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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B급 인생기 - 주제는 '나와 한예종' (연극영화과, 한예종 연극과, 한예종 글쓰기, 한예종 입시, 한예종 영상과)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5. 1. 21. 19:11
고백한다.
이 포스팅에 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글을 쓰리라고 다짐했다.
자료를 모으고, 몇년간의 기출문제의 패턴도 분석하고...
나름 연영과에서 좋다고 하는 학교 대학원을 두개나 나온 사람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무슨 인터넷에 있는 테스트한 테스트는 다해봐도
나오는 결과는 한결같다.
뇌의 한 쪽 구석 중 계산이나 치밀함이나 수학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는 현재 치명적 뇌사상태라는 것이다.
대신 직관이나 통찰을 관장하는 뇌는 너무 엑티브해서
아무리 글을 써도 자꾸만 직관적인 글을 쓰게 된다는거다.
그래도
노력은 해볼께.
지금 입시자료를 분석하고 싶은 글들이 머리 속에는 가득 쌓여있는데
누군가 그런 잡다한 자료정리나 분석을 잘해주는 사람 있으면
아마 이 포스팅에 수백개의 신선한 글이 올라올거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것이다.
사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말들이 아닌 치밀하고 객관적인 글을 좀 더 쓰고 싶은데...
미안하다.
오늘도 이런 쓰잘데기 없는 글 하나만 더 쓸께.
대신에
오늘은 내가 한예종 가게 된 스토리를 말해줄께.
(이건 순전히 치밀한 입시가이드를 바쁘다는 핑계로 못올리는게 너무 죄송해서 올리는 일종의 보너스같은거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걸로라도 때우려는 무책임한 심보랄까...)
에피소드 1
내가 한예종을 가게된 계기?
우습다.
사실 한예종과의 인연은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를 다녀오고 집에서 놀고있을때
한예종 방송영상과라는게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지원했다.
정말 완전 그냥.
아무 준비도 안했다.
그냥.
시험보러가니까 오사마 빈라덴이랑 조지 부시랑 클링턴?? 아무튼 이렇게 3명이 정의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을 좌담회 형식으로 구성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뭐 이런 것도 시험보나 싶어
재미로 휘갈겨 썼다.
오사마 빈라덴은, 세상에는 절대적 진리가 있고 그것은 불변하고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이기에 타협불가능한 절대진리를 따라야 한다는 쪽.
조지 부시는, 세상의 모든 정의는 상대적인 것이며 주어진 상황에 가장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선택이 바로 정의다...뭐 이런 식으로 쓴 것 같다.
나머지 한놈은 중립으로....결국 그 정의에 대한 인식 차이가 911테러로 치닫는데까지 토론회를 구성했다.
두 문제 나왔는데 한문제만 쓰고 한문제는 쓰지도 못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데!!!!!!!
덜컥 붙어버린 것이다.
20명 최종합격에 40명 1차합격자 명단에 내가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가?
그래서 부랴부랴 지방에서 짐싸들고, 지금은 없어진 청량리 보석사우나 찜질방 6층 노천탕에서 1주일동안 기거하며 2차시험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막막하더라.
막상 2차를 준비하려고 하니까
도움을 줄 사람 하나 없더라.
우리 집안은 사돈에 팔촌 아니라 팔촌 사촌 형도
예술하는 사람은 없었다니까 !
2차 정보를 너무 얻고 싶어 심지어는
한예종 입시상담 게시판에 올려진 질문과 답변 글에 올려진 어떤 수험생의 메일에다
"저기요. 실례되는건 아는데요...저도 너무 궁금하거든요. 혹시 학교에서 뭐라 대답했는지 저도 좀 도와주시면 안되나요?"
물론 답장이 있을리가 있나.
선배라는 사람들은 도와준다고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결국 이거였다.
이 학교는 나도 모른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그냥 네가 가진 걸 잘 표현하면 된다. 잘.
제길헐.
누가 모르나?
나도 안다고!
나도 나를 잘 표현하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 누군들 못하나!!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해간게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대한 연구였다.
방송영상이 뭐하는건지는 모르지만
백남준을 좋아해서 그게 방송영상과 관련 있을꺼라 생각해서 준비해갔다.
그리고 대망의 면접날.
그때의 상황을 토시하나 빼먹지 않고 생생히 중계하겠다.
똑똑
들어오세요.
학생.
네.
학생 방송영상과가 뭐하는 과인줄 아나?
네?
학생 자소서를 보면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굉장히 몰입한것처럼 보이는데 백남준은 미디어아티스트고 우리는 방송제작 PD등을 키우는 과인데 분야가 완전 다르다는 걸 몰랐나?
네에에에에에에??? 진찌요?????? 어...어떻게??????? 죄...죄송합니다........ㅠㅠ
그 교수.
한참을 나를 한심한 듯이 쳐다보더니
나가보세요.
이러더라.
나가면서
그 1초간의 시간동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더라.
여기서 발을 떼면
나는 떨어지는데...
나는 한예종 합격하려고 청량리 찜질방에서 열흘을 밤샜는데
갑자기 1차 붙어서 열흘동안 한예종 생각밖에 안했는데...
하늘보고 기도하면서
내가 소원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생에 처음으로 소원이 생겼다.
내가 이번에 한예종 붙게 해주면 내가 착한일만 하면서 살겠다고 다짐도 했는데....
이제 내가 돌아서면 나는 그 모든게 끝나는건데...
그러나
한 마디도 못하고
그냥
나왔다.
(그때 매달리기하도 해볼껄. 그런 용기도 없었던거다. 그때 나는)
....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찌질한 입시였다.
그때 다시 청량리 찜질방으로 돌아가
며칠을 울었다.
노천탕에서 말이다.
....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에피소드 2
어쩌다보니 나는 한예종이 아닌 한양대에 진학하게되었고 석사과정을 마치고 호기롭게 대학로 연출판에 뛰어들었으나 그때 상당히 잘 나가는 공연 조연출이었음에도 4개월 일하고 25만원을 받았다. 근데 연출이 먼저 25만원을 챙기며
"미안해. 이것밖에 못 벌었다. 나도 이것밖에 못챙겨간다. 많이 못벌어서 미안하다"
그러면서 25만원을 챙겨가니 할말이 없더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그래도 석사 아닌가?
그래서 호기롭게 논술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리라 결심하고
장한평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 논술학원에 취직했다.
(알고보니 그 동네가 그 당시 유명한 동네더라. 빨간집이 많기로. 나는 왔다갔다하면서 하도 놀다가라고 잡아대길래 이 동네는 왜 이러나 싶었다. 알고나서 많이 놀랐다. 거기가 그런데였여?)
교육자로의 청운의 꿈을 안고 강단에 섰으나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무섭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초등학생이란
내가 장근석같은 연예인이랑 학교도 같이 다닌 이야기 한번해주고
콜라 한병 쥐어주면
나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동경하며
내게 뛰어들듯 안기는 귀여운 아이들인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왠일?
초등학생들의 온갖 정치싸움에 휘말려
끽 소리도 못하고 한달만에 쫓겨났다.
그리고나서
성수동 얼굴맛사지 기계 만드는 가내수공업. 인바운더, 아웃바운더??? 암튼 회기동에 있는 독서실같은 사무실에서 아무때나 전화걸어 홍삼 파는일 따위.
그런 일이나 하고 다니며 D급 인생을 살고 있던 차였다.
그때 친한 선배 한명이 내게 말했다.
"연기 가르쳐보지?"
"에이 형도 알잖아. 나 교수님이 연기하지 마라고 그런거. 내가 뭔 연기를 가르쳐?"
"연기 잘 할 필요없어. 넌 통찰력이 좀 있는거 같던데. 한번해보면 잘할텐데"
그 선배 이야기가 내게 한줄기 빛이 되었다.
그리고 연기를 가르치기로 마음먹고
네이버에 연기학원 검색해서 1번부터 20번까지 이력서를 넣었다. 그것도 수험생상담게시판에 떡하니.
그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기를 쓰고 돈을 벌고 빨리 안정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연락이 쏟아지는 거다.
꽤 많은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 중 한 연기학원.
장사가 잘되서 강남이랑 강북 두 군데 학원이 있었는데
나는 또 바보같이 강남으로 간거였다.
두시간을 헤매고 있는데
원장님이 자꾸만 학원옆에 횟집이 있다고 하시는데
나는 두시간을 찾아도 횟집 따위는 없는데....ㅜㅜ 왜 그러시나 싶었다.
횟집은 없는데...아무리 찾아봐도 횟집은 없다구요...ㅜㅜ
두시간 지나서 원장님 한마디.
"선생님. 혹시. ....강남이세요?"
아차.
그 학원은 강북이 본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날 원장님 4시간 기다려서
나를 만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원장님이 나를 채용해주셨다.
맘에 든다면서.
근데
생전 처음 한달에 140이란 돈을 쥐어보니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나는 세상에 사람이 한달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도 되는건지 생각했었다.
나는 뭐 별로 한일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학생들이랑 놀아준 것 밖에 없는데
돈을 버니까 신기했다.
원래 출근시간이 1시였는데
난 11시부터가서 학원문을 열었다.
그리고 12시 지하철 끊어질때까지 학생들과 함께했다.
토요일도 거의 그 정도로
지금 생각하면 혹사수준이지만 (주당 근로시간을 생각해보라)
그땐 그게 왜 그렇게 행복했는지.
학생들과 함께하는게 얼마나 행복하든지.
내가 열심히 일하니까
원장님은 나를 믿어주고 강남점 운영을 맡겨주셨다.
그래서 더 신나게 일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게 그렇게 신났기 때문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 사이에서 한예종이 무슨 종교같은거다.
중대를 나오신 원장님도 혀를 차면서
한예종이 종교다! 종교! 그러시는거다.
학생들 가르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는거다.
'근데 선생님 한예종 안 나오셨잖아요?'
한대 쥐어박고
'야. 한양대도 좋은 학교야. 난 석산데, 난 장근석이랑 수업도 했는데? 나 대학로 조연출도 하고, 나 배우도 하고, 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나름 우수한 선생님인데? '
'그래도 선생님은 한예종 모르잖아요'
자꾸만 쥐어박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나도 가고 싶었던 그 학교.
그런데 이 학생들도 무지 가고 싶어하는구나.
나는 그런데
학생들 마음이 이해되었다.
왜냐면
나도 가고 싶거든!!!!!!
그런데 그런 나를 완전히 기절시키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옛날에 드래곤볼 만화 생각난다. 좀 볼라 싶으면 끊어지고...일주일 기다리고...죄송해요. 몇시간 있다가 바로 올릴께요)'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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