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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보다 극작보다 연기보다 연극이 먼저극작/연출/서사창작 2012. 8. 27. 02:59
연극원 쪽 입시를 진행하다보면
많은 학생들이 (아니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
연기나
극작이나
연출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정작
자신이 공부할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를 모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만
상대방에 대해 아주 상세히 아는 건 바라지도 않고
그저
너희들이 지원할 학교의 특성이 어떤지 정도는 파악하고 입시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결론은
연극에 대한 존중없이
연극에 대한 관심없이
연출, 극작, 연기, 연극학 등을 공부한다는 것은
적어도 한예종 입시에 있어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예종 연극원은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다.
연극발전과
새로운 연극언어의 발견과
연극의 미래를 가꿔나갈 인재를 만드는
국립 연극 대학이다.
가장 비슷한 학교로는
러시아의 기티쉬 GITIS 국립연극학교가 있다.
아마 외국의 여러 대학중에 한예종 연극원과 가장 비슷한 학교가 아닌가 한다.
사실상 학제가 똑같다.
자. 그럼 러시아의 기티쉬를 다니는 학생은
졸업 후에 뭘하려고 할까?
두말할 것 없이
그들은 연극을 한다.
연극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평생 연극을 하기위해 그 대학을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립 한예종 연극원을 지원하는 학생중에
연극에 대한 깊은 이해는 차치하고서라도
연극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관심이나
조그만 동기부여라고 있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연극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려고 하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떨어지는거다.
연출이 있기전에 연극이 있고
연기가 있기전에 연극이 있고
극작이 있기전에 연극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면접 때 헛소리를 한다.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느니, 콘서트 연출가가 되고 싶다느니...
그런데 정작 공연은 한편도 안봤단다.
그러고는 당당히 국립 연극원에 지원을 하는거다.
그게 현실이다.
교수들이 개탄을 한다.
진짜다.
하나만 검증해볼까?
솔직히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안톤 체홉의 작품 몇개 읽어봤냐?
갈매기는 읽었다고 치고
바냐 아저씨, 세자매, 벚꽃동산 중에 하나라도 읽어봤냐?
내가 지금 말한
안톤 체홉은
연극에서 그 중요도를 말할 것 같으면
음악에서 모짜르트 정도된다고 보면 된다.
비슷한 급이 그 정도라고 본다. 개인적 견해로.
그런데
모짜르트를 전혀 모르는 클래식 지망생이 있을수가 있겠는가!!
생각해보라!!
그런데
안톤 체홉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연극 지망생이
어찌나 그렇게 많은지 !!
나는 깜짝 놀란다.
체홉과
셰익스피어와
입센과
브레히트와
핀터, 이오네스토, 주네와
베케트와
오닐과 밀러와 윌리엄스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오태석과 이강백과 이윤택과...
정말 정말 기초중의 기초적인 작가들만 나열한거다.
뭐 정말 대중적이고 정말 기본적인
위의 작가들 작품 중
실제로 네가 읽은 작품은 몇개인가?
생각해보라.
연출에 앞서 연극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극원은
연극의 미래를 가꿔나갈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국립연극학교기 때문이다.
연극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강요받는게 당연하다.
국립이기 때문에.
목적이 분명한 학교라는 것이다.
너희들이 지원하려고 하는 학교는.
연극원 면접 준비를 한다면
먼저 연극에 대한 이해부터 키우라.
체홉을 읽고
셰익스피어도 읽고
오태석도 읽으라.
시간이 되는대로 희곡분석과 희곡에 대한 특별한 포스팅들을 올리겠다.
다만 입시가 한창이라 여유가 안나서 못 올리고 있는건 나도 아쉽게 생각한다.
나도 곧 박사과정에 진학할껀데 그때되면 더 깊은 공부가 뒷받침된 더 좋은 포스팅을 올리고
여러가지 연극관련 책도 낼 수 있을거다.
친구들아.
연극을 좀 사랑하면 안되나?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눈물나게 정겨운
연극의 참 맛을 느끼게되면 !
네 가슴을 적시는 공연을 만나게 되면 !
체홉을 읽다가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관조하게 되면 !
틀림없이 너도 연극을 사랑하게 될꺼다.
그러면 연극원 면접준비는 끝난거 아니냐?
그렇지 않을까?
올해 입시를 준비하면서
나는 학생들의 자소서도 100% 그냥 본인들에게 맡기고 있다.
워낙 가짜가 많아서
한마디라도 진짜를 쓰는
정직하고 투박한 자소서를 교수님들이 높이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연극에 대한 진실된 애정이 없는데
면접에 맞춰 급조한 대답들은
반드시 역효과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공연을 보고
한국연극 잡지를 사 보고
여러 연극축제도 참가해보고
특히
희곡을 읽어야 한다.
틀림없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극작보다
연출보다
연기보다
앞서야 하는게 (적어도 한예종 입시에서는)
연극이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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