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는 없다.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3. 1. 11. 11:39
나란 사람도 많은 모순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모순 덩어리라 하겠다.
특히 내가 많이 빠져왔던 오류는
독설과 아집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내가 옳다는 자의식이 매우 강한 사람이고
추진력이 강한 반면
사랑이나 애정이나 존중이나 배려가 부족하다.
상대방이 상처받더라도, 내가 옳다면, 상대방은 그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많은 상처를 주고 살아왔다.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
돌아보면,
'솔직히'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살아왔는지.
그러나
'솔직히'는 없다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는다.
정말 상대방을 위한다면
상대방의 성장을 지켜봐주고 인내해줄 기다림도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라는 말은
상대방이 성장할 가능성을 닫는 말이다.
정말 그 사람을 위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끝까지 기다리고 배려하고 이끌어주고 보듬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솔직히'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쉽게 주고들 사는지
나도 그런 직설적인 모습이 옳다고 믿어왔지만
그건
내가 인내심이 매우 약한 사람이라는걸 증명하는 꼴밖에 안되어온 거다.
아직도 서툴고 부족하지만
올해는 학생들에게 먼저 손내밀고 기다려주고 인내해주고 그리고 끝까지 온맘다해 이끌어주고 싶다.
그리고 목표와 성장이 아니라
한 명의 학생을 위한 마음으로 가르치고 싶다.
독설과 아집에서 벗어나고 싶다.
반드시 어제보다는 나는 오늘, 오늘보단 나은 내일이 되고 싶다.
일기를 이런 곳에 쓴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일기는 담부터 노트에 쓰도록 할께.
'솔직히'라는 이름하에
우리는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 산다.
그러나
대상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솔직히' 라고 말할 필요없이
끝까지 인내하고 사랑하고 기다려주고 이끌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다보면,
결국 모든 플롯은
주인공의 결핍에서 시작되고
그 결핍을 벗어나는 성장으로 마무리된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도 하나의 플롯이라면
나도 나의 모순과
결핍을 딛고 일어서
성장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한다.
사실 로버트 맥기가 말했듯
결말이 처절한 몰락으로 끝나든, 감동적인 승리로 끝이 나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스토리텔링 자체에 인생의 통찰이 숨겨져 있다.
햄릿이 위대한 이유, 우리가 햄릿에 공감하는 이유는
그의 결말이 아름답거나
그의 성취가 위대하거나
그의 복수가 이뤄져서가
아니다.
우리는 햄릿이 고뇌하는 인간, 결핍을 안고 그 결핍을 견디며 그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기에
공감을 한다.
오늘 하루 처절하게 고뇌하고 부딪히고
결핍. 그 두려운 상황에
조금씩 맞써나가며
조금씩 성장한다면
그것이 인생. 극적인 인생이라고
수많은 위대한 작가(셰익스피어), 철학가(아리스토텔레스)들이
플롯구조를 통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플롯은 인생.
인생을 가장 닮은 것이 바로 플롯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생을 닮은 플롯이 가장 좋은 플롯.
이건 틀림없다.
인생을 담은 플롯.
그렇다면 어쩌면 플롯은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
'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시와 진지성 (한예종 면접) (8) 2013.02.08 신 앞에 선 단독자 (19) 2013.01.14 절대긍정 / 추진력 (16) 2013.01.08 관점의 승리 / 승리의 관점 (0) 2013.01.05 Just fun, not difficult (4) 201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