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넌 한예종 연기과 지원자 3400명 중 한 명일 뿐이다.

intheatre 2012. 4. 26. 03:42

 

 

일단 연기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너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예종 연기과 작년 지원자가 몇명 정도될까?

약 3400명 정도된다.

 

그 모두를 당일대사와 자유연기 실기를 본다.

 

네가 교수와 학교측입장이라고 해봐라.

 

쉬운 일이겠냐?

 

편한 일이겠냐?

 

내키는 일이겠냐?

 

3400명 실기를 보는게 만만한 일이겠냐고?

 

따로 돈도 안준단다.

 

 

물론 지원하는 네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겠지.

그 날을 위해 평생 칼을 갈았겠지.

연기학원 졸라 다니며

알바해서 과외비 내가며

온갖 정보는 다 동원해가며

준비했겠지.

네겐 1년을 준비한 엄청나게 획기적인 일이겠지.

 

그래서 입시당일에 보면

학생들은

주먹 불끈 쥐고 있다.

다 죽었다.

이런 분위기로 비장하게

이빨을 깨물고

고사장에 들어서겠지.

 

오 마이 갓.

 

그런데 어쩌나?

 

너는 3400명의 연기과 지원자 중의 한명일 뿐이다.

네게 허락된 시간은

짧게는 20초

길어봐야 2분을 넘지 않는다.

 

1년 준비하고

수백만원 학원비들였는데

너는

고작

20초에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너 중심적으로 생각하지마라.

너한테야 급한 일이지

너한테야 생사가 달린 일이지

근데

교수 입장에선

너도 다른 3400명의 지원자 중

한명일 뿐이다.

 

그래서

입시는

나의 모든 가능성을 교수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아니므로

학원 선생님들처럼

너의 진짜 내면을 통창해주고

사실 겉보기는 그래보여도

속은 참 괜찮은 앤데...

 

이런거 안 통한다.

 

입시는

3400명 중 한명의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한다.

 

너는

고작 3400명 중의 한명일 뿐인거다.

 

그럼

뭐가 중요할까?

 

잘 들어라.

 

하나를 준비해도 확실히 해야한다.

 

당연하지.

네가 보여주는 건 아주 단순하고 짧은 것이니까

그건

정말 확실해야 한다.

 

어설픈거 여러개

조잡한거 여러개

아무소용없다.

 

하나라도

단 하나라도

정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단순함이 절실하다.

많은 걸 복잡한걸 대단한걸 준비하려 하지말고

단 하나라도

네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걸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기도 연기도 마찬가지다.

아주 짧은 시간을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따발총이 되어서는 안된다.

원 샷 원 킬 스나이퍼가 되어야 한다.

떨어질때는 보통

잘하지 못해서 떨어지는게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라.

실수를 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고.

입시에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게

어쩌면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반드시 진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가

세일즈맨의 죽음 대사를 치면서

그게 무슨 말인지

왜 그말을 하는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이 말을 누구에게 하는지

모른채

학원선생이

외우게 시켰으니까

아무생각없이

큰 목소리로

졸라 과정된 연기로

외치니까

떨어질 수 밖에 없는거다.

절대 붙을 수 없다.

교수 아들이라 할지라도 !

 

20초의 그 짧은 순간에서조차

진실을 말하지 못하기에

떨어진다는 거다.

 

그럼 붙을 수 있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20초라도

단 한마디라도

진실을 말하면 된다.

그리고

단 하나의 것이라도

정말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

 

진짜다.

너무 쉽고

너무 단순해서

구라같지?

 

뭔가 더 대단한걸 준비해야될 것 같지?

 

아니.

그렇게 대단한걸 검증할 시스템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한예종 교수들은 어떤 면에선 오만하다.

그 누구라도

자신들이 가르치면

좋은 예술가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 정도는 있다.

 

한예종 교수라면.

 

일개 대학원 졸업생인 나도 자신 있는데

교수들은 오죽 하것냐?

 

3400명 중 한명으로

입시를 준비해라.

 

하나를 해도 확실히 하고, 확실히 전달하고, 확실히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서조차

거짓을 말하지마라.

 

그러면 합격한다.

쉽지?

 

학생다운 학생.

그 많은 수험생들이 있어도

그런 학생 보기 힘들다.

학생 다운 학생.

겸손한 학생

진지한 학생

그리고

예술의 험난한 길을 갈 수 있는

뚝심있는 학생

찾지 힘들다.

 

교수들

바보아니다.

 

네가 진짠지 껍데긴지 정도는

교수도 분별해낸다.

 

그러니

답은 하나다.

 

진짜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