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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입시는 '피칭'이 생명이다. (한예종 연출과, 한예종 연극과, 연출, 극작, 영화과)영화과 2014. 12. 31. 17:43
'다크나이트' 레고버전
영화과 입시전략의 핵심 - '피칭'에 대해서
오늘은 영화과 입시의 또하나의 중요한 화두. 피칭에 대해서 말해볼께.
우선 피칭이 무엇인가가 궁금하지?
피칭이 뭘까?
피칭이 뭐길래 이렇게 중요하다고 야단일까?
자. 네 궁금증을 해결해줄께.
피칭이 뭐냐면, 네가 영화감독이라고 쳐.
지금 제작자의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제작자가 점심먹으로 가야한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 그리고 네게 말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때까지 네게 시간을 내줄 수 있다고.
그때 네가 그 극도로 짧은 시간안에 네 영화의 컨셉을 제작자에게 이해시켜 제작자에게서 100억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야.
그럼 그 몇십초의 시간안에 제작자를 설득시키는데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네 영화의 컨셉을 전략적으로, 최대한 심플하게, 최대한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 이 능력. 이 피칭 능력이 영화과 입시의 핵심이야.
자 그럼 구체적으로 기출문제를 보면서 가르쳐줄께.
(2006년 영화과 2차시험 기출문제)문제1. (60점)
별지에 주어진 상황 1에, 주어진 상황 2(A, B 중 택일)와 주어진 단어 3(A, B 중 택일)을 포함시켜 단편 영화 시높시스(SYNOPSIS)를 완성하시오.
(답안지 2쪽 이내)
문제2. (20점)
문제 1에서 본인이 작성 한 시높시스의 주제를 밝히고, 그러한 주제를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답안지 1쪽 이내)
문제3. (20점)
문제 1에서 본인이 작성 한 시높시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쇼트(SHOT)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묘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답안지 1쪽 이내)
< 별지 A안 >
(주어진 상황 1)
강남 오피스텔서 2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서울 강남 지역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고 한 여성은 흉기에 찔려 크게 다쳤습니다. 오늘 오전 9시 반쯤 서울 서초동에 있는 20층 짜리 오피스텔에서 29살 김 모 씨가 목이 졸려 숨지고 친구 29살 황 모 씨는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친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새벽 5~6시 쯤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비밀번호로 돼 있는 현관문을 열어준 점으로 미루어 면식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12일 오전 9시25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4동 G오피스텔 4층에 혼자 사는 김모(29.여.웹디자이너)씨가 목이 졸려 숨져있는 것을 여고 동창생 황모(29)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황씨는 “어젯밤 10시쯤 친구(김씨) 집에 놀러왔다 잠자리에 든 뒤 친구 휴대전화 알람소리를 듣고 깨 보니 침대 옆에 남자 1명이 서있었다”며 “나를 먼저 흉기로 마구 찔러 실신을 했고 정신을 차린 뒤 친구가 목에 졸려 숨져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흉기에 찔린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황씨는 경찰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오피스텔이 보안장치가 잘 돼 있고 디지털 장금장치가 있는 현관문 외에는 외부에서 침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데다 사라진 물건이나 금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범인이 일단 김씨와 면식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문감식과 폐쇄회로(CC)TV 화면분석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아침 9시 이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숨진 김씨의 휴대전화 감식이 끝나면 알람 설정시간으로 사건 발생시간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황씨의 정신이 혼란해 진술이 엇갈려 건강을 회복하면 자세한 진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어진 상황 2)
A. 나는 살고 싶다.
B. 나는 알고 있다.
(주어진 단어 3)
A. 빛
B. 냄새
자. 먼저 2006년 영화과 2차 기출문제를 한번 찬찬히 풀어보고 분석해봐.
뭔가 특이한게 보이지?
이 기출문제는 내가 언급한 영화과 시험의 분석하는 글쓰기 유형과 스토리텔링 유형이 혼합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것까지는 알겠지? 그런데 이상한게 있어.
2번문제와 3번문제에서 왜 자꾸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쓰라고 할까?
여기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채, 지루하기 그지없는 글을 쓰게 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전혀 재미도 없게 지루하게 나열하게 되는거지. 예를들면 이런거야.
'이 시높시스의 주제는 사랑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사랑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높시스는 우리 청소년들의 사랑을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그려보고 싶었다. 청소년들도 사랑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식이야. 질문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거지. 질문자는 이런 유치한 대답을 원하지 않아.질문자의 의도는 바로 '피칭'을 하기를 원하는거야.
입시생이 감독이고, 채점하는 교수가 제작자라고 했을 때, 입시생이 쓴 글을 읽는 단 5초의 시간안에 합격이라는 투자를 감행할 수 있게하는 전략적인 대답. 그걸 보는거야.
즉, 2006년도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피칭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 였다고 분석할 수 있다는거지.
비단 2006년뿐일까? 확실한거는 한예종 영화과는 100% 피칭을 물어본다는거야. 1차건 2차건 상관없이 계속 물어봐. 그뿐일까? 심지어 면접때도 물어봐. 말하자면 말로 피칭을 시키는거지.
한예종 영화과 면접에서 꼭 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네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야.
어떻게 대답해야 될까?
피칭을 해야 돼. 말로.
기억해둬. 영화과는 긴거 딱 질색이야. 말 많은거, 설명 많은거 딱 질색이야. 체질상 그래. 무조건 간결하게 써야 돼. 무조건 전략적으로 확실한 컨셉을 인지시켜 줄 수 있어야 돼.
왜 대학입시에서 이 피칭을 볼까?
당연하지.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피칭이기 때문이야.
실제 감독이 되어서 가장 중요한 재능은 어쩌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아니야.
어떤 영화건, 네 영화를 잘 팔아먹을 수 있는 피칭능력이지.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감독 심형래가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 피칭의 제왕이야.
이제 알겠지? 피칭만 잘하면, 최악의 영화도 국내에서 100억이 넘게 국가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거야. 심형래 영화의 피칭은 뭘까?
뭐. 간단하지. 이 영화보면 애국한다.
애석하게도 한국에는 너무 잘 통하는 피칭인거지.
(쓰다가 피곤해서 좀 덜 썼는데, 내일까지는 꼭 올릴께. 미안. 대신. 피칭의 교과서적인 글을 학생 글을 인용하면서 자세히 수업해줄테니 기대하도록. 내일봐~)
자. 그럼 다시 이어서 써볼까?
지금까지 수업을 정리하면
영화과 입시의 숨겨진 핵심은 '피칭'이라는 것.
피칭은 짧고 기발하고 함축적인 문장으로 너의 작품과 컨셉과 의도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피칭에는 글로 쓰는 피칭과 면접 때 말로 풀어내는 피칭이 있다는 것.
등을 강의했어.
자. 그럼 실제로 학생이 쓴 글 중 잘 된 글 하나를 예로 들어가면서 피칭을 심도있게 다뤄볼께.
1. 말로하는 피칭
'극작과 합격생의 경우'2010년도 입시. 즉 2010년 신인생으로 들어간 학생 중에
한예종 극작과에 18세의 나이로 합격한 학생이 있어. 우리 레슨 출신이지.
그 학생의 실제 합격이야기야. 아주 비밀스런 정보니까 귀 쫑긋 세우고 들어봐.
그 해의 극작과 기출문제는 이거였지.
'소녀가 꿈을 꾸었는데 깨고보니 파파할머니가 되어있었다' 이 구조를 응용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우리 레슨 출신 합격생이 쓴 내용은 이거야.
-모든 생명체는 진화하는데 유일하게 과학적으로 퇴화하는 생명체가 있다... 유령명게라는 생물인데, 처음엔 멍게로 태어나 죽을 땐 돌이되어 죽는데...이 넘의 이야기를 응용해서 써볼까한다. 부산의 한 은행가가 바닷가에 술취해서 놀러갔다가 물에 빠져 유령멍게가 되는 이야기-녀석이 면접을 보고나서 나와 통화하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볼께.
a "면접 잘 봤어?"
b "모르겠어요"
a "교수님이 뭘 물어봐?"
b "왜 이런 글을 썼냐고 하던데요"
a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b "교수님께 물어봤죠.
교수님은 아틀란티스를 믿으세요?
(예상컨데 이 시점에서 교수님은 자세가 틀려졌을거다. 오호라. 드디어 물건 만났다. 이런 느낌?)
저는 아틀란티스를 믿어요.
이 지구위에 지금의 인류가 살기 전, 미토콘드리아로 시작되기보다 더 전에 지금 인류보다 훨씬 과학이 발달한 문명이 있었어요. 근데. 핵전쟁이 일어나 모두 사라지고 다시 미토콘드리아부터 다시 시작된거죠. 그게 수십번은 넘게 반복되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인간은 진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퇴화한다고 생각해요. 멸망을 향해 달려가기를 무수히 반복하는거죠.
전 그런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제가 쓴 이야기에 담고 싶었어요"
a. "그래. 그렇게 말했더니, 교수님이 뭐라던?"
b. "집에 가라고 하던데요?"
a. "내 생각에 넌 이거다.
일등으로 붙든, 꼴찌로 떨어지든. 근데 내 예감엔 전자일 것 같다"
믿겨? 실화야. 100% 실화.
이 학생은 그 해 연극원 최연소합격자로 당당하게 극작과에 합격하게 돼. 검정고시출신으로 기적을 이룬거지.
그때 당시엔 몰랐는데 피칭에 대해 강의를 하다보니
이 때 이 학생은 반드시 합격할 수 밖에 없는 면접을 한 거야.
말하자면, 말로하는 피칭의 가장 멋진 모델을 보여준거지.
이 학생은 면접 때 피칭을 했어.
보통 네가 쓴 작품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구절절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지겹게. 무슨 말 하는지 자기도 몰라. 자기가 쓴 작품인데도. 그럼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떨어져.
그러나 이 학생은 오히려 교수님께
"아틀란티스를 믿으세요?"란 도발적인 질문을 해서 심사하는 교수님들을 긴장시켰지.
그리고, 아주 분명하고 확신에 찬 주장- 근거- 가치판단에 의거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컨셉을 짧고, 간결하고, 독창적으로 심사위원들께 각인시키는데 성공한거야.
말로하는 피칭은 바로 이런거야.
말하자면, 교수님의 예상을 빗나가는, 예상보다 항상 더 기발하고 더 심도있고, 더 확신에 찬 주장을 교수님들께 간결하고, 분명하고, 독창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란거지.
이 말로하는 피칭도 수많은 독서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알겠지? 공짜는 없어. 평소에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을 예리하게 다듬고, 이 생각을 말로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된다는거야. 제발. 우리나라 교육이 왜 잘못됐냐면, 교실에서 인문학과 토론. 이 두가지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개무시한다는거야. 맨날 책상에 앉아서 참고서만 풀잖아? 그러니 사회가 이 모양인거야. 자기 의견하나 제대로 내세울줄 모르는 마마보이들이 판사되고 검사되고...
2. 글로 쓰는 피칭.
THE DARK KNIGHT
- 영웅극의 백워드 매스킹 -
여러분은 백워드 매스킹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백워드 매스킹이란 소리를 거꾸로, 뒤집어 재생할 떄 그 속에 숨어있는 새로운 소리가 들리는 현상입니다. 요즘 들어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백워드 매스킹은 단지 흥미로운 현상을 넘어서 그 자체가 메시지의 전달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단지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 백워드 매스킹을 사용하여 직접 숨은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다크나이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큰 장기 또한 백워드 매스킹입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초기작들이었던 <미행>과 <메멘토>가 모두 극의 진행을 통째로 거꾸로 뒤집어 진행시킨, 말 그대로 플롯의 백워드 매스킹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였다는 사실을 떠올립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또한 새로운 의미의 '백워드 매스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놀란은 2천억원짜리 대중 블록버스터 영화의 플롯을 뒤죽박죽으로 뒤집어 버리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는 어떤 장르보다도 클리셰 덩어리로 뭉쳐진 장르, 클리셰 그 자체로 이루어진 장르인 히어로물의 필수요소들을 작정하고 뒤집어버립니다. 히어로물의 여러 가지 익숙한 갖가지를 뒤집어버리는 것으로 모자라 영웅극의 핵심인 진실의 가치 그리고 선과 악의 구분조차 뒤집어버리는 <다크 나이트>는 영웅극의 백워드 매스킹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어둠 속에서 배트맨의 상징인 푸른 박쥐 모양의 화염이 화면을 뒤덮으면서 시작됩니다. 비춰지는 대도시. 신경을 긁으며 고조되는 음악. 빠르게 클로즈업 되는 화면,관객들은 긴장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 갑자기 깨져버리는 창문 ! 앞으로 영화가 진행될 방향을 암시하는 씬입니다. 예상치 못한 것들. 이미 클리셰들에 젖어있는 관객들을 자극시킬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이 영화를 소개하는 좋은 장면입니다.
극이 진행되어 가면서 영화는 점차 영웅극의 기본적이고 소소한 구조와 설정들을 깨어나갑니다. 먼저, 절대적 악인 조커가 먼저 소개됩니다. 언제나 영웅의 모습을 가장 처음에 비추는 영웅극의 기본 철칙을 조롱하는 것이죠. 주인공인 브루스 웨인이자 배트맨은 대중들의 사랑은커녕 표면상으로는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영웅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애인 레이첼은 영웅질 하느라 바쁜 그에게 지쳐 새로 부임 온 지방 검사 하비 덴트와 연애하기 바쁩니다. 여기서 영웅심과 정의로움이 넘치는 하비 덴트는 인상적인 대사를 읊습니다. 이 영화의 뒤집기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선과 악의 뒤집기를 품고있는 중요한 대사 "영웅으로 죽던지, 오래 살아남아 악당이 되던지"는,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질 앞으로의 진행을 암시합니다. 사실 하비 덴트는 이 대사 이외에도 다소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던가, 폭력적인 성향을 조금씩 내비침으로써 불안정한 선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동전던지기는 영화의 주제에 대한 노골적인 백워드 매스킹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극의 진행으로 돌아옵시다. 이 때 고담 시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 그는 속을 알아낼 수가 없는 혼돈의 사도 그 자체입니다. 이름은커녕 입은 옷에 상표조차 없다는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립시다.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고생하시는 여타 악당들과는 다르게 이 악당은 말 그대로 순수한 혼돈 그 자체를 추구합니다. 혼란을 위해 자신까지 파괴할 수 있는 그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에서 유일한 쾌락을 느낍니다. 조커는 배트맨을 상대로 혼돈의 게임을 시작하고, 영화의 뒤틀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이 본격적인 뒤틀기를 알리는 장면이자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트레일러 뒤집기입니다. 끈질긴 추격전 끝에 마주친 배트맨과의 대결에서 조커가 타고 있는 거대한 트레일러가 뒤집히는 이 장면은 단지 볼거리 제공 뿐만이 아닌, 진실과 거짓이 모호해지고 선과 악이 뒤집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본격적인 진행을 선전포고하는 장면입니다. 거대한 뒤집힘의 상징 그 자체인 것이죠.
이 추격전 시퀀스가 끝난 직후, 영화는 극단으로 뒤집어지기 시작합니다. 조커의 또 다른 계획에 의해 레이첼이 사망합니다. 영웅의 애인이 죽어버리자 관객들은 충격에 빠집니다. 설상가상으로 하비 덴트 또한 추한 흉터를 입고서 조커의 꼬임에 넘어가 악의 우연성을 신봉하는 투 페이스가 되어버립니다. 배트맨을 대체할 백의 기사가 순식간에 악으로 돌변하는 것이죠. 진실의 가치 또한 뒤집힙니다. 영웅극에서 언제나 진실은 절대적인 가치로 취급받습니다. 그러나 레이첼이 자신에게 돌아오려 했다고 굳게 믿는 배트맨의 의지를 꺾지 않으려고 레이첼의 고백 편지를 몰래 불태워버리는 알프레드의 모습에서, 진실의 가치가 뒤집어 집니다. 혼란을 불러올 진실은 질서를 위해 감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같은 진실의 뒤집힘은 배트맨의 선택에서 더욱 강조되어 보여집니다. 하비 덴트의 변절과 악행이 알려졌을 때 불러올 사회의 혼란과 선의 패배를 막기 위해서, 그는 자신이 덴트의 죄를 뒤집어쓰는 선택을 합니다. 자신을 죄인으로 만듦으로서 최종적으로는 선의 승리를 이끌어냅니다. 그동안의 딱딱하게 굳어있던 기존 영웅극의 선과 악의 경계를 뒤집어 버리는 묘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결국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은 불분명한 경계선으로 나뉘어 있으며,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영웅극의 새로운 주제를 제시합니다. 결국은 사랑하는 애인을 얻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영웅의 승리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악인의 누명을 쓰고 쫓기면서도 결국은 빛을 향해 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의 미장센에서 메시지는 더욱 증폭되어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더욱이 , 빛을 향해 도망가면서 끝나는 장면을 맨 처음의 어둠 속에서 점점 다가오는 푸른 박쥐 형상의 장면과 연결하여 백워드 매스킹을 적용하여 봅시다. 악인이 되어 쫓김으로서 진정한 보호자의 상징이 되어 다가온다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담게 되는 것입니다.
불완전하지만 결국은 선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져버릴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뒤집기와 모호함이 현실 속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수많은 가치들은 하나 둘 씩 희미해지고 새로운 것들을 찾으려 애쓰는 현대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뒤집히고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놀란 감독은 수많은 클리셰들을 뒤집으면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배트맨의 선을 향한 강인한 신념과 선의 승리라는 영웅극의 심장은 그대로 남겨놨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변화한다 해도, 변화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야 합니다. 백워드 매스킹의 진정한 묘미는, 원곡의 재해석이지 변질이 아니니까요. 영화 속 대사처럼, 어떨 땐 사람들은 오래 믿어온 가치에 보답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다크나이트를 읽고 쓴 비평문의 전문이야.
글로 쓰는 피칭이 뭔지를 너무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인용했어. 뭐 아직은 학생이 쓴 글이라 많이 부족하지만, 글의 전략이 너무 분명해서 오늘 포스팅에서 소개하려해.
자. 이 글의 피칭은 뭐야?
피칭은 짧고 간결한게 생명이라 그랬지? 그리고 독창적이고.
다크나이트는 백워드매스킹이다. 어때? 간결해? 독창적이야?
이 녀석이 쓴 모든 글의 내용은 이 한 문장에 압축돼.
이게 피칭이야.
그럼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되있어. 이게 무슨 말인가하고...
그럼 그 관심에 실망시켜주지 않도록 예리하게 작품을 분석하기만 하면 돼.
<다크나이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큰 장기 또한 백워드 매스킹입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초기작들이었던 <미행>과 <메멘토>가 모두 극의 진행을 통째로 거꾸로 뒤집어 진행시킨, 말 그대로 플롯의 백워드 매스킹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였다는 사실을 떠올립시다.
내가 교수라면 이 한문장 읽어도 이 학생의 내공을 파악할 수 있을거같아.
우선 다크나이트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세계를 꿰고 있잖아?
그런데 그 주장이 얼마나 간결하고 예리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백워드매스킹의 귀재란거야. 그의 데뷔작도 그랬고, 처음 성공을 거둔영화 <메멘토>도 그런 영화라는 거지.
어때?
자신의 주장에 적절한 근거를 대면서도 그 근거를 주저리주저리 남발하지 않고 아주 예리한 '피칭'으로 한방에 꿰어버리잖아? 참 멋진 문장이지.<다크 나이트>는 어둠 속에서 배트맨의 상징인 푸른 박쥐 모양의 화염이 화면을 뒤덮으면서 시작됩니다. 비춰지는 대도시. 신경을 긁으며 고조되는 음악. 빠르게 클로즈업 되는 화면,관객들은 긴장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 갑자기 깨져버리는 창문 ! 앞으로 영화가 진행될 방향을 암시하는 씬입니다. 예상치 못한 것들. 이미 클리셰들에 젖어있는 관객들을 자극시킬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이 영화를 소개하는 좋은 장면입니다.
영화의 시작하는 장면을 아주 서정적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지? 글이 분석적이기도 하지만, 아주 분위기있게 묘사하는, 말하자면, 서정적인 면도 탁월함을 잘 보여주지?극이 진행되어 가면서 영화는 점차 영웅극의 기본적이고 소소한 구조와 설정들을 깨어나갑니다. 먼저, 절대적 악인 조커가 먼저 소개됩니다. 언제나 영웅의 모습을 가장 처음에 비추는 영웅극의 기본 철칙을 조롱하는 것이죠. 주인공인 브루스 웨인이자 배트맨은 대중들의 사랑은커녕 표면상으로는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영웅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애인 레이첼은 영웅질 하느라 바쁜 그에게 지쳐 새로 부임 온 지방 검사 하비 덴트와 연애하기 바쁩니다. 여기서 영웅심과 정의로움이 넘치는 하비 덴트는 인상적인 대사를 읊습니다. 이 영화의 뒤집기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선과 악의 뒤집기를 품고있는 중요한 대사 "영웅으로 죽던지, 오래 살아남아 악당이 되던지"는,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질 앞으로의 진행을 암시합니다. 사실 하비 덴트는 이 대사 이외에도 다소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던가, 폭력적인 성향을 조금씩 내비침으로써 불안정한 선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동전던지기는 영화의 주제에 대한 노골적인 백워드 매스킹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극의 진행으로 돌아옵시다. 이 때 고담 시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 그는 속을 알아낼 수가 없는 혼돈의 사도 그 자체입니다. 이름은커녕 입은 옷에 상표조차 없다는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립시다.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고생하시는 여타 악당들과는 다르게 이 악당은 말 그대로 순수한 혼돈 그 자체를 추구합니다. 혼란을 위해 자신까지 파괴할 수 있는 그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에서 유일한 쾌락을 느낍니다. 조커는 배트맨을 상대로 혼돈의 게임을 시작하고, 영화의 뒤틀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내가 말했지? 근거를 댈땐, 바로 주어진 작품속에서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는 걸.
이 학생이 그 교과서적인 글을 쓰고 있어.
배트맨, 죠커, 그리고 하비 덴트와 레이첼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 주요인물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고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일관된 주장아래 글을 잘 써내려가고 있어.바로 이 본격적인 뒤틀기를 알리는 장면이자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트레일러 뒤집기입니다. 끈질긴 추격전 끝에 마주친 배트맨과의 대결에서 조커가 타고 있는 거대한 트레일러가 뒤집히는 이 장면은 단지 볼거리 제공 뿐만이 아닌, 진실과 거짓이 모호해지고 선과 악이 뒤집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본격적인 진행을 선전포고하는 장면입니다. 거대한 뒤집힘의 상징 그 자체인 것이죠.
더욱이 , 빛을 향해 도망가면서 끝나는 장면을 맨 처음의 어둠 속에서 점점 다가오는 푸른 박쥐 형상의 장면과 연결하여 백워드 매스킹을 적용하여 봅시다. 악인이 되어 쫓김으로서 진정한 보호자의 상징이 되어 다가온다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담게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때론 서정적으로, 그러나 논리적 일관성을 잃지 않으며 잘 서술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강의했듯, 글의 마무리는 가치판단으로 나아가면 좋아. 바로 그런걸 이 학생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불완전하지만 결국은 선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져버릴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뒤집기와 모호함이 현실 속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수많은 가치들은 하나 둘 씩 희미해지고 새로운 것들을 찾으려 애쓰는 현대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뒤집히고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놀란 감독은 수많은 클리셰들을 뒤집으면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배트맨의 선을 향한 강인한 신념과 선의 승리라는 영웅극의 심장은 그대로 남겨놨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변화한다 해도, 변화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야 합니다. 백워드 매스킹의 진정한 묘미는, 원곡의 재해석이지 변질이 아니니까요. 영화 속 대사처럼, 어떨 땐 사람들은 오래 믿어온 가치에 보답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영화를 통해, 가치가 퇴색되고 변질된 현대인들에 대한 진단. 그리고 진정한 영화의 의미를 폭넓게 잘 다루고 있지? 가치판단의 교과서같은 문장이지.지금 소개한 문장은 아직 배우는 학생의 글이라 많은 것이 서툴러. 절대로 완성된 글은 아니지.
하지만 이 학생의 글은 주장이 간결하면서도 일관되고, 분석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효과적인 피칭을 잘 보여주기에 많은 가능성을 가진 글이야.
주장- 근거- 가치판단의 글의 구조도 갖추고 있으면서도
주장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잖아?
<다크나이트>는 영웅극의 백워드매스킹이다.
이게 이 학생이 찾아낸 자기 작품의 피칭인거지.
이렇게 쓸 수 있어야 돼.
분명하게.
짧게.
독창적이게.
그리고
그 예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무수히 많은 작품 속 근거들을 치밀하게 파헤치는 태도.
그리고 주장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와 세상과 의미를 향해 폭넓게 나아가는 마무리.
이 학생의 글을 통해
전략적 글쓰기란 무엇인지.
피칭이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겠지?
그래.
그럼 너희들도 한번 써봐
기억해.
너희들이 쓴 글에 전략이 없다면,
한문장의 간결한 피칭이 없다면.
이미 다 읽혀지지도 못한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말 운명이란 사실을.
<레슨 포 케이아트 연기학원>
<레슨 포 케이 아트 영화학원>
<터놓고 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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