은 표현은, 어떠한 수식도 없이, 부사나 비유나, 형용사없이
그저 가장 심플한 행동을 통해
카니자의 삼각형처럼.
독자의 마음속에서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표현이다.
무슨 말인지 아래 문장을 보면서 좀 더 자세히 연구해보자.
지하실에 얼굴없는 석고상이 수백개가 있었다. 주인공은 너무 무섭고 떨려서 쇠뭉치로 얻어맞은것처럼 정지해있었다
자. 생각해봐라. 친구야.
지하실에 얼굴없는 석고상이 수백개가 있는 미장센을 상상해봐라.
무섭지?
무섭지 않나?
무섭고 기괴한거지...
그런 관념이 마음속에 딱 들어올꺼다...
카니자의 삼각형이다.
감정은, 이렇게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형성되도록
묘사를 통해
가장 심플한 행동을 통해
만들어줘야지
직접적으로
형용사, 부사, 특히 비유적 표현, 상투적 표현을 동원해서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이미
지하실에 수백개의 얼굴없는 석고상이 있다는 표현으로 두려움이나 기괴함에 대한 전달은 끝난거다.
끝내야 한다.
끝내야 한다고.
그런데 보통 학생들은 윗 글처럼
사족을 덧붙인다.
지하실에 얼굴없는 석고상이 수백개가 있었다. (주인공은 너무 무섭고 떨려서 쇠뭉치로 얻어맞은것처럼 공포에 질려 정지해있었다)
내가 괄호를 친 부분은 필요없는 표현이다.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이미 주인공이 저런 당혹감과 두려움을 느꼈으리란 것은 우리 모두가 알 수 있다.
그냥 지우고 다음 행동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면 된다.
3. 한 문장에 여러행동을 중첩시키지 말라.
다음 예시를 보자.
그녀는 두려움에 몸을 강아지처럼 벌벌벌 떨며 마구 소리치며 당황한 나머지 물병을 던져대며 제인꺼져. 꺼지라고 제발 좀 꺼져줘 !!!!!! 라고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우선 강아지처럼 벌벌벌 떤다라는 비유적 표현이 거슬린다.
윗글은 내가 일부러 유치하게 만들어 본 문장이지만, 너희들 글이 저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니까? 지금이라도 네가 쓴 글을 돌아보고 거기 나오는 쓸데없는 비유는 다 빼라. 독이다. 독.
그리고 벌벌벌 같은 저 지독한 상투적 표현을 보라...
떤다라는 행동앞에는 왜 꼭 '벌벌' 이라는 상투적이고 익숙한 표현이 따라붙어야 되는 건지 의심해보지 않았나?
나는 절대로 벌벌벌 떤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벌벌이라는 상투적 표현이 증오스럽기 때문이다.
그럼 최고의 표현은 무엇이겠는가?
그냥 '떤다'라는 가장 단순한 행동. 그 자체이다.
또 윗 문장에서 큰 문제점은
소리치고 물병을 던지고 또 대사를 하고 또 고함을 질러대는 등의
여러가지 행동들이
한문장 안에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장들은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다.
그리고 서사의 흐름을 잡아먹는 문장이다.
행동의 묘사는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Action. 즉 행동해야 한다. 전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문장엔 반드시 하나의 행동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문장때문에
행동이 간결해지지가 못하고
극적 긴장이 전달되지가 않는 것이다.
4. 대사는 고급스킬. 최종적 산물이다.
대사는 가장 고급스런 표현이다. 절대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된다. 초보자의 글에서 쓸데없는 대사만 제외해도 거의 혁명적으로 문장력이 좋아진다.
대사는 똥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소화된 표현. 가장 공들여쓰고, 가장 섬세하게 의도되어진 문장이 바로 대사이다.
자. 위에 언급한 사실들만 잘 응용해도 한결 나은 문장을 쓸 수 있을꺼다.
카니자의 삼각형을 기억해라.
진짜 감정
진짜 감동
진짜 Action
진짜 의미
진짜 전달은
내가 직접적으로 부사, 형용사, 상투적 표현등을 통해 설명해버리면 안된다.
주인공의 행동과
묘사를 통해 (카니자의 삼각형에서 3개의 팩맨같은 기능을 한다)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삼각형 (네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나 의미나 감동같은 것)이
떠오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니자의 삼각형. 기억하라.
ps: 이 글을 다 쓸때 즈음에...김무열소속사에서 병역회피 관련 해명글을 올렸던데...난 뭐 병역기피엔 관심이 없고 (난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익근무요원 출신이기 때문에^^)
직업이 직업인지라
소속사에서 쓴 글이 딱 걸리더라...
'엄마는 옆에서 하염없이 울고 계셨다.....'
여기서 '하염없이'가 암세포다.
저걸 빼야된다고. 저걸!!!!!
그냥 심플하게
엄마는 옆에서 울었다.
이렇게
써주면 된다.
하염없이
를 빼라 !!!!
김무열 소속사 해명글을 통해 배우는 오늘의 스토리텔링 강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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