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극작/연출)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특강 (2) -
글쓰기의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학생들 글쓰기는 똑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잘 연구하면 글이 발전하는 면에서도 어떤 공식화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글을 처음 쓰는 학생들은 사건이 분명하지 않다. 대사가 극히 유치하며, 인물을 그 세계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 아닌, 자신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인물로 서투르게 묘사한다. (작품 속에서 양아치를 보여주려면 '그는 참 나쁜 양아치이다'라고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양아치스러운 행동과 대사를 통해 작품 속에 언제나 살고 있었던 것 같은 캐릭터를 실감나게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몇주에 걸친 집중 트레이닝으로 겨우 행동을 통한 사건전개, 사건전개를 통한 이야기전개를 익힌 학생들이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어려움이 바로 오늘 언급하려고 하는 플롯구성이다. 특히 영화과의 경우엔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하겠다.
플롯은 중급 이상의 글쓰기이다. 무슨 말이냐면, 플롯전개를 배우기에 앞서 행동을 통한 묘사와 설명, 대사쓰기와 행동과 사건중심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행동을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무슨 말인를 깨달은 다음에서야 플롯구성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입시생들의 글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문제점은 플롯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야기 자체가 상투적이며, 상투적인 것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야기 자체가 너무 일상적이고 스케일이 작다는 것이고 (특히 여학생, 너희들이 체홉도 아니고, 카버도 아니고, 일본영화감독아니잖아? 나는 잔잔한 일상속의 갈등을 드러내고 싶었다 따위로 핑계대지 말기를 바래. 너희들. 잔잔한 일상속에서 갈등을 드러내는게 가장 높은 수준의 스토리텔링이라는 걸 알고나 하는 이야기인지?)
스케일이 작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야기 속에 어떤 주제도 어떤 형식적 시도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다음과 같다.
보통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스토리텔링의 발전과정을 보여준다.
1. 행동을 통한 사건전개에 눈을 뜬다.
(대사와 행동을 통한 사건전개, 인물의 성격창조 등에 대해 깨닫는 과정)
2. 사건-사건-사건을 통한 이야기 전개에 눈을 뜬다.
(이야기를 사건중심으로 풀어가는 법을 배운다. 행동이 모여 사건이 되고, 사건이 모여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3. 플롯구성에 대해 이해한다. '드디어 갈등이 언급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갈등'이라는 글쓰기의 최대 난제가 언급되기 시작한다. 단순히 사건들을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배치와 구조를 통하여 갈등을 드러낼 수 있는 플롯에 대해 깨달아간다)
4. 이야기 전체를 조망하는 새로운 구조나 주제를 담아낸다.
(이야기를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아낼 수 있다. 구조적 짜임새를 통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하나의 사유를 구조화 할 수 있다)
1-2-3-4의 단계로 스토리텔링은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 요즘 레슨 포 케이아트에선 1과 2의 단계를 끝내고 오늘 수업부터 3의 단계를 수업하기위한 준비를 끝냈습니다. 수업을 끝내고 얻어진 여러가지 결과물들을 잘 정리해서 이 블로그에
'플롯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