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4. 02:10 about, intheatre

하되, 잘하라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잘 한다고 했을때 '예술적'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관용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수월성을 갖추어야 한다.

한마디로 할꺼면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입시학원을 하는 원장으로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며

어느정도 첫만남에서부터 앞으로의 장래가 어느정도 가늠이 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결과도 거의 예상과 비슷하다.

 

여기서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

예술적인 수월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

다른말로 하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이다.

 

어떤 성취를 위해서

투자해야 할 노력이나 과정을

가볍고 허황되게 생각하지않고

진지하게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갈것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말이다.

 

반대의 경우는 명확하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한다.

어떤 성취를 위한 노력이나 과정에 관심을 갖기보단 막연한 결과와 분위기에 집중한다. 

목표가 추상적이고 분위기에 심취해있지만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술적 분위기는 쫓지만 무엇을 채울것인지에 대한 성찰이나 고민은 빈곤하다.

 

단순하다.

과정에 집중하는 사람이 결과를 이루고

결과에 집중하는 사람은 결과를 이루지못한다.

 

예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건 

일종의 변태적 행위라고 봐도 된다.

 

고통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무용수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발레리나들의 발가락을 보면 얼마나 오랜시간 훈련에 투자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발레리나들이 그 고통을 즐기면서 하지는 않겠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뿐.

분명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했듯 어떤 분야에 일만시간의 법칙을 투자한 사람이라면 그는 그 일을 즐기고 사랑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투덜대고 빌어먹을 이놈의 무용 빨리 때려치워야지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무용수라 하더라도

그가 일만시간을 무용연습에 투자하고 있다면

 

그는 무용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는 것임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거다. 일종의 겸손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고통에서 행복을 느끼는게

예술적 성취의 기본이다.

 

무언가를 창작한다는건

무지 고통스러운 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겠지만

창작의 고통에 비할 어려운일이 많지는 않다.

 

영화 한편을 찍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쉽다.

 

영화를 잘 모르는 학생들

그저 영화적 분위기에만 심취해서 카톡플사나 인스타는 멋지고 아리쏭한 이미지로 채울줄 알지만

실제로 영화를 잘 모르는 학생들은

영화를 낭만적인 일종의 패션아이템같은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영화를 잘 아는 사람들은

영화란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단계 후반작업단계를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공방같은 것이란 걸

아는 사람들이다.

 

영화를 알면 알수록

과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만듦새에 집중해서 보게된다.

 

 

예술은 수월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은

교회영화나 군대선전영화같은걸 생각해보면 된다.

만듦새가 형편없는 

수월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그들의 종교적 코드와 맞다고 해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그들끼리 박수쳐주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그들안에서만 통용될뿐

다른 이들에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리지 않는가?

 

그래서 예술은 메세지보다 형식적 수월성이 일차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예술에서 메세지 역시 중요하지만 (랑그)

 

메시지와 형식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이다.

 

형식이 앞에 서야지

메세지가 빛나게 된다.

 

형식이 떨어지는

좋은 메세지를 가진 예술작품이란

없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저 교인들 사이에서 형제님 자매님 하면서 지들끼리 박수치는

자기위안에 불과하다.

 

형식은 탁월한데 메세지가 부족한 예술작품이 있을수 있을까?

나는 그래도

형식이 먼저고 메세지가 나중이라는 순서만 잘 갖추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의외로

 

그 유명한 마셔 맥루한이 <미디어의 이해>에서 한 말이 있지않은가?

 

'미디어가 메세지이다'

 

이 말을 바꿔말하자면

형식이 곧 메세지가 된다는 말도 된다.

 

그러므로 형식이 뛰어나다면

의외로 그 뛰어난 형식자체가 메세지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저 잘 만들기만 한 예술작품 앞에서

우리가 감탄을 하며 저마다 그속에서 메세지를 찾는걸 생각해보면 쉽다.

 

잘 만들면

의외로 메세지가 부차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거다.

잘생긴 오빠가 숨만쉬어도 무언가 젠틀하고 착해보이고 자기철학이 있어보이는것처럼? ^^

 

그래서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 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말이

메세지가 형식보다 앞서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

과정보다 결과가 앞서도 안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예술을 한다고 결심했으면

반드시

잘 하는 사람이 되도록

피땀을 흘려야 한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입시에 적용해보자면

경쟁률이 높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행복해해야 한다.

각오를 단단히하고

진지하게

과정에 노력을 기울일줄 알아야 한다.

 

합격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날수록

오히려 합격에 가까워진다.

 

과정에 충실하다보면

합격은 저절로 따라온다.

 

영화분야나 연극분야는

일종의 놀이이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결국

잘 놀줄 아는 학생을 뽑게 되어 있다.

 

잘 놀되, 

영화를 가지고 잘 노는것.

 

연극을 가지고 잘 노는게 

교수들이 찾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에선 '놀자'라는 단어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거다.

 

한판 놀아볼까?

잘 논다.

좀 놀줄아네

같이 놀아볼까?

좀 놀아봤어?

 

 

이런 말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경쟁이 치열하다면

오히려 그 경쟁을 뚫는다면 큰보람과 성취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실패한다 하더라도

진지하게 과정을 밟았다면

반드시 성장하게 될거다.

 

성장을 성취한다는 면에선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모두 무언가를 성취하게 된다.

 

뜻을 이루든

혹여

못 이루더라도

성장할 수 있다.

 

그러기위해선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진지한 마음으로 엄격하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

고통속 변태적 기쁨을 누려야 한다.

 

 

다행인건

역설적으로

성취보다 중요한게

성장 이라는게 큰 위안을 준다.

 

이 말에 동의할 수 있는가?

 

성취보다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말 말이다.

 

만약 성장보다 성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영원히 성취하기 힘들거다.

어찌보면 삶에서 진짜 성취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존적으로 허무한 존재이기에

어떤 성취를해도 그것을 성취하는 순간 성취가 아닌 또다른 시작이 되어 버린다.

영원히 진정한 성취란 없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죽음앞에선 역설적으로 모든 성취는 무의미해진다.

 

그래서 숀튼 와일더는 <우리읍내>의 에밀리를 통해

죽음을 건너

다시 삶을 관조할때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해바라기, 작은 꽃병, 따뜻한 목욕탕, 엄마가 해준 소박한 밥상...

숀튼 와일더가 바라본 삶의 기쁨은

충실한 과정에 있었음을

그는 에밀리와 무대감독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영화든 연극이든

예술적인 작업을 시도해보려하는 학생이있다면

 

그저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도록

행복하게 몰입해보면 어떨까?

 

분명 예술을 바라보는 생각, 입시를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게 되리라 믿는다.

 

연습하는 배우가 아름답고

무대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아름답고

함께 대사를 주고받는 파트너가 소중하고

영화를 찍는 과정이 소중하고

무대위의 따스한 조명이

우리 삶을

빛나게한다.

 

 

이번에 아카데미 대상을 받는 <기생충> 은 제작과정에서부터 유심히 살펴본 작품이다.

이 <기생충> 제작을 발표할때 봉준호는

이번작품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사이즈의 영화를 찍으려고하고

제일 즐길수 있는 소재로 즐겁고 부담없이 찍으려 한다.

밝힌바 있다.

 

역시 영화 <기생충>의 제작 과정을 살펴봐도

그 어느때보다

과정에 충실하고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즐기며

행복하게

함께

한판 재밌게 놀아본걸 알 수 있다.

 

훌륭한 형식이 위대한 메세지를 만들고

충실한 과정이 전례없는 결과를 낳는다.

행복한 몰입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더 나은 존재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우리모두는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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