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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토리텔링 수업을 하면서 기분이 나빴던게
학생들이 글은 써먹는 거라는 개념에 대해
알듯말듯 저항이 심해서였다.
결국 오늘은 폭팔했지.
나는 가르치는 주관이 매우 뚜렷하기 때문에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무조건 혹독하게 지도해.
흐리멍텅한 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거야.
막연히 되겠지...라는 생각들.
그냥 이 학원 다니면 어떻게 되겠지... 이런 대책없는 생각들.
용납 할 수 없지.
내가 지금 말하는 건
이러면 괜찮을 것 같다, 가 아니야.
나는
무조건
A를 해봤더니 합격하더라.
B를 시도하면 떨어지더라...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입시를 진행하는 스타일이야.
절대로 내 추측과 관념을 가지고 가르치지는 않거든.
가르쳐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합격할 것 같은 글과
실제로 합격하는 글은
매우 다르더라는 것이야.
가장 대표적인게 바로 서사전개야.
학생들의 글은
대부분이
한발자국도 서사를 전개시키지 못해.
정말이라니까?
좀 투박해도
종종 걸음으로 스토리를 확 전개시켜 버리는 학생들이
무조건 합격한다니까?
근데 니들이 생각하는 쌈빡한 글은
내용은 암껏도 없는데
표현력과 묘사로 범벅이 된 글이잖아?
워낙 그런 방식의 글쓰기에 익숙해 있어서
의례히 글을 쓴다고 하면
그런 소설 첨삭식의 방식에 완전 익숙해져 있어.
그래서
기존 문창과 학원을 다니던 학생들은
나한테 박살나는거야.
표현으로 범벅이 되어 있지만
결국 서사적 알맹이는
에피소드의 범주, 꽁트의 범주를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
그리고
그걸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는 학생.
정말 정직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단 한명도
한예종에 합격한 학생을 본 적이 없다니까.
진실로.
단 한명도!!
대신
투박하고
좀 어설프고
글 자체도 처음쓰지만
서사적 전개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학생.
서사적 스케일이 큰 학생.
그리고
독특한 시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이
입시에서
무조건 성공하더라는거야.
매해 반복되는 경험이기에
결과가 뻔히 보이기에
답답한거야.
그런데
그 놈의 서사적 전개. 참 인정하려 하질 않더라.
이상하게 잡다한 글 좀 썼다는 애들이 더 단단해.
아무리봐도
에피소드의 범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글을 써놓고는
상징이래.
구조래.
기승전결이 있다고 강변해.
어이없지.
왜냐하면
니들이 봐야되는 입시는
문장력평가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이고
특히 영화과라면
특히 더 그래.
감독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볼때
단편. 그것도 5분짜리 학부1학년생들 습작밖에 안될
내용과
인물과
줄거리...
즉 콩트에 불과한 글을 갖고와선
네 글이 짜임새가 있다느니
3000자 이내의 글쓰긴데 이렇게 써야되야 하지않냐느니
제발 개소리 좀 하지마라.
이렇게 생각해보면 쉽다.
너라면
30억원을
5분짜리 에피소드에 투자하겠냐는거다.
좀 투박해도
신선한 소재와 인물과
과감한 전개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성
그리고 위트가 넘치는
알짜배기 시나리오에 투자하겠냐?
아니면
무난하게 잘 짜여진 5분짜리 콩트에 투자하겠냐?
교수들은
입시생을 뽑을때
특히
한예종 정도되면
투자하는거야.
제작자가 돈 몇 십억 투자하는것과 다르지 않아.
결국 제한된 자원을
투자하는 거라고.
학부입시는
가능성이 있어.
완성도가 아닌
가능성을 봐.
근데
그 가능성은
학생다운 패기와 열정이거든.
꼬딱지만한 세계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비록 절벽에서 떨어져 머리가 깨질 위험이 있어도
상공을 향해 날아오르길 시도하는
알바트로스같은
글을
반드시 뽑게 되어 있어.
문장력에 대해 고민이 많지?
가장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이 뭔지 알아?
1000자에서 3000자 사이의 글을 쓰는데
쓸데없는 표현이 들어갈 자리란 없어.
문장력이란 것을 보여줄 틈 조차 거의 없는거야.
영화과라면
그 제한된 분량을
무조건 서사로 가득채워도 모자란 분량이야.
결국 최고의 문장은
가장 단순한 문장이야.
어떠한 수식도 없는 가장 간결한 문장.
그게 최고의 문장이야.
가장 간결한 문장이지만
서사전개가 제한된 분량안에 꽉 차 있는 글.
영화 전체의 시나리오가
짧은 글 속에 꽉 들어차 있는 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가 꽉 찬 글.
그리고 그 꽉 찬 플롯을
절대적으로 완결짓는 구성능력.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소재. 그리고 잘 짜여진 인물.
결국 내용이 꽉 차면
표현만을 위한 공간은 없어.
문장력이란걸 보여줄만한 지면의 여유따윈 없다니까!!!
위에 언급한 필수요소들을 꼭꼭 쟁겨넣기에도
3000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량이라니까.
그러니
역설적으로 최고의 문장력을 보여주려면
최고의 구성을 보여주면 되는거야.
구성으로 채워진 글을 쓰면
문장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극복해.
이런게 스토리텔링이야.
이런게 스토리텔링이라고.
이런게 스토리텔링이라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순서가 중요하다.
너는 반드시
기본적 플롯을 구성할줄 알아야 되고
그 다음이 그 플롯을 응용해야 하는거다.
헐리우드 영화들이
거의 100%
기본적인 플롯.
즉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요즘엔
절정 - 전개 - 위기 - 절정- 결말의
가장
기본적인 플롯에서
한발작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아나?
그 플롯에 벗어나는 시나리오는 투자를 못 받기 때문이야.
정말이라니까?
그만큼 안정적이고
확실하며
실패하지 않는
플롯이
바로 기본플롯이야.
기본이 되지 않는데
제발 파격을 시도하지마라.
그건 파격이 아니라
무식한거야.
그리고
제발
에피소드식 글.
위의 기본 플롯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없고
서사전개가 없는
그런 글을 써와서
자꾸 핑계대지마라.
문예합평회를 생각하지마라.
스토리구성평가는
표현능력평가가 아니다.
단!
여기서 극작/연출과와 영화과는 반드시 달라진다.
위의 이야기들은 모두
영화과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극작/연출과는
보다 더 짜임새와
구조를 중요시한다.
구조 !
구조 !
구조 !
구성능력과 짜임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그런데 이 구조를 착각해서는 안되는게
구조적 글이라는건
역시 콩트가 아니라니까.
구조적 글이란,
사무엘 베케트의 글처럼
글의 구조와 형식 속에
주제를 담아내는 글이라니까 !!
기다리는 행위 자체가 인간 삶의 상징이 되는 구조 = 고도를 기다리며
그리고
영화중에 그런 구조를 잘 쓰는 작가가
역시 이창동이지.
시의 순환구조
박하사탕의 거꾸로 돌아가는 플롯. 그러나 결국 출발점에 서서 희망을 감춰두고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서사적 플롯.
이런 구조를 써야하기에
훨씬 훨씬 훨씬
더 실력이 뛰어나야 합격해.
무자비하게 글을 많이 써야한다니까 !!
극작연출과는 스토리텔링에 하루 8시간 이상은 투자해야 돼 !!
위와같이 좀 허술하더라도 과감한 아이디어로 전개하는 영화과 방식보다는
보다 더
치밀한 글쓰기 훈련이 필요한게
극작/연출과야.
추가로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면.
한예종 교수들도 이 블로그 보기 때문에
올해 입시는
스토리텔링이 아예 안나올수도 있다는걸 유의하길.
기획안을 작성하라거나...
편지를 쓰라거나
대사를 쓰라거나
광고문구를 만들라거나
그림을 그리라거나
등등의
독특한 시도의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으니
스토리텔링과 함께
다른 방식의 창의적 표현도 모두 대비해야 할꺼야.
근데
창의적표현에도 결국
구성능력이 들어가야 하니까
결국 다 같은거야...
물고기를 잡으려 해선 안되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거지.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너무 정확해서
교수님들의 직접적인 견제가 있어왔어...
솔직히 교수님들은 이 블로그 좀 안봤으면 좋겠지만
그만큼 내가 '치명적'으로 가르치고 있다는것을 증명하는거니까
웃어야되나? 울어야되나?
요즘엔 영화과 재학생들이 과외할때도
내 블로그 내용을 가지고 가르친다더군.
고마워해야되나? 인정해줘서?
그래서 이 블로그에 적힌 모든 정보들은
실제 입시에선
모두 반대로 나올수도 있다는거야.
그러므로
디테일이 아닌
어떤 형태가 나와도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물고기 잡는 법을
익혀두길.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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