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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와 팩트fact영화과 2013. 9. 20. 02:13
객관이 주관을 이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객관이, 주관을 이긴다.
'열정적이다. 열정적이다. 정말 열정적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연극을 사랑한다...'
이런 공허하고 모호한 말
이젠 지겹다.
지겹다 라는 말이 딱 맞다.
나도 지금까지 수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또 그 수만큼의 자기소개서를 봤는데,
이젠 정말 저런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장난
이젠 정말 지겹다.
나도 지겨운데 교수들은 오죽할까?
열정적이다. 라고 그만 말하고,
예를들어 촬영분야라고 했을때
지방학생으로서 촬영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을 느꼈지만, 어떤 촬영장비를 어떠어떠하게 어렵게 구해서 어떤 작업을 했고, 어떤 팀에서 활동했으며
고등학생의 신분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어떠어떠한 노력을 했습니다.
= 해당분야의 열정
그러나 고등학생으로서 학업에도 충실하고자, 반드시 방학때만 촬영을 했으며 실제로 내신성적을 2등급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평일 야자까지도 빠지지않고 수업을 듣고, 남은 편집을 밤새워서 마친적도 많습니다.
= 프로패셔널함, 자기관리 (실제 수석합격생이 말했던 내용)
미국에서 고교시절을 보내면서도 미국대학 풋볼팀의 리더, 그리고 다양한 인종이 모인 그 고등학교에서도 어떠어떠한 활동으로 리더쉽을 발휘했으며 실제 귀국후에도 모의법정에서 판사를, 또 어떤 촬영팀에선 연출을, 또 어떤 팀에선 전국 동아리회장을 맡아서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쉽을 키웠습니다.
= 리더쉽
이런게 교수들에게 와닿는다.
위의 사례는 모두 합격생의 예이다.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특히 사변적인 말들 (개인적인 느낌, 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인 의견)은
심사하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입시는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또
설득을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과 fact로 설득해야 한다.
믿음을 준다는 면에서는
사회생활이나
입시나
성공공식이 다를바가 없다.
말뿐인 사람, 또는 거창한 예술론에 빠져있지만 정작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듯이,
예술학교를 준비한다고 할때
너무 느슨하게 생각하고
창의적이란 걸 잘못 이해해서
아방가르드한 자소서,
비약이 심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 엄마, 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안하지만
나는 너의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고
공감할 요소가 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당연하게
그런 대답에선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기억하라.
자기소개서는
일종의 카메라렌즈 같은거다.
너를 보여줄때
1차적으로 평가되고
이미지를 만드는게
자기소개서이므로
철저하게 자기소개서는
너를 깨끗하고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렌즈가 쓸데없는 걸로 꾸며져 있으면 피사체를 왜곡시켜 보여줘 오히려 촬영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자소서를 평가하는데
교수들이 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
공정성이다.
공정한 기준에 의해 학생을 선발해야하는 것은
학생입장에서도 필수적인 일이지만
입시에 대해 뒷말이 안나오기위해서라도
교수 입장에서도
공정함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소서에 부모님의 구체적인 직업이라든가, 공정성을 훼손할만한 사실을 적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입시는 공정해야 하므로
그런 의미에서라도
심사하는 자는
반드시
팩트만을 기준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보고, 저렇게봐도
역시 자소서는 객관성이 절실한 거다.
학생들이 착각하는게 두가지가 있다.
1. 교수를 속일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착각
2. 교수가 너한테 관심있을거라는 착각
교수
속일 수 없다.
예술학교에 있는 선생이라면
입시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학생을 봐왔겠나?
원래 예술이 통찰과 일종의 '촉'의 영역인데 (전문가 적으로 말하자면 '블링크')
게다가 수백, 수천명의 실제 입시경험
그리고 입학 후 뽑은 학생의 다양한 사례까지 경험한 입장에서
교수가 학생보는 것이
얼마나 정확한지 의심하지 말라.
단.
확실히 밝혀둘 것은, 연기과의 경우는 정말 알 수 없다.
교수조차도 그 기준이 항상 바뀌는게 연기과니까
연기과는 너무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그러나
영화나
연출이나, 극작이나, 방송영상이나, 예술경영이나, 영상이론이나
이런 전문화된 분야는
거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학생을 선발한다.
그러니
기준 자체를 비판하지말고
그 기준이
너를 평가하는 또하나의 정직한 준거임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너한테 관심없다.
내가 우스개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심사하는 교수가
너 존경하는 사람 누군가?
라고 물어봤을때
사실
그 교수가
네가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 궁금해서
열흘전부터 구글링해보고, 싸이뒤져보고, 페이스북 뒤져보고, 카카오 스토리 뒤져보면서
도대체 네가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사흘밤낮 식음을 전폐하며
너무너무 너무 궁금해서
면접 때 네게
물어봤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렇다면 모든 질문은 왜 존재하는가?
일종의 너에 대해 검토할 기회를 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너는
그러한 질문에 대해
반드시
너의 객관적인 적합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로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자기소개서로 돌아가자면,
자기소개서는
팩트로 꽉 차 있어야 한다.
이때 학생들이 많이 착각하는게
쓸데없이
자기가 한 일을 쭈욱 늘어놓는걸 팩트위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내게와서 말한다.
팩트위주로 쓰면 오히려 제가 한 일을 쭈욱 나열해서 더 지저분한데요?
확실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팩트를 연결할
하나의 통일성과
관점
논리
가
당연히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네가 다른 학생과 다르게
이 전공에 적합하다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사실 팩트 자체보다 중요한게
그 팩트를 어떤 관점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의
논리와 일관성인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 논리와 일관성이
하루아침에 나오는게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자소서가 드문 것이다.
팩트위주로 간결하고 깔끔하고 한 눈에 보이게 적혀있으면서도
그 속에
관점과 논리와 일관성과 통일성이
느껴져
신뢰가 가는 자소서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리고 솔직하고 정직해야 함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위의 자소서가 너무 힘겹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겠다.
잘 생각해봐라.
한 아이돌의 사생팬을 면접한다고 가정해보자.
면접 때
그 사생팬이 진짜 사생팬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테스트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생팬이
진짜로 오빠를 좋아한다면
면접은
일관되고, 열정적이고, 설득력있을 것이다.
왜냐면
진짜로 그 오빠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거다.
위의 자소서 쓰는 법, 면접에 대한 원칙 따위는
무시해라는 거다.
네가 진실되다면
위의 기준을 무시하고도
최고의 자소서, 최고의 면접을 보게 될 것이다.
세상 그 어떤 방식보다도
효과적인 방식이
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소서, 면접 따로 준비할 필요없다는 예종 재학생들의 주장도
위의 근거에서 나온 것이다.
친구야.
너 자신을 한번 돌아봐라.
팩트위주의 자소서를 쓰기에 앞서서
네가 과연
정말
영화를 찍고 싶은지?
정말 찍고 싶었다면
너는 노력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그 노력과 행동이
환경의 제약안에서
비록 초라했을지라도
네 환경안에선 최선을 다했기에
너의 노력과 행동은 공감과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팩트는 진정성과 연결이 된다.
팩트위주의 자소서라는 말은
진정성있는 자소서를 쓰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네가 정말 영화를 하고 싶은지?
영화가 목적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너의 열정의 대상인지?
그리고
정말로 연기를 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너는
어떤 몰입과 훈련과, 너 자신을 깍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를
정직하게 돌아보아라.
기억하라.
네가 진실되다면
반드시
최고의 자소서, 최고의 면접을 하게될 것이다.
진실이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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