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TV를 안봐서 잘 모르는데
여기저기 식당만 가면 박진영이랑 양현식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틀더라구.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두 프로듀서의 색깔차이가 연영과 입시의 두가지 관점을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더라구.
그래서 이 칼럼을 생각했다.
제발 당부하건데
내가 쓰는 이 칼럼은
특정 학교를 단정짓는게 아니란걸 먼저 염두에 두길바란다.
단정이 아니라, 특정 학교의 스타일과 경향을 큰 틀에서 생각해본 것이니
참고만하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과 절대적으로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이 두 프로듀서의 차이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자. 그럼 달려볼까?
.
난 저 프로그램 이름도 모른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있더군,
두 프로듀서의 스타일을 따져서
양현석은 발전가능성을,
박진영은 정확하게 꾸미지않은 솔직하고 담백한 실력을 위주로 평가하는 스타일이라 하더군.
박진영이 유재하를 좋아하는데 그처럼 딱 떨어지는 정교한 음색과 꾸미지않은 탄탄한 실력자를 좋아한다고...
그럼 내가 재미있게 본 기사를 인용해보면, (아시아 10이라는 매체에서 나온 기사니 원문은 찾아보도록)
양현석의 취향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 스타’에서 잘 노는 빅뱅과 2NE1을 키운 양현석답게 “자신감 있는 표정과 건방진 제스처가 마음에 든” 이하이와 “쇼맨십은 100점”인 장항을 캐스팅했다. 박진영이 지원자들의 실력을 분석한다면, 양현석은 지원자들의 발전가능성을 점치는 타입이다. 비록 지금 당장 무대에 올라갈 실력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언젠가 무대에 올려놓았을 때 주눅 들지 않을 자신감이 조금이라도 보인다 싶으면 양현석의 ‘아빠 미소’가 둥근 해처럼 슬며시 떠오른다. 랩 실력은 부족하지만 ‘깝권’을 능가하는 즉흥안무로 천하의 싸이를 일으켜 세우고, ‘난 여자가 있는데’라는 가사를 새끼손가락으로 표현하며 박진영을 뒤로 넘어가게 만든 이승훈을 합격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양현석에게 중요한 건 끼와 느낌이다. 그래서 지원자의 무대에 대한 박진영의 일장연설이 끝나자 양현석은 보란 듯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단순한 걸까요, 무식한 걸까요? 전 그냥 들어서 좋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양현석에게 있어 좋은 게 좋은 건 비단 노래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가 캐스팅한 줄리 샤브롤과 에린 영, 이하이의 외모는 모두 준수하다. “제가 외모를 많이 보는 프로듀서는 아닙니다만 스마트한 이미지가 좋네요”라며 에린 영을 선택한 양현석 대표님, YG에서 에린 영 정도면 초미녀입니다.
박진영의 취향
금방 사랑에 빠지는 박진영답게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넋 놓고 쳐다보게 만들었던 손미진과 노래가 끝나자마자 ‘I love that, I love that, I love that’이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캐시 영을 캐스팅했다. 양현석이 지원자들을 최대한 다독이고 격려하는 막내 삼촌 같다면, 박진영은 지원자들을 최대한 냉정하게 평가하는 학생주임 스타일이다. 보아를 울렸던 시각장애인 김수환에게는 “마음은 합격이지만 실력은 불합격”, 양현석이 “천만불짜리 음색”이라 극찬했던 줄리 샤브롤에게는 “애티튜드(attitude)는 스타인데 실력이 스타가 아니”라며 탈락시켰다. 매력적인 음색보다 정확히 때려서 내는 음정을 선호하며, 말할 때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다르면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그건 “가짜” 혹은 “과장된 창법”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박진영에게 중요한 건 평상시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음을 정확히 때려서 잘 부를 수 있는 실력이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면, 윤현상처럼 박진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유재하의 노래를 말하듯이 부르면 된다. “전혀 꾸밈없는 노래와 음악성 높은 작곡 능력”에 끌렸다며 윤현상을 선택한 박진영 대표님, 혹시 쌍꺼풀이 없어서 캐스팅한 건 아닙니까?
(아시아10 1월 16일자 기사인용, 저작권이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저 기사를 읽자마자 바로
엇? 저건 서울예대랑 한예종의 입시 스타일과 완죤 비슷한데?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을 쓰게 됐지.
1. 발전가능성 추구형 - 서울예대
자 그럼 발전가능성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너는 발전가능성이 뭐라고 생각하나?
교수들이 그 학생은 발전가능성이 커서 뽑았다. 라고 흔히 말하는데
그건 도대체 무슨 의미지?
그건 일종의 attitude이다.
기억해라. 입시에서, 특히 연영과 입시에서, 특히 연기과 입시에서
발전가능성이라고 한다면
그건 attitude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attitude 중에서도 자신감이고 개성이고 매력이다.
우선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일단 필수적으로 자신감은 기본으로 깔려있어야한다.
현재 실력은 좀 부족해도
면접이나 실기시험 때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기확신. 그런 당당한 태도인 것이다.
교수들은 그걸 잠재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또 발전가능성에는 어떤 요소가 들어갈까?
그 다음으론 개성과 스타일이 들어간다.
무언가 자신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에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 남을 흉내내지 않은 자신만의 확실한 표현세계를 갖추고 있다면
그걸 교수들은
잠재력이 높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나이도 어려야 된다. 학부입시하는데 30대가 오면 아무래도 잠재력이 높다고 말하긴 힘들겠지.
그리고 좀 더 솔직히 말하고 싶은데
어린 너희들이 잘 받아들일까....
에라 모르겠다. 말해버려야지. ^^
위에 기사를 봐라. 양현석이가 이야기한 것을 자세히 봐라. 깔끔한 스타일 좋아한다잖아?
그래. 솔직히 말하자. 우리 블로그 이름도 터놓고 연극영화니까.
발전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상품성을 본다는 거고
거기엔 앞서말한 자신감 + 개성 + 외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외모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그 외모란 것이 정형화된 성형중독 스타일. 압구정 스타일을 말하는게 아니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자기표현과 개성이 외모에서도 묻어나는 그런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딱 한 학교가 떠오른다.
서울예대.
서울예대의 입시철학과 위의 박진영의 보는 관점이 상당히 닮은 요소가 많다.
물론 이걸로 논문을 쓸 만큼 신뢰성 있는 분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에 상당히 서울예대에서 지향하는 관점과 비슷하다.
서울예대는 잠재력을 많이 본다.
그리고 그 잠재력이란 위에서 말한 3가지의 큰 요소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자신감 + 개성 + 스타일 (외모나 분위기적 요소도 포함)
물론 연기과를 중심으로 쓴 글이지만 서울예대는 영화나 다른 모든 과도 상당히 이런 식의 입시관점을 갖고 있다. 그건 확실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될 점이
'끼'라는 것을 너무 일차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거다.
이건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서울예대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하더라도
그건 예능식의 일차원적인 '끼'가 아니다.
제발 성장잠재력과 양아치 끼와 구분하자.
예대가 끼를 많이 본다는 소문이 있어
연기과 입시장에 가면 갓 쓰고 온 놈, 한복 입고 온 놈, 스킨헤드하고 온 놈, 심지어는 동물을 데려오는 놈 까지 있는데
솔직히 그런 식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게 어렵냐?
곰곰히 생각해봐라. 자신의 개성과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방식중에
특이한 옷을 입고 특이한 행동을 하고 그런 식의 표현이 얼마나 손쉬운 방법이냐는 것이다.
나는 입시 때 이런 양아치 끼로 승부하려는 학생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런 개성있응 표현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1차적으로 밖에 자기를 못 표현하는 그 게으름과 생각의 짧음과 통찰없음에 분개하는 것이다.
끼를 양아치스럽게 드러내는 건 게으른 것이다.
스타일을 찾아내고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절대로 쉬운 끼. 특이한 행동, 특이한 의상 (특히 야한의상. 신체노출 같은)
특이한 행동으로 승부보려 하지말자.
100% 떨어진다.
섹시함을 예로 들자면,
섹시함으로 승부하고 싶다면
그걸 좀 더 세련되게 풀어내자. 특기움직임 속에 그런 섹시함을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선정적인 동작을 말하는게 아니라 묘한 분위기에서 매력있는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무용복을 입어도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한다든다....그런 건 입시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서울예대 입시에선 말이다. 경험으로 하는 이야기다. 글로 쓴 거니까 더 자세하게는 말못해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정말 할 이야기많다. 교수도 사람이다.
2. 정교한 실기적 기본기와 자신을 논리적,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추구하는 형 - 한예종
자. 그러나
세상에는 저런 attitude만 통하는게 아니다.
양현석이 있으면 박진영도 있는거다.
한예종은 서울예대와는 완전 다르다.
말하자면 한예종은 훨씬 더
기본기를 중시한다.
한예종 연기과 합격한 학생을 보면 외모나 키는 솔직히 그렇게 뛰어난 학생이 다른학교 연기과에 비해 아주 많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한예종 연기과에 붙은 학생치고
정확한 발음과 발성, 움직임의 기본기. 이 세가지가 안되어 있는 학생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없다.
혹 모른다. 정말 수십명 중에 한두명 예외가 있을까...
그러나 적어도 한예종 연기과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위의 3가지 기본요소는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레슨에서 올해만 한예종 연기과 합격생이 학부와 전문사 통틀어 3명이나 나왔다.
한예종 연기과를 무수히 합격시킨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기본기.
그것도 딱 떨어지는 기본기.
절대 쉽게 되지 않는 기본기.
그 기본기를 매우 중시한다.
또 한예종은,
attitude에 속지 않는다.
한예종 입시를 수백명의 학생을 경험시킨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예종 입시에서 뭔가 객관적인 실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울고 불고 매달리고 소신을 보여주고 제발 합격시켜 달라고 엥겨서
합격한 사례를 본적이 없다.
한예종은 그런 면에 굉장히 냉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닌 건 아닌거다.
심지어
다른 학교는 학생을 뽑아주기 위해 면접을 본다면
한예종은 다 떨어뜨리기 위해 면접을 본다는 느낌마저 든다.
조금만 결격이 되도 무참히 떨어뜨려 버린다.
그리고 정확하고 정교한 실기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연기과에서 선호하는 연기는 어떻고
극작과 연출과에서 선호하는 글쓰기는 어떻고
좋아하는 그림은 어떻고...
거의 실기성적에 따라 입시결과가 좌우된다.
극작과나 연출과에서 글을 못썼는데 attitude가 좋아서 붙았다는 학생. 나는 아직 한명도 보지 못했다. 그냥 무참히 글로서 냉정하게 평가한다.
또 한예종은 다른 학교에 비해서
attitude에 속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철학이나 경험이나 도전이나 실적같은 면은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특히 영화과가 그렇다.
정교하게 분석한 실기시험 외에
그 사람의 과거의 경험과 성취와 실적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쉽게 생각하면
아이비리그를 생각하면 된다.
아이비리그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객관적 기준들도 냉정히 평가하지만
그 학생의 여러가지 독특한 경험이나 실적이나 도전이나 혁신적인 성취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예종은
인문학적인 깊이, 생각의 깊이, 그리고 조리있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표현능력 등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예종 면접을 준비한다고 하면
자신의 삶에서 최대한의 스토리와 매력포인트를 찾아내야 하고
그것을 똑 부러지게 소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논리적 표현능력
그리고 생각의 깊이 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에누리없다.
실기실력이 뒷받침안되면 일단 기회 자체가 없는 편이며
실기실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매우 기본기 위주이기 때문에
단기간 속성으로 해서 통할 수 있는 성격의 입시가 아니다.
한예종은 그래서 여러모로 다른 학교와 입시적 기준이 다르다.
3. 보아 형? - 중위권 보통 연영과
거기 보면 보아도 있는데
그런 유형도 있다. 눈물과 감성이 통하는 유형이랄까.
주로 중위권 아래의 연영과에서 그런 성격인데,
학생의 열정과 열심히 하려는 태도, 이 학교에 반드시 입학하려는 태도를 다른 무엇보다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구체적인 학교이름을 거론하긴 그렇지만 이런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가 반드시 있다.
4. 결론
나는 대한민국에 서울예대도 있고 한예종도 있어서 너무 좋다. 두가지 유형 모두 너무나 매력적인 학생선발 방식이다.
그 학생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추구하는 스타일도 너무 매력적이다. 물론 한국적 현실에서 그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이란 자신감과 개성, 그리고 외모적 스타일에 거의 국한되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도 매우 좋은 선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예대 출신들이 무언가 색다른 가치를 개발하고, 시끌벅쩍 이 대한민국을 보다 더 신나고 매력있게 만드는 진짜 멋진 선배들을 많이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편으론 한예종같은 스타일이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처럼 철저하게 학생의 기본실기실력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거기에 더해 학생의 도전정신과 혁신, 그리고 경험과 표현능력을 중요시하는 매우 선진적인 학생 선발방식이다.
나는 사실 한양대랑 한예종 출신이기에 좀 더 한예종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스타일을 매우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고, 실제로 나 자신과 잘 어울리기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한예종에 무더기로 합격하는 것이다. 뭐랄까...한예종 입시철학을 온몸으로 알고 있다고 할까...
이런 한예종의 학생선발방식과 얄짤없는 냉정함, 그리고 소신. 높은 기준. 나는 그런 한예종의 콧대높음이 너무 좋다. 대신 한예종은 선발할땐 엄격하지만 일단 선발한 학생들에 대해한 무제한적인 지원을 해준다. 낮은 등록금과 많은 장학제도. 그리고 엄청나게 쏟아지는 수업 커리큘럼과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의 높은 교수님과의 밀착작업....이 모두가 한예종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며, 우리는 그래서 한예종을 사랑하고, 한예종에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서울예대도, 한예종도
각자의 뚜렷한 색깔과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두 학교 모두 사랑한다. 그리고 가르친 학생들을 주로 저 두 학교에 보내기를 좋아한다.
어중간한게 문제다. 어떤 스타일이든 정답은 없다.
그러나 물탄듯, 술탄듯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게 문제인 것이다.
그런 학교가 대부분이다.
어중간한 학교. 어중간한 연극영화과, 이도저도 아닌 커리큘럼. 남들이 다 실기위주라니까 부랴부랴 실기위주라고 장비 몇개, 교수 몇 명 채용하고 실기위주라 홍보하는 대학들...
최소한 위의 두 학교는 어중간하지는 않다.
그래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 어중간한 예술가가 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