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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쓴 짐 콜린스의 대표작은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다.
사실 제목이 지극히 한국 편집자의 취향이 드러나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친 경영전략서 중 하나인 이 책의 원제는 build to last이다.
아무튼 세계적인 혁신기업을 선정해 그 기업이 그저그렇게 괜찮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한 필독서 중의 필독서이다.
이 책에서 내가 특히 감명받았던 부분이자, 우리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나누고자 한다.
바로
or 이 아닌 and 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방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있다. 겉보기에 대립되어 보이는 요소가 있을 경우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를들어 우리는 한 기업이 기업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인류를 향한 봉사, 그리고 윈-윈 전략등을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윤추구와 기업의 핵심가치를 지켜나가는 것.
단기적 기업이윤과 장기적 이윤을 함께 추구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 쉽다.
몇년 사이에, 전체 사원의 몇분의 일에 해당하는 엄청난 대량해고를 저지르고도 그것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원칙상 어쩔 수 없다고 버젓히 말하는 기업주들을 만나는게 우리나라에선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윤추구를 해야한다고, 그 절대적 전제조건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우리는 두가지, 아니면 서너가지의 상반되어 보이는 많은 요소들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할 때 더욱 건강하고 힘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20분후와 20년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연극영화과엔 어떻게 적용되는가?
흔히 배우의 삶은 가난하고 무지하고 감정적이고... 예술과 재정적 독립은 절대 함께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을 추구하면 반드시 돈과는 이별해야하고, 조금만 경제적 이득이 있어도 예술의 순수성이 훼손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앞뒤가 바뀌어서는 안된다.
예술가가 가난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짐 콜린스 식으로 풀어보면,
예술가로서의 핵심가치를 추구하는 것 (예술가로서의 순수함, 독립성, 절대적 자유 및 열정 등)
을 선택하면
재정적 독립은 버려야하고,
특히나 재정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라는 식의 사고는
세상을 or 로 보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짐 콜린스식으로 말하자면
예술가는 or 이 아닌 and 를 추구할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핵심가치를 존중하고 지켜나가고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충분히 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시대적 변화를 잘 이용해서 여러가지 수익모델이나 접근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예술계의 문제는
룸싸롱 다니는 가장의 문제와 똑같다.
겉으로는 쉬쉬하고 금기시하기에
뒤로는 더 더럽고 추하게 형성되어 있는 밤문화와
뒤로 감추면서 돈과 여러가지 욕망을 추구하는 예술계의 뒷모습이 똑같다는 이야기다.
예를들어 MIT 에서는 미디어랩을 만들어 순수과학이 어떻게 상업적으로, 시대적 트랜드에 맞춰 개발될 수 있는 가를 끊임없이 연구한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예술과 과학과 기술의 만남으로 TED를 T(Technology), E(Entertainment), D(Design) 손꼽을 수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매체의 경계를 허물어 가며, 예술과 과학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어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것이 and 적 사고의 대표적인 예이며, 또한 이런 and 적 사고가 막대한 이윤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즉 실제로 돈벌이가 엄청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여러분 주머니에 들어있는 아이폰이 바로 컨버전스와 and 적 사고의 결정판이다. 문화와 예술과 기술과 과학의 절묘한 만남을 여러분은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막대한 이윤을 쌓아두고 있다.
TED 강연의 한 예
or 이 아닌 and 를 추구해야 되는 것을 잘 적용할 수 있는 논의로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해묵은 논쟁을 들 수 있다.
전형적인 or 적 사고의 한 예이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구분이 바로 극단적인 or 적 사고의 예라는 것이다.
한예종은 순수예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문화부 장관의 머리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어떻게 예술을 순수예술과 상업예술로 구분지을수가 있을까?
현대 예술은 그렇지 않다.
아까 언급한 MIT의 미디어랩 (그 유명한 하이 테크, 하이 터치를 쓴 네크로폰데가 아직도 학과장으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 경우
순수과학과 응용과학 상업적 기술등의 경계를 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해 돈되는 것은
예측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과학적 실험 끝에 생각치도 못한 것이 튀어나와 우리 삶을 혁명적으로 바꾼 것이 얼마나 많은가 페니실린등.
아마 세상을 뒤흔드는 발명은 모두 그런 예측불가능한 조합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일본 최고의 부자 손정의는
여러 단어와 숫자와 아이디어들을 적어놓은뒤
무작위로 뽑아서 거기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다고 하지 않는가.
MIT 미디어랩의 전경
예술도 그렇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나눠서 or 적 사고를 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트렌드에 맞게
컨버전스 - 즉, 융합의 시대로 가야한다.
바로 짐 콜린스가 말한 and적 사고방식인 것이다.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예술의 핵심가치를 지켜나가면서도
대중들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해 가야 하는 것이다.
예술의 순수성을 지켜나가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영역과의 접속을 끊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연기를 추구하면서도
충분히 지적일 수 있고
연기를 하면서도
충분히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감독을 하면서
만화가를 할 수도 있고
만화가를 하면서
배우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예술의 여러 장르들이 뒤섞일때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독창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며
여러분이 주로 활동할 2030~2040 년대의 예술은
반드시 그러한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이 예술의 중추로 완벽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예를들면 판소리와 공연예술, 그리고 독일의 브레히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이자람 씨가 대표적이다.
or 을 추구하지 마라.
and 를 추구하라.
and 를 추구하는 방향을 보고 함부로 타협이라고 짖지 말라.
그렇게 짖어대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계의 권력을 쥐고 있으며 모든 지원과 국가기관의 감투를 뒤집어 쓰고 앉아서
예술의 발전을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장본인들이다.
그들의 비계부터 빼야 한다.
우리나라 예술계의 문제는
절대 타협해서는 안되는 핵심가치는 마구 타협하고
정권앞에 권력앞에 힘앞에 돈앞에
마구마구 비굴하게 타협하며
원칙도
핵심가치도
헌신짝 내던지듯 내버리면서
별로 중요할 것도 없는 아무 쓸모도 없는 논쟁속에
이념논쟁, 이데올로기 논쟁
밥그릇 싸움...(대표적으로 한예종 설치법을 둘러싼 소모적 싸움)
등등의 비본질적인 것에 목숨을 건다는데 있다.
배우를 하면서도 공부해야 하며
수능을 공부하면서도 실기를 준비해야 하며
배우를 하면서도 멋진 가정과 안정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어야하며
예술을 하면서도 가장으로서, 또 어머니로서의 책임은 다 할 준비와 실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and 적 사고방식으로 살아갈때
우리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우리와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이해관계가 치밀하게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유용한 길을
갈 수 있다.
or 이 아닌 and 를 추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