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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글쓰기 대충 정리 (한예종 영화과, 한예종 극작과, 한예종 서사창작과)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4. 6. 4. 17:45
묘사는 즉물적으로 해야한다.
무슨 말이냐면
묘사를 가장 잘하는 법은 의외로 묘사를 하지않는 것이다.
특히 묘사를 죽이는 지름길은
꾸며주는 말들이다.
'칠흙같은 어둠'과 같은 말들이 대표적인 상투적 묘사이다.
상투성 + 비유 + 관념성 등이 섞여있는 매우 좋지못한 표현이다.
칠흙 이란 단어를 들어면 바로 ~ 같은 어둠 이라는 문자이 생각날 정도로 너무 고정관념에 깊이 새겨져있는 이런식의 상투적인 표현들을 1차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상투적인 표현은 무조건 제거하고, 본인만의 정확한 표현을 해야한다.
그리고 비유도 좋지않다.
~같은, ~와 같이, ~ 처럼 과 같은 비유들도 묘사의 즉물성을 해치는 주범이다.
관념어도 좋지 못하고, 관념적 묘사, 뭉뚱그린 묘사도 좋지 못하며
의태어 처럼 행동이나 상태를 꾸며주는 말도 좋지 못하다. 쿵쾅쿵쾅, 팡팡, 쭈욱쭈욱, 주르륵, 비실비실...이런 표현들도 빼야 한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
가장 나쁜 것은 부사이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의 빰이 복숭아빛으로 불타올랐다.
이런식의 묘사도 좋지 못하다.
그럼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가?
즉물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즉.
영화과든, 극작과든 스토리를 구성하는 글에서의 묘사는
즉물적이어야 한다.
이미지텔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다.
확고한 영상 이미지가 머리속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영상적 이미지를 충실하게
글로 변환시켜야 한다.
이미지가 뚜렷하고 강렬하게 있어야하며
글은
글 자체로 꾸며주는게 아니고
글빨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투박하지만 충실하고, 진실되게
확고한 이미지 속 요소를
객관적으로
글로
옮겨 쓴다는 느낌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즉물적인 묘사에 말이다.
특히 야한장면이나 선정적인 장면을 묘사할때
즉물적 묘사가 빛이 난다.
여자의 나체를 묘사할때
봉분같은~, 탐스런~, 앵두같은 입술~ 뭐 이런식으로 묘사하면. 느낌이 거세당한다.
즉물적으로 묘사하려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특히 육체 그 자체를 가감없이 객관적으로 묘사해라.
육체 자체를 묘사하는 것, 육체적 행동 자체를 그래도 묘사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이미지를 창조하는지 한번 실험들해보기를 바란다.
괜히 연극에서 신체적 표현, 신체적 즉물성에 목숨을 거는게 아니다. 그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행동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묘사해라.
내가 묘사해서 여기다 쓰고 싶은데, 미성년자들이 많이 볼것 같아 참아본다.
머리가 붉게 물들었다. 로 표현하지 말고
두개골이 깨져서.... 라고 표현해보라 (킬빌의 첫장면 정도의 강력한 이미지를 묘사할 경우)
묘사는
사실
묘사를 안하는게 답이다.
가장 좋은 표현은
충실한 표현이다.
즉. 꾸며주는 말 없이
부사나
형용사나
관념어나
의태어, 의성어나
상투적인 표현의 도움없이
오로지
강렬한 작가의 이미지를
충실하고, 가감없이
글로 옮겨쓴
영상이미지 ----> 글 의
심플한 전환이다.
그래셔 묘사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보고
영상이미지 (반드시 한 씬 전체를 통째로 해야 한다)
를 충실하게
글로 옮겨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특히 봉준호의 영화나 박찬욱의 영화는
이미지가 강렬하고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특히 큰 도움이 된다.
장면 자체를
옮겨 써 보라.
단. 이때 부사나, 꾸며주는 말을 최대한 빼고
눈에 보이는대로 객관적 요소들을 가감없이 옮겨쓰는게 중요하다.
꾸며주는 말이 왜 나쁘냐하면,
일종의 강요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관객에게
이미지의 미장센적인 구성력을 통해 즉물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하니까
자꾸
단어장난
말장난을 늘어놓으며
상상하라고 강요하는 행위이다.
이렇게 상상해!
저렇게 상상해!
칠흙같은 어둠이라고 ! X나 어둡다고 빨리 상상하란 말이야 !!!
이렇게 강요하는 이미지는
결국
독자가 풍성하게
재구성하고, 이미지를 충실하게 쌓아올려서
만들어갈 서스펜스와 감동을
모두 거세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박찬욱이나 봉준호의 장면들을 글로 옮겨적어보라.
아주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꾸임없이 건조하게 보이는대로 다 옮겨적어야 한다.
그러고나서
그 글을 한번보라.
강렬한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행동과 정서와 상징과 장면 속 구성이 탄탄하게 녹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제. 그런 글을 네가 지속적으로 써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영화를 통해 연습하면 되는 거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 몇가지만 더 추가하자면
(워낙 엉망이기 때문에, 여기서라도 정리해주는거다)
1. 장면에 집중하라. 플롯은 결과다. 장면이 원인이고 플롯이 결과인데, 아이슈타인이 말했듯이, 결과가 원인을 앞서갈 수가 없다.
결론 = 장면이 답이다. 장면 속에 모든 걸 투자하라.
2. 미장센에 대한 묘사는 필수다.
3. 한예종 영화과 입시에서 시놉시스로 쓰라는 글이 나올때를 대비해, 구성능력, 줄거리 쓰는 연습도 해야한다.
4. 인물묘사는 따로 시험에 나온다. 따로 준비하라.
5. 스토리 자체가 입시에서 안 나와 버릴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창의적 발상 자체를 키우라 (한예종 영상원 특전에서, 스토리텔링이 안 나온 적이 실제로 있다)
창의적발상은 로버트 맥키에 의하면
절대로 고정관념에서 나오지 않는다.
창의적 발상 = 끊임없는 노력이다.
즉. 관찰과 치밀한 생각, 그리고 경험, 그리고 문헌과 자료와 책을 통한 연구
이 3가지의 노력만이
창의적 발상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6. 극과 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직접적 심리묘사의 가능유무이다.
극은 절대로 설명해서는 안된다.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7.
대사를 왠만하면 쓰지마라.
대사가 들어간 장면은 95%는 삭제해도 되는 문장이고
4%는 행동이나 장면으로 바꿔야 하는 문장이고
오직 1%만이 대사를 써야하는 문장이다.
이때 대사를 써야겠다고 판단이 되면
확실하게 써라.
대사속에는 인물, 사건, 갈등, 상황, 관계, 심리, 그리고 환경이 모두 들어가 있음을 기억하고 대사에 모든 걸 걸어라. 대사는 궁극적 묘사이다.
8.
특히 대사를 통해 제발 좀 설명하지마라.
"그래.잭슨. 이제 알겠어? 잭슨. 이 모든건 너의 바로 그 행동 때문에 벌이진 일이지. 잭슨이 그때 그 짓을 한 이후로 나는 이 모든 일들을 꾸민거야. 왜냐고? 바로 잭슨에게 복수할 오늘을 위해서지. 하하하.
잭슨. 그때 그 행동도 다 내가 한거야. 더욱 더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 하하하 잭슨. 이제 죽어줘야겠어"
이런 식의 유치한 대사를 안쓸것 같다고?
내가 과장되게 써서 그렇지 니들 대부분이 다 저렇게 유치하게 대사를 쓴다.
장면을 통해
구성을 통해
스토리를 통해
전달할 실력이 안되니까
전부
대사를 통해
설명하려 한다.
그게 최악의 선택이며 불합격의 지름길임을 기억하라.
9.
제발 좀 대사를 설명하는 문장 쓰지마라.
잭슨은 제발좀 여기서 꺼지라고 말하며 문을 열고 나가 오토바이 키를 서랍에서 꺼내 궁시렁거리며 눈썹을 실룩거렸다.
이런식으로 대사와 행동과 설명을 마구 뒤섞지마라.
참고로 나는 탕수육 부먹을 경멸하며, 팥빙수 시켜놓고 제일먼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섞기부터 하는 놈과는 절교한다
10.
글에 대해 쓸 건 많은 데 계속 생각나는대로 시리지를 이어서 계속 쓰겠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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