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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기사를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제목을 발견했다.
"선동렬이 말하는 명투수의 조건 2가지"
완전 궁금하지 않냐?
나는 XX양 하반신 노출 같은 선정적인 제목보다 저런 제목이 더 끌리더라.
선동렬은 명투수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은 분명히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한 분야에서 대가의 위치에 오른 사람의 말은
간결하고
분명한 통찰이 있다.
그런 조건들을 선동렬도 충족해줄까?
궁금해 미칠것 같았다.
선동렬은
명투수의 2가지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투수가 자신감있게 공을 던질 줄 아는게 먼저이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진 투수의 공은 다르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진 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져넣기 시작하면 바로 그가 명투수가 되는 것이다 - 선동렬'
오 마이 갓 !!
어떠냐?
명불허전이란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이다.
내 기대를 오천육백만배 이상 충족시킨 선동렬의 촌철살인 같은 대답이다.
저 간결하고 분명하고 함축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대답을 보라.
저 짧은 문장 속에 투구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곰곰히 씹어 보아라.
역시
대가는 다르다.
.
선동렬이 밝힌 명투수가 되는 법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읽어야 한다.
일단
자신감있게 덤벼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선동렬이 말했지?
자신감있게 던지는 투수의 공은 다르다고.
자기 공에 확신과 믿음이 있는 투수의 공은 다르다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아직 원하는 곳에 공이 가는 상태가 아니란 것이다.
선동렬이 한 말을 곱씹어보면,
선동렬은 아직 영점조절도 안된 투수의 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 원하는 곳에 공을 던져넣지 못하더라도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던지는게 중요하다는거다.
정확하게 공을 던져넣을 수 있는 실력이 없더라도
일단은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있게 던질 줄 아는 것
그것이 실력이다.
그 무모한 투지와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영점조절도 안된 공을 무지막지하게 던질 줄 아는 투수.
그것이 선동렬이 밝힌 명투수의 첫번째 자질이다.
그것은 과감함이며
결단이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자아상이며
패기와 열정이며
승부를 즐기는 강심장이다.
공을 자신감있게 던진다는 것은 이렇게 깊은 의미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순서가 중요하다.
선동렬이 말한 명투수가 되는 원칙도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자신감있게 던질 줄 알고
그 다음에 원하는 곳에 공을 던져넣을 줄 아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글을 읽고 계실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박근형의 청춘예찬에 보면 이런 명대사가 있다.
아버지 널 낳아주신 분이 누구니?
용필 그야 당연히 엄마죠!
아버지 아니다. 아버지다.
나의 아버지는 23살 어린나이에 나를 낳으셨다.
그리고 키웠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응해주셨다.
10년전에도 나는 아버지와 길을 걸으면서
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곤했다. 대구 상인동의 허름한 동네 뒷산을 걸으며...
실제로 했던 이야기 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캐나다에 있는 세계적인 명문신학대학 리젠트컬리지에서 신학을 해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와서 큰 교회에서 문화예술관련 전도사를 하다가 작은 시골에서 교회하나를 개척해, 전원과 문화와 예술의 테마를 가진 교회를 하나 만들래요. 이제 제 인생을 확실하게 결정됐어요...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웃긴다.
저 계획 중 어느하나 실현 가능한 계획은 없다. 쉬운게 아닌거다. 목사를 한다는 것도, 신학을 한다는 것도, 유학을 한다는 것도, 교회를 세운다는 것도......
한마디로 엉터리다. (10년전엔 저런 계획을 세웠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그라든다....)
그러나,
아버지는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저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좋은 생각이라고 공감해주셨고, 따뜻한 눈으로 저 터무니없는 생각의 실현가능성을 지지해주셨다.
너라면 할 수 있을꺼다. 그리고 네가 결정한 것이라면 옳다.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항상 해주셨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한 일이라곤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지지해주고 장황한 계획을 들어준 것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가장 중요한 것을 하는게 가장 지혜로운 일이라면,
아버지는 가장 지혜롭게 자식을 키운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마음껏, 자신감있게 공을 던지도록 해주셨다.
영점조절도 안된 공을 마음껏 던지도록
그저
따뜻한 눈으로
들어주셨다.
그 모든 꿈과 목표들을
그 모든 계획들을
그 터무니없는 모든 생각들을 (만날때마다 바뀌어있던 그 형편없는 계획들)
진심으로
들어주셨다.
그게 전부였다.
아버지의 교육은.
그러나 나는 아버지 덕분에
세상을 향해 마음껏 돌직구를 던질 수 있었다.
아무리 실수해도
언제나 공감해주는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내가 얼마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냐하면
3년전 드디어 레슨실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했을때
통장에는 한예종 극작과 합격생 학부모님이 보내주신 77만7천7백7십7원 밖에 없었다.
고시원에 살고 있었던 그 시절.
나는 당시 약 이천오백만원 정도가 필요했던 레슨실을
그냥 계약했다.
보름후에 잔금 다 치르기로하고.
돈은 없지만 돈이 생길거라 믿고 그냥 계약했다.
내가 젊은데 이천만원 정도를 보름안에 못만들테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름후에 다 갚았다.
일부는 집주인과의 협상을 통해, 일부는 일을 벌려서, 일부는 미친듯이 일해서...
다 갚아버리고 그 장소에 들어가버린 것이다. 보름만에.
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돌직구를 세상을 향해 마구 던졌다.
그렇게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것은,
언제나 공감해주고
그 터무니없는 계획들을 지지해주고
언제나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신
아버지 덕분이다.
제러미 리프킨의 가장 최근의 역작은
공감의 시대
이다.
공감의 시대 원래 영어제목은
굳이 번역하자면 공감혁명 쯤 된다.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이후의 공감혁명을 예견한 책이라보면 된다.
돌아보니
공감은 능력이고, 공감은 가장 중요한 교육이란 확신을 갖게 된다.
나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위치에 서있는 순간이라면, 그 언제라도
학생들의 터무니없는 말을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터무니없는 계획과
터무니없는 작품과
터무니없는 인생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싶다.
나는 그것이 교육이라 믿는다.
.
자
다시 선동렬 아저씨로 돌아가자.
나는 선동렬 아저씨는
정말 명투수라고 생각하며
공을 던지는 세계에 대해
가장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대가의 언어는
언제나 간결하며
예리하기 마련이니까.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해
선동렬이 그렇다면 그런거다.
영점조절 따위는 필요없다.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져넣는 실력을 갖추기에 앞서
자신감있게 돌직구를 뿌려대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감있게 공을 던지는 사람이
점점
자신이 세운 계획과
경영전략과
예술적 시도 등등이
조금씩 조금씩
맞아들어갈때.
적중해갈때.
점저 정교해져갈때.
마침내.
그가 원하는 곳에 그의 공을 집어넣기 시작할때.
그는 명투수가 되는 것이다.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던지고
그 다음이 제구력이다.
너의 돌직구는 무엇이냐?
그냥 던져라.
너를 믿고 신뢰하기 시작할때
너는 명투수가 되는 첫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것이 선동렬이 말한 명투수가 되는 법이다.
인생에 영점조절 따위는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