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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려서 관심있게 봤다.
박찬욱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스토커의 개봉을 앞두고 처음 공개한 인터뷰 기사였다.
중앙일보 3월 17일 기사이니 참고하고.
다른 재미있는 내용도 많았지만
오늘은
스토리텔링과 관련되어 내가 기존에 가져온 생각과 일치하는 박찬욱의 생각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Q :
언제나 '개성'을 강조해왔다. 박찬욱의 개성은 어디서 나오나.
A :
뭔가를 한다보다는 뭔가를 안한다가 내게는 중요하다. 아주 다르고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남들 하는 걸 따라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어떤 평범한 장면을 찍을 때 굉장히 창의적인 앵글이나 카메라 움직임을 고안한다기보다 대게들 하는 방법을 피해가는 것, 그게 중요한거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
넓게는 무언가를 창작할때
좁게는 스토리를 창작할때,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거다.
새로움 자체를 위한 새로움은 안되는 거다.
그리고
진짜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할때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진짜 새로운 것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감을 전제로 한
새로움이기 때문이다.
한 90% 정도는 보통의 방식을 따라가 익숙함과 편안함과 공감을 깔아가다가
10% 정도 치명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여백의 미라고 할 수 있는거다.
새로움도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치명적이다.
그리고
색다른 것을 창조하는 것이 창의성이 아니다.
진짜
창의성은
이미 익숙해진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이다.
조금 비틀어보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반대로 가보는 것이다.
한예종 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새로움.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
특히 입시를 위한 새로움은 역겹다.
새로움이 치명적이기 위해선
반드시
익숙한 것을 통한 공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익숙한 것을
허물어버릴 수 있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용기가
진짜 새로움인 것이다.
영화 하나를 예로들면,
내가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창의적인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을 휩쓴 아티스트였다. 2012년 오늘에 흑백무성영화라니. 이런게 난 아바타보다 더 창의적인 거라 생각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 대단하지 않나? 보아BOA도 김연아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2012년에 흑백무성영화를 만들어버리는 감독의 창의성이라니.
흑백무성영화가 새롭게 창조된 것인가? 아니다. 기존에 없던 것인가? 아니다. 없던 것은 아니지만 사용된 것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 이것이 우리가 시도해야 할 창의적인 것이다.
게다가
박찬욱이 말했듯이
버리는게
만드는거보다 중요하다.
강한 글
뚜렷한 글
확신에 찬 글은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절대적으로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창의적인 사람은
잘 버리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충격적인 단 하나의 치명적 칼날을
냉정하게 휘두르는 사람이다.
한방에
죽인다.
단 한번의 칼질로
모두를 제압하는 자가
진짜 무사武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