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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와 신형철, 오태석과 레프 톨스토이극작/연출/서사창작 2012. 6. 18. 19:36
우리 학원에서
내가 스토리를 가르치는 방식은
일단 필사부터 시킨다.
그 다음엔 서사전개를 가르치고.
수업이 거의 필사위주라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실력이 느는게 확연하게 보인다.
아이러니다.
내가 필사를 시키는 글은
아주 잘쓴 것도 아니고, 아주 못쓴 것도 아닌
합격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글이다.
그런 글을 필사하면 단기간에 문장력과 구성능력을 갖추게된다.
그 다음엔 곧바로 서사전개로 나가면 되는거고.
너무 잘쓴 글을 필사하는 것보단
합격생 수준의 글을 필사하는게 도움이되는 이유는
너무 잘쓴 글들은 거의 그 작가의 스타일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작가의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나기 때문에
중간정도 수준의 글이 가장 좋은 것이다.
합격생 수준의 글이 필사가 끝나면
이젠 네가 필사할 작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다음 작가는
내가 우리 학원에서 항상 강조하는 작가들이다.
논리적 문장력은 신형철 하나면 된다.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한권이면 충분히다.
몰락의 에티카를 너의 교과서로 삼으라.
글쓰기의 문장력은 이승우가 최고다. 이승우 소설집 하나면 충분하다. 참고로 국내 작가 중에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는 이승우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승우는 충분히 젊은 작가들이 따라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장이며, 그 문장은 관념의 세계와 묘사의 세계, 그리고 정신과 원초적 본능의 세계를 탐험하므로...필사를 해도 모든 형태는 글쓰기에 응용할 수 있다.
만일 네가 한국어의 힘과 한국 토속색이 짙으면서도 함축적이고 시적이면서도 action이 있는 희곡대사를 쓰고 싶다면
정답은 오태석이다. 오태석의 자전거와 태와 여러작품들의 대사를 필사하라.
참고로 내가 아는 삼성문학상 (5천만원) 희곡부분을 수상한 극작가가 매일 오태석의 글을 지금도 필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정말 좋은 정보들을 지금 함축적으로 막 던져주고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이 글을 읽는지 모르겠다. 비싼거다. 친구야. 비싼거라고.
마지막으로 서사를 연구하고 싶다면
레프 톨스토이가 답이다.
그의 장편은 너무 스케일이 크지만, 시간을 들여서 탐구해볼만 하고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어서 지독한 공감을 강요한다.
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짧지만 그 속에 엄청난 서사전개를 갖추고 있다.
만약 네가 3000자 안에 완결된 플롯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그땐 문학의 도움을 받기보단
영화의 도움을 받으라. 그것도 헐리우드 영화로.
헐리우드 영화는 반드시 정석적인 플롯을 갖춰야만 감독과 계약하기에, 어떤 영화를 봐도 전형적인 플롯을 갖추고 있고, 그게 클래식이자 기본기이다. 영화를 통해 배우라. 그냥 쌩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그 중에서도 굳이 예를들다면 레인맨 , 사랑과 영혼, 씨네마천국 강추
물론 구조를 배우려면 베케트가 좋고, 시인들의 시인은 김수영이다. 김수영이 시인들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시인이므로 시적 세계에 진입하려면 김수영이 답이다. 그 밖에도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일단 공부하는 네게 너무 많은 정보를 전해주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것이므로 이만 줄일께.
위의 작가들을 연구하고 공부하면
반드시 한예종 정도 들어갈 실력은 갖출 수 있을꺼다.
비싼 정보다. 비싼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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