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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예종 영화과 입시를 끝내면서
좀 화가 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지도할때면 철저하게 이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주어진 문제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이야기이다.
글쓰기에는 순서가 중요하다.
1. 제일 먼저
글을 파악해야 한다.
출제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주어진 조건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신이 써간 글을 갖다붙이기에 급급해
주어진 조건은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주저리 주저리 하자말라.
절대 붙을수가 없다 !
교수님들은 일단 주어진 문제에 대한 파악이 안된 동문서답형 글은
그냥 배제해 버린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그 룰만 잘 이해하고 그저 잘 따르기만해도 합격자의 1.5배수안엔 들 수 있다.
(1차합격자가 3배수이니까)
문제를 잘 이해하기만해도 거의 붙는다는 이야기다.
2.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이야기를 완성하라. 이야기다
아니 왜들 그렇게 말도 안되는 비약적인 이야기를 쓰냐고.
독창적인 것은 가장 나중의 문제다.
먼저는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다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야기이다.
여러분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뭔가 들었을때 우와 하는 이야기.
그래. 이야기.
좀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서사를 갖춘 글
완결이 된 글
플롯의 구조를 갖춘 글
그리고 개연성이 있는 글을 쓰라는 이야기이다.
기본이 안되면
절대로 합격할 수 없다. 서울대를 나와도 합격할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글쓰기를 못해서 서울대 출신이 전문사에 떨어진 경우도 많다.
절대로 비약하지 마라!
절대로 비약하지 마라!
절대로 비약하지 마라!
비약해놓고 주제라고, 상징이라고, 주제라고, 컨셉이라고 우기지마라 !!
1번과 2번이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하다.
90%가 넘는다.
3. 주어진 문제를 이해했고, 그다음으로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완성했다면,
이제는 상투적인 글에서 벗어날 차례이다.
여러분의 글이,
여러분의 인물이
여러분의 스토리가
진부하지 않은가 점검하라.
인물이 진부하다는 건 이런 것이다.
사람을 죽였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은 왜 필요하냐면, 딸이 백혈병으로 아프기 때문에...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빨간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뭐가 다른가?
제발 익숙한 이야기, 익숙한 인물,
아무런 결핍이 없고
아무런 동기도 없고
여자로 바꿔도 노인으로 바꿔도 흑인으로 바꿔도
아무 상관없는 인물을 만들지마라.
예를들어
햄릿같은 인물을 만들라는 것이다.
햄릿은 로미오로 대처되지 않는다.
그러나
로미오는 드미트리어스로도, 이몽룡으로도, 김전일로도 대체된다.
원래부터 성격화가 안되어 있는
그저 젊고 잘생긴 남자일뿐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로미오가 아닌
햄릿을 만들어야 한다.
*아! 그리고!
어디가서 글 잘쓴다는 소리 듣지않는 이상
내적갈등을 쓰지마라. 내적갈등은 4번의 단계에서야 가능하다.
1,2,3의 단계에선
반드시 외적갈등을 쓰도록.
뻔하지 않냐고?
안 뻔하다.
세상 어떤 명작을 분석해봐도, 그 속엔 뻔한 외적갈등이 들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외적갈등 자체 - 예를들어 3각관계 등.
는 전혀 뻔하지 않다. 그걸 뻔하게 쓰는게 문제인 것이다.
4. 마지막으로 글에 깊이를 더하라.
1-2-3 의 과정을 다 지났지만 아직도 문제가 남는다.
3000자의 제한된 분량안에
아무리 잘 써도, 그 글에 어떤 무게감을 담기를 힘들다.
이때 필요한 것.
즉
1과
2와
3의 과정이 철저히 끝난다음에
3000자의 분량안에
깊이를 더하고
매력을 더하고
무게감을 더하고
주제와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은유와 상징인 것이다.
그러므로 은유와 상징은 마지막에서야 가능하다.
그러나 은유와 상징을 잘하면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론.
기본이 중요하다.
왜 독창적인 글과 비약적인 글을 구분을 못하는가?
자기 글을 쓰기에 급급해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가?
왜 그렇게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가?
기억하라.
이것은 입시이다.
입시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1-2-3-4 중 앞의 순서가 제일 중요하다.
앞에서부터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