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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읽기> 연기는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향하는 것 (한예종연기과,연기입시,서울예대연기과,연기학원)연기과 2016. 7. 14. 23:28
연기를 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연기는 바깥으로 향하는거라고 생각하는거다.
연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바깥/외부를 의식한다.
보여주기를 의식하는거다.
마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간 여자들처럼.
그러나
전시성은 연기행위와 가장 반대되는 행위이다.
왜 그럴까?
연기를 한다는 건
보통 어떤 배역을 맡는다는 말인데
배역을 맡는다는건 누군가 창조한 세계 (예를들어 연극이건, 뮤지컬이건,영화건)
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이다.
즉 스토리 속 인물의 삶을 행위하는게 연기인데
이것은
삶을 꾸민다는 말이다.
삶을 꾸미는 것의 가장 반대되는 말이
배우 자신을 전시하는 거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연기가
다르다는걸 알겠지?
그래서 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배역을 잘 소화한다는 말이며
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배우 자신을 더욱 더 확고하게 감춘다는 말이며
작품 속 캐릭터가 더욱 더 뚜렷하게 표현된다는 말이다.
물론 현대연극. 혹은 현대예술에서는
일부로 이러한 배우의 전시성을 작품속에 의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브레히트의 연기론을 들 수 있다.
게스투스라고 불리는 브레히트의 연기방식은
배우의 자아를
감추지 않고
의도적으로 공연속에서 드러내
끊임없이 관객을 자극한다.
이것은 생소화효과의 연기적 방법론이다.
예를들어
극중 햄릿 역을 맡은 진중권이라는 배우가
연극 중에
'아 제가 진중권인데요.
제가 연기한번 해볼께요. 햄릿 연기'
이러고 햄릿 대사를 하다가
'아 잘 안되네요. 다시한번 해볼께요'
이런식으로
배우 자신과 극중 인물을
넘나들면서 연기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입시는
다소 클래식한 것을 추구하므로
생소한 연기는
나중에 좋은 연출가를 만나서
신선하게 도전해보기로 하자.
그런데 문제는
너는 전혀 생소화효과를 의도한게 아닌데
연기를 못해서
생소화효과가 의도치않게 유발되는 경우다.
그럼 면접보는 교수가 칼같이 끊고
'예~ 수고했어요~' 를 외치는 거다.
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자신을 잘 드러낸다는 말이 아님을 알겠지?
오히려 그 반대란 것을.
그러므로
연기는 1차적으로
바깥이 아니라
안을 향한다.
위대한 배우들 중에 내성적 성격이 많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입시에 성공하는 학생들 중에도 내성적 성격도 많다.
그런데 무대위에선 전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도 참 배우로서 매력적이다.
연기는 자신을 찾는 여행이다.
왜냐면
화가는 캔버스로, 조각가는 오브제로, 바이올리스트는 바이올린은로 예술을 한다.
이들은 예술가 와 예술표현수단이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연기자는
지 몸뚱아리 자체가 곧 예술표현의 수단이다.
예술가와 예술표현수단이 분리되지 않은게 연기예술의 특징이기에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번째로 몸뚱아리에 대한 관리와 훈련이 중요하다는거다.
몸뚱아리가 통제가 되어야하고
몸이 훈련되어야하고
발성과 발음같은 기초적 딕션이 잡혀야 한다.
1차 당일대사에선 이런 기초적인 면을 집중해서 본다.
두번째로는
너의 삶 자체, 너의 인격 자체, 너 자체가
고스란히 무대위에서 드러난다는 말이된다.
그래서 연기자들은
삶 자체가 자신의 예술표현수단이 된다.
비비안 리가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에서 블랑쉬역을 하고
그 트라우마에서 그의 인격자체가 달라지고 그 영향에서 결국 평생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듯
연기자에겐 그의 삶이
곧 표현수단이며
연기가 곧 삶이고, 삶이 곧 연기인
운명 속에 빠져들게 되는 거다.
그게 배우의 조건이고
특권이며
배우의 가장 숭고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향하는 연기는
결론적으로
휼륭하게 바깥을 향하게 된다.
안에서 바깥으로 흐르게 된다는 말이다.
왜냐고?
원빈이 있다고 쳐보자.
원빈이 너희 집에 서있다고 생각해봐라.
원빈은 안으로 향한다.
그냥 자기 일상을 산다.
커피 마시고, TV보고.
그런데
원빈을 보는 너에게
원빈이 영향을 주냐? 안주냐?
준다.
원빈의 에너지가 바깥으로 흐른다는 걸 알겠는가?
쉽게 이해하라고 예를든거다.
네가 안으로 진실되게 들어가면
위대한 감독, 연출자, 작가들이
너를 도구삼아
훌륭한 인물을 설계하고,
훌륭한 세계를 구축해서
관객의 마음을 훔칠 것이다.
연기란 역설적이다.
가장 훌륭하게 안으로 향하는 연기가
가장 파괴적으로
외부로 향하게 된다.
밀양에서의 전도연 연기를 생각해보면 쉽다.
아들을 죽인 살인자가 회개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전도연이
교도소를 나서
투벅 투벅 걸어가는 장면.
나는 이걸 수업시간에
등으로 하는 연기라고 우스개소리로 말하곤 하는데
이때
전도연이
바깥을 의식하고
보여지는 걸 의식하고 연기할지를 생각해보라.
전도연은
끊임없이
속으로
속으로
속으로
침잠하고
있는거다.
그러나
그 장면은
스크린을 뚫고 나올 정도로
카리스마 있고
전달력있다.
그러니
연기는 바깥으로 향하는거 아니다.
안으로 향하는거다.
안으로 향하면
결국
바깥으로 터져나온다.
그게 연기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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