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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대로 불행해지지 않았다2016 포스팅 2016. 3. 2. 06:06
남들의 말대로 불행해지지 않을 권리
국민학교 (나는 국민학교 시절^^) 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때
무려 중학교 선배들이 입학식때 우리 초6들을 보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제 니들은 죽었다"
진짜 들은 말이다. 국민학교 막 졸업한 내가 중학교 2학년한테 말이다. 무려 중학생님!
나는 중학교에 가면 죽는건지 알았다.
이제 입시지옥은 시작이라고 하고
또 중학교 선배님들은 카리스마도 넘치시고, 엄청 군기 잡으신다고 하시고...^^
초1 첫등교일도 기억난다.
어머님이 뭔가 짠하신듯 손에 가방이랑 도시락이랑 쥐어주시고
이제 뭔가 엄청난 일들이 많이 벌어질듯
어머님이 더 긴장하셨다.
드디어 뭔가가 시작되었구나...
입학.
첫직장의 첫출근...
오늘은 개학일이다.
많은 대학과 학교들이 개학을 한다.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길것 같지만
결국 돌아보면 별 일 아니다.
그렇게 고민했던 일들 중에, 지금도 고민하는 일이 드물고
그렇게 힘들것 같았던 걱정들이
사실 부딪혀보니 별거 아니라는 사실.
당시에는 내 삶의 존재 전체를 뒤흔들었던 고민들이
그 역시 지나고나니
별거 아니란 사실을 깨닫곤하지 않는가?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사실은
그날의 고민들은
그날치의 정당함을 가지고 있다.
이별을 생각해보자.
돌아보니
우습기도 할거다.
그러나
그날밤은
그렇지 않았다.
그날밤은 오늘밤이 아니고
그날 새벽은 오늘 새벽이 아니다.
헤어진 그날밤과 지금 이 순간의 밤은
다른 밤이다
무엇이 변했는가?
환경이 변했나?
세상이 변했나?
졸업했던 학교를 찾아가보니
생각보다 작음을 느껴본적 있지 않나?
생각보다 작구나...
숀튼 와일더의 희곡 <우리읍내>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조오지 방
리베카 :아! 오빠 제인이 아플 때 목사님이 편 보낸 얘기 안했지? 봉투에 주소가 말이야. 제인 크로프트, 크로프트 농장, 그로버즈 코너즈 읍, 사튼 군, 뉴 햄프셔 주, 미합중국,
조오지 :
에이 그게 뭐?
리베카 : 잠깐. 더 들어봐
미합중국, 북미 대륙, 서반구, 지구, 태양계, 우주, 하나님의 뜻. 주소가 이랬다니까. 또 우체부 아저씬 고대로 배달하고. 그럼 그걸 달나라 군사들이 먼저 받아서 하나님께 전달해 준데!조오지 :
우와!!!!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또 달라보인다.
너무 작은 땅에서 아웅다웅 산다는 걸 깨닫는 그 극적인 체험.
.
결론을 내자.
관점과 시각은 달라진다.
너는 이래서 안되고
혹은
너는 이런건 안되고,
앞으로 이런 어려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주먹 꽉 쥐고 살아야 한다.
이런 말들 무시하고 살아라.
걱정과 근심과 두려움의 시간들을
과감하게 벗겨낼 수 있는
정당성을 말해주려 한다.
초등학교를 다시 가보니
생각보다 작음을 느낀다...
헤어진 그날밤. 그리고 그날 새벽
그때 왜 그랬는지
돌아보니 웃음이 나온다.
친구야.
헤어진 그날밤과
오늘 밤은 다른 날이다.
그날밤엔 분명히
내 삶 모두가 벗겨진듯
촛불이 꺼지듯 긴 자국만 가득한 마음
그 느낌과 고통은
실제의 것이다.
그날의 우리는
정말로 고통받았다.
그날치의 고통
그날치의 가슴아픔은
온세상의 칼날이 다 내 심장을 향하는 것 같았을 것이고
그게 현실이다.
그날은 그날치의 고통과 기쁨이 있는거다.
불합격통보 받은 그날
군대에서 보낸 힘들었던 그날
이별의 그날
또 수많은 고통스런 그날. 그날들.
오늘의 생각으로 그날의 생각을 평가할 순 없는거다.
아프면 어떻게 하겠는가...그냥 온 몸으로 아픔을 견뎌낼 수 밖에...
그러나
분명히 돌아보면
별거 아니고
해볼만했고
걱정보단 실제로 별거 아니었음을 느껴간다면.
변한건 무엇인가?
세상이 변했나?
환경이 변했나?
아니다.
변한건
너와 나
우리 자신이다.
환경이 변하는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다.
내가 변하는 것.
지금 돌아보니
그때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생각한다면.
십수년 만에 찾은 초등학교가 생각보다 작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만큼
우리가 성장했다는 증거이다.
삶은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
입학도 아니고 졸업도 아니다.
삶은 연속이다.
계속되는 순간과 순간의 연속.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연속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
내가 성장했기에
환경이 달라보이는 것.
내가 육체적으로, 경험적으로 성장했기에
초등학교가 작게 느껴지고
내가 더 진실되어졌기에
이별의 순간들이 추억으로 남고
내가 더 깊어졌기에
그날의 그 순간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니
남의 말대로 불행해질 필요없다.
삶은 과정이고
과정을 지나며
변하는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아픔은 아픔이지만.
아픔은 아픔으로만 남지 않는다.
아픔을 통과하는
'나'를
남긴다.
그렇게 깨달아가고 커가고, 성장해가는
나를 남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더 깊어지는 것.
그렇게 성숙해가는 것이
참 예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성장의 역치는 서로 다르며
절대로 비교할 수 없다.
그러니 타인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별거 아니라고
그것 정도로 고민할꺼면 난 벌써 죽었어야 됐다고
말해선 안된다.
저마다
성장의 역치는
다른 법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영화들은
인생의 진수를 담은 영화들은
대부분
그런
삶의 비밀들을 다루고 있다.
고레에타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결국 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한 인격체로.
한명의 아빠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우리는 직면하게 된다.
레인맨도 그렇다.
결국 형의 사랑을 통해
변하는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성장 아닌가?
젊은 탐 크루즈가
한뼘 성장해서
돌아가는 뒷모습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예술가들은
본능적으로 삶의 가장 보물같은 순간들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증거를 믿으라.
성장하는 것.
변화되는 것.
자아를 찾고
실현해가는 것.
그것은
목적이 아니고
목표도 아니다.
달성될 수 없는
과정이다.
남의 말대로 불행해지지 않을 권리.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과정이며
우리모두는
성장한다.
나는 그래서 앞으로 내게 남은
그 수많은 과정의 순간들이 기대된다.
어서 오라.
미래의 나,
성장한 나.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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