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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적 글쓰기 (한예종 영화과 서울예대 영화과 한예종 극작과 연출과)영화과 2013. 1. 23. 08:57
증언적 글쓰기 (한예종 영화과 서울예대 영화과 한예종 극작과 연출과)
요즘 이 블로그를 통해 과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언급한 책들은 필독서 목록에 곧바로 오르고, 이 블로그의 방식 그대로 소그룹 과외에 써먹는다고 한다.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고맙다)
어차피 나의 아이디어들을 통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전반적으로 는다면
그건 내게는 기쁜일이다.
그리고 어차피 예술공부는 각자의 적용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내 방식을 숨기거나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입시는 항상 바뀌기 마련이기에
이 블로그에 올라온 정보들은 곧바로 지나간 것이 되고 별 쓸모없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답습보다는
응용과 적용이 중요하며
응용과 적용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것은 그 학생의 것이다.
이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모든 영광은 학생이 독차지하는게 정당하다.
어차피 한예종 입시는 하나의 시작이며
한예종 입시에 영원히 묶여 있을수는 없다. 예술학교 -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담론과 방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열린 형태의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기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아낌없이 이 블로그를 통해
모두에게 공개할 것이다.
입시를 하다보면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는다.
특히
영화과 글쓰기는 어떻게해요?
극작과 글쓰기는 어떻게해요?
뭐가 달라요?
문창과 극작과의 차이는 무엇이예요?
등등의 질문을 항상 받는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고 한다.
글쓰기의 유형을 나눠보는 것으로
상당히 유익한 포스팅이 될 것이다.
서사문학은
극문학과
소설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극문학과 소설문학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바로
극문학은 사건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소설의 경우에도 사건은 나타나지만 내면화되어 나타나거나 극작품만큼 비중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시의 배경을 살려 소설화 했을 때
사건을 터트리기보다는,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부각한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임철우의 '사평역에서')
만약 극문학이라면
위의 소설과는 달리
사건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이 충돌하게 그렸을 것이다.
소설은,
각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관계한다는 점에서 극문학보다는 다소 자유롭다.
전지적 시점에서 고통스러운 개인사를 들려주는 것도 가능하기에
인물간에 대립하지도 않고,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사건도 커지지 않지만
소설은 충분히 드라마적 요소를 전달가능하다.
그러나 극문학은 다르다.
오직 사건과 인물과 대립등의 행동적인 요소들로만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갈 수가 있다. (물론 부조리극 등 이러한 형식에서 자유로운 아방가르드 극 작품도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점은
극 문학과
소설 문학의
장르적 차이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극작과
연출과
영화과
등
거의 대부분의 학과에서 평가하는 글쓰기 유형은
바로
서사적 글쓰기 중
극적 글쓰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전지적 관점에서 다양한 심리묘사가 가능한 소설과는 달리,
강력한 사건
인물들 간의 충돌
등의
극적 요소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극적 글쓰기의 여러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포스팅을 통해 여러번 언급했으므로 일단 넘어가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언급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극적 글쓰기 중에도
연극에 해당되는 극작과와 연출과 글쓰기와
영화과 글쓰기가 다르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괴롭혀 온 질문이다.
극작과, 연출과와
영화과 글쓰기는 뭐가 다를까?
다시말하자면, 영화과 입시에서 쓰는 영화적 글쓰기는 과연 무엇일까?
일단 영화과 글쓰기는
서사적 글쓰기이며
극적 글쓰기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영화과 글쓰기와 극작/연출과 글쓰기의 형식적 차이는 없다.
다만
평가기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극작/연출과에서 평가하는 기준과
영화과에서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글쓰기의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길게 말할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
영화적 글쓰기에 대해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증언적 글쓰기'이다.
참고로 말하면
이 포스팅에 올라오는 모든 개념과 모든 아이디어는
100% 내가 수업현장에서 가르치고 지도하고 학생들의 성공과 실패를 함께하며
정리하고 개념화한 순수한 창작 아이디어들이다.
이 '증언적 글쓰기'라는 개념 또한
내가 만든 개념이다.
영화과 글쓰기는
바로 증언적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증언적 글쓰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극작/연출과 나 서사창작/문창과 적 글쓰기와는 다르게
제출하는 종이 안에 하나의 완성된 창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아닌,
너의 머리 속에 있는
한 편의 구체적인 영화의
서사와
인물과
전개와
미장센과
내용에
대한 개념/ 및 스토리에 대한 증언을 기록한 형태의
글쓰기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영화적 글쓰기란
하나의 소설이나 하나의 완벽한 허구를
완성도 있게 써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머릿 속에 있는
영화를
개념적으로 풀어서 설명한 글이라는 것이다.
즉
영화과 입시에서 써야 하는 영화적 글쓰기는
시놉시스와
완성된 이야기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글쓰기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글 안에서 완성지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너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거나
글로 평가받으려고 하지마라.
영화감독은 소설가가 아니다.
허구적 글쓰기를 잘하는 게 관건이 아니라
허구를 잘 상상하고 설계하는 그 자체가 관건인 것이다.
즉
허구적 글쓰기가 아닌
'허구'
그 자체의 아이디어나 창의성이나 소재나 흥미나 등등이 중요한 것이다.
영화과 글쓰기인
증언적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글이 아니다.
글은 하나의 머릿 속 영화에 대한 모사/ 혹은 묘사/ 혹은 개념정리일 뿐.
결국 영화적 글쓰기에서 네가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글이 아니라
글을 통해 전달해주는
네 머리 속의 영화
그 자체 아니겠는가?
즉
증언적 글쓰기를 하면서는
머리 속에
한편의 영화과 매우 자세하고 생생하게
전개되고
완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겠다.
영화과 입시에서 글을 쓴다면
이런 느낌으로 쓰면 된다.
영화 장면을 구체적으로 머리 속으로 그리면서 써야 한다.
포탄은 어떻게 튀는지
카메라는 어떤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는지
색감은 어떤지
온도는 어떤지
그리고
장면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네 머리 속에 생생한 영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영화 장면이 없이
글을 쓰면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관념적이고
아무런 사건도, 행동도, 인물도, 갈등도 없는
하나의 개념강요적 글이 된다.
그러므로
네가 영화과 입시에서 글쓰기를 한다면
반드시 영화를 먼저 머리속에 그리고
그 장면들을 편하게 떠오르는대로
문학적 표현이나
장르나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네가 쓰고 싶은대로 쓰면된다.
즉
영화적 글쓰기의 관건은
글쓰기가 아니라
머릿 속 영화가 얼마나 구체적이며 얼마나 생동감있고 얼마나 전개가 뛰어나냐 얼마나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는가 하는 점이다.
증인적 글쓰기를 하라.
예를들면
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나레이션 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는 흑백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이후 점점 색이 들어오며 - 무엇이 흔들리느냐...어쩌고 저쩌고...아니다. 흔들리는 건 오직 네 마음 뿐이다 -
한 남자가 있다. 깨끗한 외모에 다부진 체격. 정장이 잘 어울린다.
장소는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 주인공은 식사 중에 호출을 받고
호텔의 비밀통로에 이어진 룸살롱으로 들어간다.
시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룸살롱. 들어가는 길에 TV를 보고 있는 떡대들을 혼내고 B를 데리고 룸살롱에 들어간 주인공 A. 방안에는 진상을 떨고 있는 깍두기 3명이 룸안에 앉아있다. 거하게 차려놓았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돈을 내지 않고 버티고있는 인상이다.
정중하게 셋 셀 동안 나가라고 말하는 A. 셋이 나가지 않자 A. 룸의 문을 걸어잠그고 곧바로 깍두기 3인과의 격투.....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의 초반씬을 증언적 글쓰기로 한번 써보았다.
위의 예는 하나의 예일 뿐이며
위의 방식이 입시에 통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입시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고
다양한 글쓰기 방식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통용된다.
어떤 획일적인 기준이란 없다.
제발 예술입시를 하면서
어떤 정답을 내게 강요하지 말라.
이분법적으로
영화과에서 써야할 글쓰기가 뭔지
100% 합격하는 글쓰기가 뭔지 묻지말라.
그런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
다만
위의 글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확실한 영화를 붙잡고
그 영화에 대해
술술 풀어내듯이
증언하듯이
쓰면
된다는거다.
그럼 너무 길어지지 않느냐고?
그 유명한 몽타주이론처럼
네가 쓰는 글쓰기가
모든 전개를 다 쓸 필요는 없고
몇몇 사건과 장면. 즉 씬을 위주로
구성하면 될 것이다.
씬과 씬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은
오히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하고 풍성하게 생각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영화적 글쓰기는
증언적 글쓰기이다.
증언적 글쓰기는
형식에 제한이 없다.
그리고 표현방식이나
완성도에도 제한이 없다.
그런것은 평가기준이 아니다.
오직
평가기준은
영화감독으로서의 디테일한 창작능력이다.
그러면 이 글을 마치면서
영화과 입시에서 문장력이나 형식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성해내야하는 기준은 어떤게 있는지 언급하고
포스팅을 마치겠다.
1. 아이디어
영화과 글쓰기에서 반드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아무리 글이 어설퍼도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확실한 아이디어는 결국
이야기를 이끌어갈 소재와 인물과 공간을 구체적/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런 소재와 인물과 공간을 가장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 앞서 언급한 증언적 글쓰기인 것이다.
사실
헐리우드의 뛰어난 영화들도
까놓고 보면 플롯자체는 별거 아닌 영화들이 많다.
어떤 플롯도 새롭기는 힘들다.
플롯 자체를 혁신적으로 쓸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그건 한예종 입시가 아니라
당장 칸 영화제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아바타도 까놓고보면 너무 평범한 플롯이며
타이타닉도 그렇다.
그러나 위의 두 이야기를 두고 그 누구도 평범하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바로 소재가 워낙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소재)
양들의 침묵 역시 플롯은 평범하나,
감독이 그려낸 인물의 파괴력이 너무 대단하다. (인물)
이에 비해 쉰들러 리스트는 어떤가?
이 이야기는 공간과 시대적 배경이 가지는 힘이 대단한 작품이다 (공간)
이렇듯
영화에서
플롯 자체로 승부하는 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대부분
창의적인 요소로
소재와 인물과 공간으로 승부한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승부하라.
2. 이야기구성 즉 플롯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평가기준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야기의 짜임새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 플롯을 어떻게 짜느냐
앞서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composition으로
극적 구성과 짜임새와 구성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짜임새란
로버트 맥기의 표현에 의하면
인과관계
논리
그리고 일관성이다.
앞의 사건과 뒤의 사건이 연쇄되며
이야기가 묘사하는 상황이 논리적으로 벗어나지 아니하며
인물들의 행동과 사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1. 평행상태 (결핍적 주인공)
2. 사건의 발생 (주인공의 목숨을 건 도박이 시작되는)
3. 사건의 점층
4. 사건이 깊어지고 주인공의 고난도 더욱 깊어짐
5. 갈등의 폭발과 클라이막스 (주인공의 성장)
6. 결말과 평행상태의 회복 (완벽한 성취 혹은 처절한 몰락)
으로 구조화 할 수 있는
플롯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다.
3. 예측불가능함.
내가 수업시간에 반드시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비끌어짐'의 개념이다.
시인들이 쓰는 용어인데
의도적으로 비약/ 비논리적인 표현을 써서 오히려 글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극적 글쓰기에도
비끌어짐의 개념이 필요하다.
너무 짜맞추려고 해서
식상하고
뻔한 전개로 이어지는
영화가 너무 많지 않은가?
특히 한국영화 중에서도 스릴러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평행이론이나 더 게임 같은 영화들은
설정은 참 매력적이지만
너무 예측가능한 전개
너무 짜맞추려고 한 의도가 확연하게 보임으로
오히려 작품이 경직되고
뻔해 보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비해
우아한 세계나
달콤한 인생과 같은 영화들은
비끌어지는 요소 (조폭 세계 속의 가장의 삶이라는 소재의 비끌어짐, 장자적 요소와 모호한 사건처리 등으로 재미있게 전개함)
등이 있기에
더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서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구성을 하되
구성을 의도적으로 벗어나는
다양한 요소들을
잘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히치콕이 말한 맥거핀이 좋은 예라고 하겠다.
결론을 말한다.
영화과 입시에서 글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다.
이야기 구성능력평가이며
이것은
극적인 사건을 구성하는 능력을 평가하며
이런 종류의 글쓰기라면
시놉시스와 소설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증언적 글쓰기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면서 포스팅을 정리한다.
오늘은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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