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입학이니 벌써 몇년이 지난건지 모르겠다.
신축된지 오래되지 않은 신교사는 이제 아무도 신교사라고 부르지않을것 같다.
지금 의릉이 있는 자리에 있던 구교사가 갑자기 철거되고 잔디밭이 되었을때
인생무상을 느꼈는데
문득 글때가 그리워 사진 몇개를 정리해본다.
↑ 한예종 도서관, 본부, 식당, 카페 등이 있는 공간
한예종 도서관에서 내가 인상깊었던 건, 예술관련 전세계의 주요한 잡지들을 원문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건축이나, 미술, 연극 등 구체적인 분야의
예술잡지들은 접하기 힘든 자료들도 많이있다.
단, 단점은 아무래도 다른 종합대학도서관에 비래 장서의 절대숫자가 부족하다. 그래도 양보다는 질이라면, 도서관에서 특별한 예술관련자료를 얻을 수 있는
매력있는 도서관이다.
↑ 중극장. 예술종합대학 중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최대규모의 대학부설극장이라고 들었다. 물론 더 큰 공연장이 있을수 있겠지만,
저 거대한 극장을 오로지 학생들의 창작공연을 위해 사용하도록 설계한 대학은 한예종이 유일할 것이다.
저건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중극장외에도 몇개의 극장이 더 있는데, 극장 하나만으로도 한예종의 교육철학이 남다름을 볼 수 있다.
↑ 음악원 건물이다. 예술의 전당 내에 있다.
나는 연극원이었기에 항상 저곳에 가만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가난한 나같은 연극쟁이, 영화쟁이, 글쟁이들은
석관동골짜기에 두고,
뭔가 부유한 집 자제들이 비싼 악기들고 저곳을 드나들것 같은 느낌.
뭐 실제로 그렇다기보다는 내겐 이미지가 그랬다는 것.
↑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한예종은 주차가 공짜고, 매우 쉽다. 입학하면 꼭 차 하나뽑도록. 아니면 자전거라도. 저 넓은 마당을 자전거타고 빙빙 돌면 상쾌하다.
↑ 언덕에서 올라오면 딱 저 각도로 건물이 보인다.
사진으로 보면 예쁜데, 수업시간이 임박해서 저 광경이 보인다면 마라토너가 스타디움에 들어올때의 체력과 정신상태가 된다.
석관역쪽에서 학교오는 길은 너무 멀다. 돌곶이쪽을 추천한다.
석관역쪽에서 오면, 한국의 변두리동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학교 들어가는 입구쪽에서 넌닝구입고 모여앉아 소주와 화투를 즐기시는 어르신들도 만날 수 있다.
다들 잘 계실까? 여전히?
아직도 있나? 울랄라 빈대떡집? 원초적이름의 배달전문중국집 '짱깨'의 볶음짬뽕도 그립다.
↑ 영상원 편집실이다. 저런 고가의 기자재가 방마다 빼곡하다. 겉보기보다 미로같은 내부에 훨씬 대단한 장비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연극쟁이는 기계를 무서워하므로
단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공간.
새벽이 되면 저기서 좀비처럼 영화과학생들이 스물스물 걸어나온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 맞다.
↑ 무용원 연습실이거나 수업실같은데, 사실 연극원 연기과학생들의 연습실이나 수업공간도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혼자 울고싶을때 개인연습실에 들어가서 울곤했던 기억이 난다. 울기 딱 좋은 분위기다.
바닥에 누우면 시원하다. 한숨자고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 뭔가 간지나는데 아마 무대미술학생들이나 미술원 학생들 작업공간같다. (정확하게는 나도 잘 모름)
가끔은 글쓰는 전공은, 저런 물질적 거대함을 갖춘 예술영역 앞에선 초라해지곤 했다.
나야뭐 401호,402호 강의실에서 거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기 때문에 항상 부러웠다.
↑ 영상원 영화과, 방영과 학생들의 스튜디오겠지? 저렇게 촬영하고 세트꾸미고 영화를 제대로 제작할 여건을 갖춘 학교가 많지않다.
바깥에 나와보면 안다. 영화찍는데 기자재대여하는게 얼마나 비싼지를.
학교다닐때 미친듯이 찍어둬야 한다. 고가의 장비를 아낌없이 대여해주는 그 혜택은 졸업하고나서야 절실히 깨닫는다.
↑ 사진상으론 중극장에서 클래식연주회를 한건지? 아니면 KNUA홀에서 연주회를 한건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음악원 건물에도 상당한 규모의 극장이 있으므로 아마 KNUA홀 같다.
↑ 얼쑤~~~
↑ 음악원학생들은 어찌보면 줄리어드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영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느낌. 그리고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
입시생들보다 더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한다.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국가대표같은 느낌도 든다.
↑ 사진 상으론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영상원 지하1층을 찍은 사진같다.
중앙이 열리고 장비를 가득 실은 탑차가 빈공간에 내리면, 신속하게 장비를 각 실습실로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내가 학교에서 본 학교시설 중 가장 멋진 시설이라고 본다.
저런걸 보면, 한예종이란 학교가 설계부터 학생들의 작업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속하게 짐을 내릴수있도록, 배려된 공간.
-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
돌곶이 쪽으로 가면 특색있는 시장 속 조그만 식당도 많고
석관동쪽도 싸고 맛있는 식당이 많다.
떡뽁이는 밀떡인데, 석관역에 있는 밀떡뽁이노점 아직도 있는지?
그리고 야채곱창집. 7000원이면 푸짐하게 나와 친구랑 같이 맥주한잔해도 20000원이 안나오는 그 푸짐한 돼지곱창집들 아직도 있는지?
석관동 옥탑방들은 잘 있는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시원해서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맛보게 해준 고마웠던 옥탑방이여.
보증금 500에 월세 17만원이었는데 보증금 500이없어, 보증금 200에 월세 22로 바꿔준 넉넉한 인심의 아주머니.
결국 10달밀리고 이사갔는데, 마지막 정산할때 화한번 안내고 오히려 잘살라고 격려해준 고마운 아줌마 잘 계신지?
도서관 사물함 당첨되어서 사물함에 내 물건 넣어뒀다가 자물쇠 잠궈두고 방치했는데 그 사물함 누군가 잘 쓰고 있겠지?
새벽에 공연끝나고 시켜먹었던 쾌속 짱개집 '짱개'도 잘 있는지? 다소 거리가 멀어서 눅눅해지기 일수였던 탕수육도 안녕?
도서관 1층 긴 책상을 독점하고 앉아, 온갖 미술관련 원서들을 간지나게 펼쳐놓고 장동건 비슷하게 생긴 외모로 예술작업? 에 빠져있던 무대미술과 학생은 잘있는지?
간지났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한예종에서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거대한 시간들보단
작은 시간들, 디테일의 시간들이 생각난다.
나의 젊음의 한 공간을 채우고있는 알뜰살뜰한 디테일들.
부디 여러분들은,
적어도 예술에서만큼은
거대한 목표를 뒤쫓느라
삶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기를.
거의 8년이 지나 돌아보니
생각나는것, 나를 키워준건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온
작고 작은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디테일.
그 자체였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