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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는 작은거다 (한예종 영화과, 한예종 내신 반영비율, 한예종 언어, 영어, 1차, 논술, 한예종 기출)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4. 9. 21. 11:57
디테일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작년에 영화과 1차합격생이 모여있을때
마지막 수업. 즉 2차 시험을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수업을 했을 때
강조했던 것이 3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디테일이다.
2차합격생이 13명 정도되었던 것 같은데, 최종 8명이 합격했으니
꽤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고 볼 수 있다.
입시는 작은거다.
예술은 작은 것을 찾는거다.
왜 그럴까?
착각하지 마라.
우리는 큰 걸 담아야 한다.
사유가 작은 걸 말하는게 아니다.
영화가 담는 울림이 작아야 한다고 강변하는게 아니다.
질문하나 해보자.
영화가 인생보다 큰가?
당연히 아니다.
인생이 영화보다 항상 크다.
그렇다면
왜 영화를 보는가?
히치콕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에서 재미없는 걸 빼고 남은게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스토리텔링 전문가, 로버트 맥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토리는 곧 인생에 대한 메타포 = 은유
라 한다.
그렇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은
인생을 바라보는
일종의 창 이라고 보면 된다.
예술은 깃발이 아니고
창이다.
예술이 등대가 되려고 할 때
선교극, 선동극, 종교극이 되어 버린다.
창을 통해 들여다보여주는 것
예술은
창이기도 하고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세상을 보고
또한
우리를 본다.
이런 거울을 생각해보라.
대부분 창이지만
불을 끄면 (고독의 시간)
거울이 되서
내 얼굴을 비추는
그런 유리거울을 생각해보자.
윤동주가 서시에서 말한
청동거울같은
그런 유리.
그것이 예술이다.
메타포라는게 뭔가?
축소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은유는
축소판인거다.
인생이란 거대한 한 단면을
축소시켜 놓은 거다.
스토리란, 인생에 대한 메타포라는 로버트 맥키의 말을 따르자면
예술은 곧 인생에 대한 축소판
= 즉 예술은
축소판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친구야.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영화를 통해, 예술을 통해, 극작을 통해, 연출을 통해
큰 꿈
큰 사유
큰 메세지를
의도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오히려
큰 메세지를 증폭시키기 위해서라도
너의 예술은
작은 것이어야 하는거다.
생각해보라.
영화가
큰 걸 의도했으나
절정이후 작은 걸로 봉합된 영화.
이것저것 엄청난 메세지와
엄청난 주제와 소재를 던졌으나
아무런 의미의 확대도 일어나지 않은 영화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생각해보라.
좋은 영화는
아주 작은 삶의 한 요소에서
거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작은 걸로 시작했으나
극장을 나올때
관객의 가슴속에는
거대한 꿈
거대한 인식
거대한 공감
거대한 울림이
담겨져 나온다.
큰 울림을 주기 위해
큰 걸 의도할 필요가 없다.
관객의 가슴속에는
저마다의 증폭장치가 있어서
각자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거대한 시그널로 변환가능하다.
그러므로
예술적이란 말은
작은 것의 싸움이다.
이 작은 것의 싸움을
우리는
디테일이라 한다.
그러므로
떨어지는 학생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짧은 입시 글에서 조차
거대한 것을 추구한다.
한 방 있는 반전 (내 생각에 영화에 반전이란 용어는 없다. 영화 그 자체가 곧 반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반전은 의도된 한방짜리가 아니라, 매 장면, 매 순간이 예측불허한 관객과의 머리싸움 = 즉 반전의 연속인 것이다)
자극적인 소재 (납치, 강간, 살인)
엄청난 설정 (남과 북의 핵전쟁 같은)
이런 거대한 것을 의도하나
그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던져놓기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반대가 되야 한다.
작은거에서 시작해, 작은 걸 통과해서
큰 울림을
관객 스스로의 삶에서 건지도록 하자.
네가 큰 울림을 준다고 큰 울림을 전달받는게 아니다.
작은 것이
관객의 삶을 비추어져서
거대해 지도록
하는게
바로
메타포의 진짜 의미이다.
그래서 로버트 맥키는
관객의 삶을 비추어보게 하는
스토리가
궁극적으로 좋은 스토리라고 언급한것이다.
또
입시는 작은거다.
비단 스토리만 작아야 하는게 아니라
너의 삶도 작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너의 작은 삶 속에서
보물을 견져올릴 줄 알아야 한단 말이다.
입시생들은
뭔가 거대한 실적을 찾으려 한다.
영화제 수상 같은 경력이 없으면
한예종 영화과 특별전형 같은건 엄두도 못낸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예종 영화과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지만
성대 영상학과 같은 경우엔
특별전형에서 영화제 수상자라고 해서 입시에서 크게 유리한 것도 아니란 게 함정이다.
작은 거지만
고등학생답게 그 작은 걸
자신만의 사유로 풀어내고, 무언가 성과를 만들어보는
지극히 학생다운
작업이면 충분하다.
절대로 영화제 수상 등으로 입시를 대신하고자
공부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 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게 너의 삶이고
정당한 너의 예술을 만드는 이유가 된다면
빵집 아르바이트를 말해야 한다.
너의 경력으로. 자신있게.
그런 학생이
합격한다. 반드시.
거창한 실적을 가지고 거창한 예술을 하는게 아니다.
작은 곳에서 입증한 사람이
큰 걸 맡아도 입증해내는 것이다.
아직은 고등학생이라면
작은 것에서 입증하는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다.
단.
자기 스스로를 믿고 신뢰할 힘이 있는 사람에게
그렇단 거다.
네 삶에 대해
네가 소신을 갖지 않으면
그 누가 너의 삶에 소신을 가져줄까?
그렇지 않은가?
네 스스로 너의 삶에 대한 확신, 너의 예술에 대한 소신이 없는데
입시에서 교수가 너의 소신을 발견해줄 수 있을까?
순서를 알겠나?
근거 있어서 소신을 갖는게 아니라
소신이 있기에 근거가 발견되어지는 거다.
왜냐?
너의 삶이
정말 평범하기 그지 없다 하더라도
그 평범함 또한
예술이라는 창을 통과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메타포가 되기 때문이다.
평범한 것은
때론
훌륭한 공감의 원천인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과연 그 영화들이 비범하고, 화려해서 좋아하는가?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는 파이란의 결말을 보면서, 또 주인공의 내면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너는 내 운명에서 면회장에서 스피커를 뜯으며 서로 울부짖는 그 장면을 보면서
밀양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 객체가 양손으로 받쳐올려준 거울을 통과하여
그림자 옆에 작은 햇볕이 드는 것
그런
작고 작은 장면들 속에서
인생이란
거대한 사유를
끌어올리곤 했다.
난 그런 평범함을 사랑한다.
네 인생이 평범하다면
그 또한 특출남의 원천일 수가 있다는 말이다.
단.
중요한게 있다.
너의 삶속에서 예술성을 끌어낼 수 있는
그만큼의
철학과
사유와
성찰의 힘이 필요하다.
성찰없는 평범함은 평범함이 아니라 진부함이 된다.
평범함 속에 성찰이 들어갈 때 평범함은 공감의 이유가 된다.
입시는 작은거다.
연기도 작은거다.
서충식 연기과 교수가 맨날 수업 때 하는 말이
연기는 작은 걸 찾는거다 란 말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작은 것에서
큰 공감을 이끌어내라.
거대함을 버리라.
거대함을 붙잡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입시에서 거대함을
버려야 한다.
입시는 작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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