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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과 아이디어의 순서문제 (한예종 영화과 극작과 연출과)영화과 2013. 1. 29. 05:44
좀 간결하게 이번 포스팅은 쓰려고 한다.
일단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이란 책은 좀 읽자.
진짜 좋다.
오늘은 순서 문제를 좀 다루려고 한다.
플롯은 순서가 중요하다.
우리가 플롯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글을 잘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플롯을 공부하는게 아니란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좋은 글을 쓰기위한 도구로써 플롯에 따라 글을 쓰는게 아니란 말이다 !
그 어떤 작가가
기-승-전-결에 맞춰서 글을 쓰겠는가?
어떤 아이디어를 6단계 플로팅에 맞춰서 쓰겠는가?
어떤 소재를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롯에 맞춰서 쓰겠는가?
플롯을 일종의 붕어빵 틀로 생각해서
거기에 맞춰 쓰면 좋은 글이 나올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순서의 문제이다.
순서가 잘못되었다.
바른 순서는 이것이다.
아이디어가 먼저다.
통찰이 먼저, 직관이 먼저, 영감이 먼저다.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휘갈겨 쓰는게 글이다.
아이슈타인 역시
수학에는 다소 뒤떨어져서
주변 수학자들의 도움을 매우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남다른 영감이 있었다.
남다른 직관이 있었고
아이디어가 있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듯
철저하게 계산한 끝에 어떤 공식을 도출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직관만이 교감을 통하여 통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의 성과는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게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바로 나온다'
바로 아이슈타인이 한 말이다. (로버트 루드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서 인용)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아이슈타인의 표현을 따르자면,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
아이슈타인에게 수학은 부차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말이나 다른 기호들은 이차적인 것들이다. 심상이 먼저 나타나서 내가 그것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말이나 기호가 필요한 것이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버라 맥클린턱은 이렇게 말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직관적으로 알아낸 어떤 것을 과학의 틀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를 위해 형식이 있는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직관이 먼저이고
그 직관과 아이디어를 번역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틀이 바로
예술형식인 것이다.
몸으로 표현한다면 발레...
연극언어로 표현한다면 연출...
글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작가가 되는 것.
플롯은
아이디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이다.
수학같은 것이다.
아이슈타인이 앞서 언급했듯
수학 그 자체가 아닌,
직관과 영감이 먼저라고 했다.
그 직관과 영감을 표현하고, 과학적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서 수학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스토리를 쓸 때
플롯도 바로 이런 용도이다.
그러므로
플롯을 배워서 글을 쓰려고 하는
미련한
짓을 하지 마라.
그래서 글을 한줄도 쓰지 못하는거다.
이야기를 짜맞추려고 하니까
뻔하고 뻔한 이야기를 쓰게되는거다.
그럼 어떻게해야하는가?
그냥 써라 !
연출가 이윤택의 강의를 들은적이 있는데
이윤택의 스토리강의는 너무 명쾌했다.
'써!'
'중간에서 잘라!'
'자른데서부터 시작해!'
이게 전부였다.
그러니까
일단 직감에 의해 영감에 의해
마구 써내려가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나서
플롯의 체계와 플롯의 합리적인 규칙안에
너의 직감과 영감의 세계를
정리하고
배열하고
구성하는 것이다.
마치 음악가가
자신의 영감을
악보라는 형식을 통해 번역하듯이
악보를 통해 재구성하듯이.
그래서
누구나 악보를 보고
그 무형의 영감을
공유할 수 있듯이 -
플롯은 악보쓰기와 같은 것이다.
먼저
머리 속에 직관과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것은 먼저 짜맞추고
먼저 구성하려고 덤벼들면 파괴된다.
그냥 떠오르는 것이다.
직관이고
아이디어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지금 내가 푹 빠져 있는 책 중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책이 바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인데
이 책을 몇번 정독하고 난 다음에는
아마
이 직관과 아이디어의 세계에 깃든
과학적 패턴에 대해
포스팅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결론을 내보자.
순서가 중요하다.
플롯이 먼저가 아니다.
플롯은 나중이다.
먼저
직관적으로 글을 써라.
그리고
그 직관을
플롯을 통해 구성하고
배열하고 체계화하고 언어화하라.
플롯을 그렇게 써먹을 줄 알게될때
너는 플롯 때문에, 구성때문에 더 이상 애를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너의 플롯이 너무 짜맞춰졌다는 지적도 더이상 받지 않을 것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미리 다음 포스팅을 예고하면,
다음 포스팅에선
플롯의 기성품적인 속성에 대해 언급하겠다.
플롯은 일종의 팬티같은 것이다.
무슨 말인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겠다.
그럼. 오늘 하루도 필승 !!
intheatre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수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과정 중퇴(비평)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간사/ 한국예술종합학교 TA
현) 레슨 포 케이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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