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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당기기
연애처럼 입시도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
올해 한예종 입시를 치루면서 밀고 당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입시에서 밀고 당기기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예술가로의 매력, 혹은 자부심, 나의 가치, 때론 고집까지도
vs
입학에 대한 동기부여, 교수님에 대한 예의와 존중, 올바른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형성되는 태도
한예종 영화과 입시에서는 특히 이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태도에 대한 칼럼을 따로 쓰겠다.
어쩌면 글쓰기는 고치는게 가능해도
이 태도는 정말 고치기가 힘들다.
그리고 차라리 글쓰기는 구체적 처방이 가능해도
이 태도는 딱 부러지는 처방을 내리기도 힘들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태도적인 면은 간과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본인의 태도가 어떤지 본인이 모를뿐더러,
그 태도에 대해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며
더 나아가 고치고자하는 의지도 없다.
그래서 떨어지는거다.
이제 내년도 입시부터는
학생들의 태도적인 면을 평가해서
(나 혼자만의 생각이면 다소 주관적일 수 있으니 다른 선생님들의 코멘트까지 합쳐서)
정확하고 예리하게 매달 태도적인 면, 글쓰기 실력 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자신에 대해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일정수준 이상 개선되지 않으면 이 분야 입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하고자 한다.
솔직히 수업해보면 안다.
그 학생의 태도가 얼마나 입시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또는 굉장히 플러스가 되는지...
자.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너희들의 태도가 굉장히 문제가 많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라는 것이다.
즉, 너희들의 가치관을 먼저 내려놓고 냉정하게 너희들의 객관적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부터가 입시의 시작이란거다.
자.
너희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으면 다음으로
너희들의 것을 채워야 한다.
서두에 밀고 당기기라고 했지?
그래.
쉽게 말하면
면접은 교수님과 합이 맞아야 한다.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과 보컬이 모여 연주하는데
세컨 기타 지망생이 들어왔다.
함께 잼을 해보면 안다.
이 사람이 합이 맞는지 아닌지.
나는 이것이 아주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합이 맞아야 한다.
면접은 합이다.
교수님과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는거다.
그런데 미묘한것은.
아까 말한 태도적인 면은 단순히
네가 착해 보이고 무조건 수용적이로 보이기만 한 그런 수준은 아니란 것이다.
이게 면접을 까다롭게 하는 미묘한 지점이다.
나는 이런 면 때문에 면접이 재미있다.
나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태도란
단순한 수용이 아니다.
좋은 태도를 가진 것과
비굴한 것은 다르다.
입시할때 구걸하지 마라.
입학시켜달라고 보채지 말라.
특히 한예종은 금물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제발 좀 뽑아달라고
내가 지금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너무너무너무너무 입학하고 싶다고......
노.
그렇게 열심히 하겠다고 매달리는 학생이
혼자일꺼라 생각하는가?
아마 100명 면접하면 70~80명은 그런 소리를 할꺼다.
그래서
면접은 밀고 당기기다.
좋은 태도는
단순한 수용만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너희들의 자신감.
영화나 연극이나 연기에 대한 확고한 생각.
너희들의 뚜렷한 선호.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주제파악.
오랜 독서와 탐구를 통해 형성된 지적인 대화.
이 모든 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결론을 내보자.
면접이 미묘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태도는 반드시 수용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적절히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그럼 이 절묘한 지점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
1. 진실은 무너지지 않는다.
한달 배우고 한예종 무조건 입학해야 한다는 학생들 가르치기 힘든 이유는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고 도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짜를 덕지덕지 붙이게 된다.
그게 아무리 있어보여도
입시에선 통하지 않는다.
교수님들이 바보는 아니잖아?
한번보면 구란지 진짠지 정도는 구분하거든.
그러니 면접에서 밀고 당기기를 확실히 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진실된 것이다.
말을 진실되게 하고,
또 진짜 너희들의 것을 말하는 것.
2. 주제 파악을 확실히 하라
주제 파악을 정확히 해라.
내가 말했지? 나도 몇번 수업해 보면 이 학생의 객관적 실력이 보일뿐더러
태도적인 면도 보인다고.
몇 % 정도 정확할까?
양심껏 말한다.
100%다.
될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는 학생은 좀 많이 있다.
그러나 안될것 같다고 생각해서 되는 학생은 지금까지 수백명을 가르치면서 단 한번도 없었다.
오해하지 마라.
실력을 가지고 말하는게 아니다.
나는 단 한번도 그 학생의 실력없음을 가지고 판단한 적은 없다.
오히려 우습지.
그깟 입시에 맞춰 글 조금 잘쓴다고 뻐기는 애들이 더 가증스럽고
어이없을 뿐.
오히려 실력은 없지만
진지한 열정을 가진 학생은
요렇게 저렇게 지도하면 되겠다는 견적이 나온다.
악순환이다.
태도가 나쁜 학생은 자신의 나쁜 태도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항상 환경 탓을 한다.
그리고 자꾸 환경을 바꿔보려 한다.
그러므로 쌓이고 누적되는게 없다.
가만히 우직하게 있기만 해도 100% 되는 일도
우왕좌왕하기에 무조건 실패한다.
선순환은 이것이다.
태도가 좋은 학생은
자신의 주변환경을 100% 활용한다.
좋은 것은 다 받아들이고, 안맞는 것은 걸러 낼 줄 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쪽쪽 다 빨아먹는다.
그런 학생은 가르치는 사람도 기분 좋기에
자꾸 더 주게 된다.
결국 객관적으로 빨아먹은게 많기 때문에 대부분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므로 주제파악을 해라.
네가 태도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라.
그런 지적이 있으면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자신을 고치려고 무던히 노력해라.
입시가 끝나고 뒤통수치는 한이 있더라도
배울때는 철저하게 다 빨아먹어라.
연기반 여학생 한명이 생각난다.
1시수업이었는데
그 여학생이 외부 공연을 했다. 그게 서울역에서 12시에 끝나는 공연이었다.
1시수업에 단 한명의 학생도 안왔고
10분쯤 지나 하나둘씩 스물스물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바깥에서 뭔가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헉헉헉헉....가쁜 호흡소리.
뭔가 싶어 나가보니
그 여학생이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수업에 뛰어온 것이다. 1초도 안쉬고.
온갖 의상이며 소품을 다 싸들고 와서
분장도 안 지운채 수업에 들어온것이다.
서울역에서 도곡동까지...
연기수업도 아니고 희곡분석수업이었는데.
정말로 인상깊은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서울예대 연기과에 수시로 합격해 지금 연기과 학회장을 하고 있다.
바로 지금 학회장이 누군지 수소문해보면 금방 알수 있을거다 ^^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 여학생은 노래도 한 5곡을 배워갔고 안무도 한 3개쯤 짜갔고...다른 학생의 10배는 넘는 실기 준비를 다 흡수해갔다.
좋은 태도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실력없는게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썩은게 문제란 말이다 !!
3.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왜 면접에서 매달리는가?
자신을 확실하게 드러내지 못하는가?
물어보면 100% 이렇게 대답한다.
면접에서 이런말 해도 되요?
쉣.
그런 질문하는 학생치고 합격한 학생 본적이 없다.
면접에서 이런말해도 되는지를 물어본다는 것은
그만큼 면접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다.
자신의 단점이 보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증거인거지.
면접에서 뭐든 말해도 된다.
걱정마라.
안되는게 어디있냐?
모든 행동에 확고한 신념과 이유가 있다면 안되는게 있을까?
정답은 없다.
입증할 수 있다면,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인거다.
면접에서 여러분의 색깔과 신념과 개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좀 잘못 말하면 어떤가?
좀 실수하면 어떤가?
좀 떨어지면 어떤가?
한예종이 그렇게 만만한 학교인가?
왜 한번에 붙어야 된다고 강요하는가? 스스로에게, 또 주변사람에게.
1700대 15의 경쟁률에서
왜 나는 1685명에 속하지 않고
15명에 속해야만 된다고 스스로를 속이는가?
최면을 거는가?
아니다.
네가 10년을 준비해서 한예종 붙을 각오라면
내가 장담하는게 너는 몇년안에 붙는다.
적절한 지도만 뒷받침되면.
100만원 걸 수 있다.
떨어지는 것 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
그리고 길게 내다보는 배짱.
그런 배짱이 있을때
오히려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게 아이러니다.
결론
자 이제 결론을 내보자.
면접은 밀고 당기기이다.
나의 신념과 색깔과 매력과 개성과 때론 고집까지도 보여줘야 한다. 이건 미는 것.
한편
교수님의 말을 잘 들어주고, 개방적이고, 수용적이고, 예의바르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탁월해야 하는 것.
이건 당기는 것이다.
면접은 합이다.
밀고 당기기의 절묘한 예술이란 말이다.
이 예술을 위해선
먼저 진실된 자기자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왜 이 입시를 하는지, 왜 이 전공을 하고 싶은지,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왜 이 블로그를 기웃거리고 있는지...
자신의 실력, 자신의 꿈, 자신의 곤조, 자신의 열망.......
다음으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주제파악을 해야한다는거다.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그리고 길게 보라.
한예종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열망한다면.
길게 보는게 당연한거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질 때
네가 좋은 태도를 갖췄다고 하는것이고.
실기성적이 약 30%의 비중이라면
나머지 70% 가 바로 이 모든 것을 합친 것. 즉 좋은 태도에서 좌우된다는 것이다.
영화과 입시는 그렇다는거다.
올해 내가 몇달을 밤새워가며, 또 많은 성공과 실패를 뼈저리게 지나오며
각인한 진실이 바로 이것이라는거다.
좋은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태도가 보다시피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입시준비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 이것이 입시, 더 나아가 인생의 아이러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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