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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 (한예종 영화과, 한예종 영화, 한예종 영상원, 한예종 2차 글쓰기, 한예종 그룹레슨, 한예종 레슨, 한예종 강사진)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4. 4. 27. 17:36
입시 현장에서, 특히 한예종 입시 당일날 좋은 글과 나쁜 글이 나뉘는 큰 흐름을 짚어본다면
특히 나쁜 글, 입시에서 치명적 악영향을 주는 글, 공격을 많이 받는 글은
반드시 비약적인 글이다.
비약적인 글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사실 김기덕의 영화도 모조리 비약적이며, 박찬욱의 영화도 비약적 요소가 많다.
그러나 이 비약은 최소한 논리적 비약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장면의 비약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비약은 장면의 비약이 아니라
논리의 비약이다.
입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비약들을 짚어보자.
1) 논리의 비약
논리적으로 비약적인 글을 써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는
그게 1차적으로 교수들이 공격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어쩌면 2차시험이란, 이런식의 비약을 걸러내기 위함인데
떡하니 설명되지 않을 비약적 요소가 있으면
그야말로 쥐덫에 걸린 것이다.
갑자기 전쟁이 일어난다거나, 갑자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한다거나, 갑자기 신약이 개발되었다거나, 갑자기 사람들의 어깨에 지느러미가 생겨난더거나...
이런식의 작위적, 비현실적, 비약적 설정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왜 논리의 비약이 좋지않냐면
이것은
주로 깊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테일은 자세히 쓰는게 아니다.
디테일 함.
탄탄한 논리적 설정은
남보다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남보다 조금 더 정직하고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하나의 소재, 하나의 인물, 하나의 공간이라도
전개시켜 나가고자 하는
프로근성과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한예종 입시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네가 쓴 글이 논리적으로 비약적인데다가
거기에 -
창작가의 변명까지 더해지면 정말 가관이다.
무엇무엇을 의도하려 했다거나, 자신의 설정이 논리적 비약이 있음에도 이 비약이 무엇을 상징하고자 했음을 강요한다면
정말 최악의 글쓰기가 될 것이다.
영화과 글쓰기는, 결국 2차시험의 면접 - 자소서- 글쓰기가 하나로 유기적 연결을 갖고 진행된다.
글 만으로도 아니고, 면접 만으로도 아니고
글과 면접과 자소서가 유기적을 연결되어 종합적 판단이 이뤄지므로
학생들은 절대로 비약적인 글, 특히 논리가 비약적인 글을 써서는 안된다.
2) 이야기의 비약
두번째로 나쁜 비약이
바로
이야기의 비약이다.
이야기 전개의 비약을 말한다.
미리 말하는데
입시 때
너무 큰 세계를 그리지마라.
대단한 서사를 생각하지마라.
인류 최대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대단한 글을 의도하지마라.
글의 세계관이 너무 큰데
분량이 제한적이면
반드시 이야기의 비약이 발생한다.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문제의 경우
지난 5년간
대부분의 문제가
구체적 장소, 구체적 설정, 구체적 이야기를 한계짓고
그 속에서의 이야기구성을 의도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출제되었기에
입시에서
너무 큰 세계를 그릴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없을 것이다.
스토리 자체의 완성된 전개보다는
스토리의 구성을 더욱 더 염두해두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스토리의 구성과 이야기의 전개는 같은 듯 다르다.
갑자기 반전이 툭 튀어나오고
갑자기 모든 사실이 설명을통해 다 밝혀지고
갑자기 남북한의 전쟁이 발생되고
갑자기 다 죽이고
갑자기 살인하고, 방화하고, 강간하고....
이야기의 비약.
치명적이다.
3) 캐릭터 행동의 비약
세번째 치명적 비약은
캐릭터 행동의 비약이다.
갑자기 살인을 하거나
갑자기 변해서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다.
행동의 비약을 피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행동의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들어
양들의 침묵에서
죠디 포스터가
거대한 악과 맞써 끝까지 싸우는 설정이 있는데
이런 행동의 근거가 없다면 행동이 비약적이 될 것이다.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 공감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양들의 침묵에서 죠디 포스터는 FBI 인턴사원임에도
악과 맞써 끝까지 투쟁한다.
바로
아버지가 살해당한 과거경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무것도 없었던 과거.
다시한번 악과 맞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패하지 않으리라는 내적인 동기가 뚜렷하게 있다.
캐릭터의 행동은
이유없이
변화하거나
이유없이
극단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4) 세계관의 비약
마지막으로 세계관의 비약을 들 수 있다.
이건
세상물정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이 저지르는 비약이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대낮에 인신매매를 해서 장기를 팔아 매매하고
섬에 팔고
길거리에서 마약을 팔고 권총을 발사하고
이런식의 설정들은
온통 CCTV 천국이고
주민등록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통제가 되는
한국의 상황을
전혀
단 한번도 고려하지 않은
좁은 세계관이 불러오는 비약적 설정이다.
조폭에 대해 모르니까
조폭의 세계에 대해 모르니까
피상적이고
비약적 세계관으로
묘사하게 되고
역겨움을 유발한다.
좁은 세계관이 묘사한
비약적 세계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겨움을 유발한다.
진짜다.
네 글을 읽고
교수가
실소하길 바라진 않겠지?
창녀의 세계
범죄의 세계
유흥의 세계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세계
재벌의 세계
이런식의 모든 세계들은
모두
철저한 연구와 관찰과 디테일이 없으면
세계관의 비약에 빠지기 딱 쉬운 소재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내가 범죄를 다루기위해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잖은가?
그래.
그러나
네가 범죄를 다루기위해
연구할 수는 있다.
자료를 찾고
실제 주변에서 사례를 관찰, 수집하고
또
여러가지 책과 사이트들에서 정보와 소재를 모아야 한다.
한번 찾고 쓴 글의 세계관이 다르고
두번 찾아보고 쓴 글의 세계관이 전혀 다르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 한명은
염전이 소재인 작품을 쓰기위해
실제 염전을 다녀왔다.
그 학생의 글은
확실히 디테일의 면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땀과 프로패셔널로
네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관을
치밀하게 연구, 검증,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반드시 세계관의 비약에 빠지게 된다.
5) 좋은 비약
근데 비약중에는 좋은 비약도 있다.
학생들은
좋은 비약과 나쁜 비약을 구분하지 못한다.
좋은 비약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약이라기보다는 여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이 생각하고
관객들이 채워나갈 수 있도록
일부로 열어두는
비약이다.
김기덕 영화의 서사가 때론 비약적일 경우가 있는데
(수취인불명)
그런 비약은
오히려 더 풍성한 내용전개를 불러온다.
장면 속에서의 비약은 특히 괜찮은 경우가 많다.
장면을 너무 빽빽하고 예측가능하게 연결하려다보면
오히려 작위적인 글이 된다.
좋은 비약은
비약이라기 보다는
열어둠이고
빈공간이고
예측불가능한 세계이며
장면에 한정적어야 하며
그리고
열린 공간이다.
결론
결국, 프로근성이다.
비약에 빠지는 이유는
대충 쓰기 때문이다.
대충 막연히
쓰기 때문이다.
입시에서는 뭔가 뾰족한 수가 나올 것 같지?
내가 장담하는데
네가 평소에 비약적이고
논리적 문제가 많고
글 속에 프로근성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입시에서 뭔가에 홀린듯
잘써서
합격하는 경우는
없다.
절대 없다.
다만.
워낙 스펙이 좋고, 면접 때 너무 소통이 잘되서 글이 좀 부족해서 합격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때 합격하는 학생의 글은
최소한 비약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책을 읽고
충실한 스펙을 쌓은 학생은
최소한 비약적인 글은 쓰지 않았기에
다른 요소들이 좋아서
무난히 합격한 것이다.
최소한 비약적 글만은 제발 쓰지마라.
그래야 뭔가 가능성을 찾아볼 수가 있다.
비약하는 건
범죄다.
네가 만든 소재에 대한
불성실함이고
네가 만든 이야기에 대한
불성실함이고
네가 만든 인물에 대한
모욕이고
네가 만든 세계관에 대한
실책이다.
평소 습관 그대로
정직하게 입시에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한예종 입시는 어떤면에선 꽤나 정직한 것이다.
프로가되어라.
네 글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비약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게 답이다.
프로패셔널하게 글을 쓰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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