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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about, intheatre 2020. 6. 8. 17:45
강아지 콩이를 키운지 햇수로 5년하고 6개월이 되었다.
콩이가 비록 1.2키로짜리 요크셔테리어지만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는 모성애와 강인한 정신을 갖고있어서
수의사와의 상담끝에 임신을 시키기로 하였다.
세차례 시도끝에 겨우 임신에 성공. 뱃속에 두마리의 새끼가 들어있는걸 확인하고
9주간의 출신기간을 곁에서 지켰다.
지난주 토요일에 마지막으로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두마리 중 한마리가 뱃속에서 흡수되어 한마리만 남아있다고 했다.
적잖게 충격을 받았지만 마지막 한마리는 심박수까지 체크해봤는데 너무 건강하고 활발해서 안심을 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하루종일 멀쩡하게 뛰어놓던 콩이가 급격히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출산의 징후가 보였다.
나는 그때 학생의 글을 지도해주느라 잠깐 학원에 있었는데
콩이 뱃속에서 꼬리가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아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갔다.
차 안에서 콩이는 진통을 느끼고, 그 짧은 이동시간을 견디지못하고 차 안에서 출산을 했다.
보라색 태반속에 강아지가 쌓여서 나오는 장면을 보는건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 콩이는 출산을 하는 당일까지도 아픈 기색하나없이
오히려 엄마아빠를 안심시켜주는 대견한 강아지이다.
입덧도 한적없이 잘 먹고 잘 뛰고 잘 놀던 우리 강아지
진통도 너무 갑자기 왔고
대응을 하기엔 너무 갑자기 출산을 했다.
수의사를 채 만나지전에 출산이 이뤄져 전화로 지시사항을 들으며 조치했으나
작은 콩이의 몸에서 새끼강아지가 태어났을때
새끼강아지는 미동도 없었다.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등을 쓰다듬고 위 아래로 세차게 흔들기도하고
마침내 수의사를 만나 새끼강아지를 조치해보았으나
이미 죽어있었다.
그렇게 강이지 콩이의 새끼 콩주는 태어나자마자
죽게 되었다.
그 출산의 경험을 다하며 콩이가 가장 힘들었을텐데 콩이는 자기 몸도 돌보지않고 새끼부터 찾았다.
죽은 새끼의 등을 열심히 핥아주는 모습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슬픈광경일 것이다.
죽은 새끼강아지를 안고 집에 돌아왔는데
새끼가 너무 예뻐서 더욱 슬펐다.
엄마 콩이와 너무 닮고
너무 예쁘고 털까지 다 자란 완벽한 형태의 새끼를
콩이가 작은 몸으로 내색한번 안하고 키워온게
너무 대견했고
그래서 더 슬펐다.
정말로 견디기 힘든 슬픔은
죽은새끼를 찾는 콩이의 행동들이었다.
산통때문인지 밤새 잠 한숨못자며
밤새도록 울부짖으며 새끼를 찾는 콩이와 함께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함께 많이 울었다.
집안 곳곳을 수색하고
심지어 화장실 변기 뒤편까지도
혹시 죽은 제 새끼가 있을까 찾아다니는
콩이를 볼때 나도 슬픔을 견디기 힘들었다.
콩이는 지지난주 일요일에 출산을 했고
콩이의 새끼 콩주의 생일은 5월 31일. 그리고 새끼강아지가 죽은 날도 5월 31일이 되었다.
6월의 첫날인 지난주 월요일에
죽은 새끼강아지를 조용히 묻어주고
죽은 아가를 위해 글을 써서 읽어주고
태어날때 탯줄을 자르기위해 준비한 명주실에 고이 싸서
묻어주었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겪으며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죽음을 경험하니
신비롭게도 삶의 소중함이 불쑥 다가왔다.
곁에있는 가족들과 소중한 사람들의 사랑이
절실한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새끼강아지의 죽음을 경험하며
내 삶에 고통을 안겨줬던 집착과 불안과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삶을
애써 살아갈
용기를 내본다.
짧게 우리곁에 왔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생명인
사랑하는 수컷요크셔테리어 강아지 콩주 (2020.5.31- 2020.5.31) 에게
이 글을 남긴다.
주말에 시름에 빠진 콩이를 위로해주고자 시원한 바닷가로 데리고가
집이아닌 야외에서 자는걸 선택했고
콩이는 조금씩 상처를 이겨내며 이렇게 밝은 미소를 되찾고 있습니다.
슬픔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있는 강아지 콩이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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