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 이기심, 그리고 순진함에 대하여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3. 10. 9. 15:07
질문 하나 하자.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가? 아닌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존재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가 내려줄 필요가 없이,
위대한 예술가들에게서 그 답을
찾아보면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오셀로를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리했다. 이아고가 오셀로를 파멸시키는 이유는 작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악에는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천성적이란 거다.
내가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 누군가를 파멸시키는 것 조차
이유가 없다는게 셰익스피어의 시각이다.
또한
작품에서 이아고가 죽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라.
셰익스피어는 이아고의 명대사,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를 통해
인간의 악행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예언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셰익스피어의 예언은, 무조건 성취된다.
또 셰익스피어는 맥베드에선 아예
주인공 자체를 악인으로 설정했다. 그는 탐욕으로 인해 죄를 지으면서도, 그의 행동이 악하다는 것을 최소한 인지는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극인 로베르토 쥬코에 이르러선
아예 악의 원인과 이유조차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조차 거세되게 만들고
자기자신의 자아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자아의 붕괴.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이 부유하는 사회라는 공간. 그 공간에 가득한 안개같은 어두움.... 이것이 베르나르 마리-콜테스가 묘사하는, 로베르토 쥬코 속 현실사회의 모습이다.
리어왕에선
선하고 충직한 딸인 코델리어가 파멸하고, 악하고 재빠른 거너릴과 리이건이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다.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존재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
안톤 체홉은 어떨까?
체홉의 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할때조차
사실은 각자의 말만 하고 있다.
인간들은
각자의 난파선에서
애처롭게 떠다니고 있다.
각자의 삶과 목표에 사로잡혀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혹은 알고 있다 라고 믿고 있을 뿐.
그들에게는 현실을 뒤바꿀
힘이
없다.....
.
이렇게 거창하게
인간이 이기적이란 것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상처'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너는
살면서
왠만하면 상처를 드러내지 말고 살아라.
네가 상처를 드러내도
너를 안아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 사람을 떠나보내지 말아라.
그 사람은 너의 구원자이다.
그러나
아마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못 만날수도 있다.
사람들은
네가 상처를 꺼내면
그 상처를
공감해주는 듯 하지만
결국
득실을 따져
행동할 뿐이란 걸
목도하게 될 것이다.
네가 상처를 드러내면
그 상처를 통해
너를 판단할 것이고
더 심각한 경우엔
그 상처를 약점으로 인지해
너의 것을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
아니라고 강변하지 말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삶을 그렇게 묘사한 체홉과 셰익스피어한테
나랑같이 가서 따져보자 ^^
나도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살면 살수록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들의 그림자를 뒤쫓으면 뒤쫓을수록
인생이
그러하다는 것에
강제로
동의할 수 밖에 없더라.
그러니, 순진하게 믿고 싶은대로 믿지는 말자.
연기하는 친구.
특히 여학생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연기를 하려 하는
너와 앞으로 연관될 연기관련 분야 (그게 대학이건, 학원이건, 오디션이건, 회사건, 기획사건, 뭐건간에)
어떤 분야에서도
관련된 사람들을 만날때 -
너는 너의 상처를 드러내는 걸 조심하라.
너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조심하라.
누군가를 의지하려
하지도 말라.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선 좀 할 말 있지 않겠나?
이 분야에 일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내 말에 반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이 그러니까.
본인들도 알고 있으니까.
.
그러니 친구야.
순진하게 살면 다친다.
연극영화에 뛰어들고 싶다면
그만큼 프로가 되어야 한다.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예술을 추구하는 친구에게는
유혹이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비율적으로 그렇단 말이다)
항상
게으르고
게으르면서도
빨리 가고 싶고
욕심은 있는데
책임과 행동이 안 따라주는
사람들에게
유혹은 다가온다.
.
너무 나가지 않더라도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자기자신밖에 모른다.
그게 인간이다.
너의 상처에 대해
공감해주길
그것도
쉽게 공감해주길
바라지 말라.
너는 언제나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당당하게 살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이란
말은
그래서 참 근사한 말이다.
살아가라 !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우리가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게
과연
우리가 상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사람 있는가?
내가 완벽한 사람이기에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군가가 누군가를 품어줄
자격되는 사람
그 누가 있는가?
우리는 모두
반쪽 짜리
상처 투성이 인간들이다.
그런 상처받은 인간이 상처받은 인간을
위로하며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에서 그의 분신인 광대를 통해 언급한 것처럼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
사랑에 빠질때가 있다면
적어도 내 개인적인 경우에는 -
인간이란 그토록 이기적임에도...
내 치명적인 상처를
목도하고도
그것도
절절하게
인지하고, 다치고, 피를 철철 흘리고도
그 상처를
감싸주고, 안아주려고
다가오는
사람.
그 사람을 만날 때이다.
내 경우는 그러했다.
인간성이란
너무나 위대한 말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인간은 이기적이다.
인간은 악하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희망이다.
벚꽃동산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겨져 쓸쓸히 죽어가는
피르스를 보면서
체홉은
결국
작품의 가장 심원한 곳에
인간을 두고 있음을 느꼈다.
빈 공간이
인간이
사라져서
생긴 것이라면
역설적으로
그 공간을
채우는 가능성도
인간에게 있지 않겠는가?
실존주의자들이 실존의 허무함에 대해 그토록 냉정하게 평가내리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실존에 대해 갈망하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 때문에 빈 공간이라면
인간만이 그 공간을 채울 수 있기에 -- 인간이 고결한 것이다.
보편적으로 이기적이기에
헌신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이
아름답고
고결한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얼마나 갈급해하는지
드라마와
영화와
뮤지컬과 연극과
소설과 수많은 서사 속에서
마치
주문처럼
그러한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사랑에 대해 이토록 많이 떠들어대는 것은
그만큼
진짜 사랑이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친구야.
사랑을 하더라도,
그런 사랑 한번 해보자.
이기심을 뛰어넘는 사랑.
이치를 뛰어넘는 사랑.
현실논리를 무시하는 사랑.
상처를
처절하게 인식하면서도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않고
품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랑....
상처를 드러내지 말자.
그리고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
사랑하자.
인생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대상을 사랑하자.
푸쉬킨의 말도 일맥상통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그 뻔하고 너무 익숙한 그 문장이
참으로 진리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인생에 대해
반드시 상처받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생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간이
고결하고
위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았던 것
처럼......
인생을
대상을
예술을
그리고
인간을...
'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즐기는 놈, 즐기는 놈 위에... (14) 2013.10.24 그 사람에게 맞는 자소서가 좋은 자소서이다 (한예종 영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학과, 한예종 영상이론과, 레슨 포 케이아트) (0) 2013.10.24 잠이 오는가? -카디베리아가 1류선수와 보통선수를 나눈다 (한예종 영화과, 극작과, 연출과, 방영과, 예경과, 한예종 2차, 한예종 합격, 한국예술종합학교) (12) 2013.10.07 아프니까 청춘아니다 (8) 2013.10.07 강점을 취하라 (한예종 고2예비반, 한예종 전문학원, 한예종 강남학원, 한예종 레슨 포 케이아트) (2) 201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