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거창하다.
그러나 반드시 이 포스팅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험으로 익힌 정말 소중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상담할 때 학생들은 묻는다.
선생님. 저는 한예종에 들어갈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인 실적이 없습니다.
수상경력도 없구요. 영화나 배우로 출연한 경험도 없구요...
혹시 당신이 그런 학생인가?
당신이 지금 어떤 객관적인 경력이 없기에 나는 경력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으라.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한마디 조언부터 드리겠다.
'내가 내 인생 편이 안되어주면 누가 내 편이 될까?'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내가 내 살아온 삶의 편이 안되어주면 누가 내 삶의 편이 되어줄까?'
더 자세히 말하면,
'내가 내 살아온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누가 내 인생에서 가치를 찾아줄까?'
질문하나 하겠다.
예술의 전당에서 올린 20억짜리 공연이랑
우리 레슨에서 학생들이 예산 5만원으로 만든 공연중에 어느 공연이 더 가치있는 공연인가?
혹시 여러분이 전혀 고민없이 전자를 택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아직 '가치'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다는 증거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올린 20억짜리 공연보다 학생들이 올린 5만원짜리 공연이 훨씬 더 가치있을 수 있다.
20억이 들어간 것은 자본의 문제고
규모의 차이일 뿐이다.
왜 5만원짜리 공연이...관객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질 위대한 걸작이 되지 못하겠는가?
그러니
경력은 결국 이것이다.
경력은 내 인생을 내가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경력을 만든다는 것은 지나온 내 삶 속에서 어떤 소중한 가치를 정당하게 찾아내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이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전국어린이글짓기대회 최우수상과 웅변대회와 통일안보글짓기와 어린이전국합창대회 최우수상을 50개 받았다고 해서
여러분이 그 초등학생을 위대한 학생이며 이 시대를 바꿀 위대한 어린이로 평가하지 않지 않는가?
그저 어린 애가 참 고생많다. 왜 저렇게까지 할까...안쓰러워하지 않겠는가?
여러분이 초등학생을 보는 그 시각 정도로
교수들이 여러분 입시생들을 본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교수들이 여러분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분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수상경력이나 실적 따위가
그렇게 사실 별것 아니라는 것이다. 전혀 자랑할 것이 아닌 것이다.
영화과 면접을 이창동이 들어오는데 (물론 요즘엔 안들어오신다)
도대체 영화판 한두번 기웃거리고 고등학교때 청소년영화제에서 상 몇번 받았다고 그게 도대체 먹힐거라고 생각하는가?
이창동이 면접 중에 막 박수치며 눈물흘리며 빛나는 경력을 찬양할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란 걸 알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지도했던 학생 한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다.
이런 사례는 너무도 많다.
너무 너무 많아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포스팅에 쫘악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다.
우울증에 걸려 몇년간 두문불출하던 7수생의 합격기.
머리깍고 절에 들어갔다가 연극촌에 들어갔던 한 영문학도의 합격기.
전교 1등이지만 예술에 대해선 무지했던 한 학생이 당당하게 영화과에 합격한 이야기...
다음에 기회되면 집중적으로 소개하도록 하고
이번 포스팅에는 그 중 한명을 소개하겠다.
어떤 학생이 한 명 찾아왔다.
고3이란다.
연극하고 싶단다.
근데 그 흔한 연극동아리 활동한번 한적 없단다.
예술관련된 활동은 1초도 한적이 없단다.
내신 4등급이란다.
수능도 4등급이란다.
근데 한예종 가고 싶단다.
기가 찼다.
속으로 '이런 학생은 정말 한예종 준비하면 안되는데...'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 들어보니 재밌는게 있다.
중학교때까지 양궁 국가대표였단다.
양궁의 세계를 말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전지훈련가서 뱀을 목에 감는 담력훈련이야기 등등에 귀가 솔깃해졌다.
순간.
머리에 벼락처럼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그 학생은 면접과 자소서 때 이렇게 이야기했다.
'교수님. 저는 예술 모릅니다. 그 흔한 연극동아리 한번 해본적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양궁을 했습니다. 양궁을 한마디로 말하면 몰입입니다. 집중력입니다.
저는 예술은 모르지만
몰입의 아름다움은 압니다.
저는 예술은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예술을 모르지만 어떤 면에선 예술을 가장 잘 준비한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몰입에는 우리나라 최곱니다.
저는 예술에 몰입하는 예술가가 되겠습니다.
기술은 교수님들께 배우겠습니다.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이 학생은 지금 연극원 4학년으로 당당하게 재학중이다.
이것이
경력이다.
경력은
내 인생의 정당한 가치를
내가 찾아주는 것이다.
정당한 가치를 찾았기에
진정 자유로운 것이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것이 경력찾기.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9월 첫째날
in thea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