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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을 버리라 下 (한예종 영화과, 연기학원, 한예종 연기학원, 영화학원, 한예종 학원)all about story-telling 2013. 8. 8. 11:30
플롯을 버리라 1편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댓글이 있어서 먼저 그것부터 설명하며 포스팅을 해보자.
Q : 선생님. 그러면 장면위주로 글을 쓰면 4~6개의 장면으로 구성되는데, 그러면 장면간의 짜임새가 부족해지고 내용전개가 비약적으로 되지 않나요? 2000자~3000자짜리 글에서 그렇게 장면을 구체적으로 쓸 수도 없을 것 같은데...
A :
좋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오히려 장면구성의 중요성을 더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를 다 퍼다주는 것 같아 좀 안타깝지만, 그래도 일단 이야기해줄께 (사실 이렇게 저렇게 쓰라는거 중요한게 아니거든. 창작하는 사람의 주관이 제일 중요한거지)
-당연히 2000자짜리 글은 초장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일 수가 없다. 너무 엄청난 줄거리의 이야기를 2000자에서 다 전달하려고 하면 오히려 여러분의 재능을 보여줄 수가 없다. 이건 영화스토리의 제작이 아니라 입시란 걸 기억하자. 교수들이 여러분의 재능과 영화적 구성능력, 창의성, 논리력, 이해력 등을 평가하기위한 것임을.
그러므로 평가에 합당한 글을 쓰는것이 적합하다.
너무 큰 이야기의 줄거리에 집착하다보면, 읽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오지 못한채 자신의 스토리를 나열하기에 급급하기 쉽다. 이런식의 글을 나는 '성경'쓰고 있다 라고 꼬집어준다^^
-또, 한예종 2차문제의 특징은 전부 다 교수님들이 어떤 기준과 문제를 풀어가는 소재, 형식등을 준다는데 있다. 즉.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 구상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도 그렇게 방만한 글을 보기가 싫으므로) 어떤 특정한 소재나 장면을 던져주고, 그것들간의 이야기 구성능력이나 짜임새들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결국 2000자짜리 글쓰기에서 플롯과 구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영화과 입시에 더욱 필요한 것은 장면과 장면간의 구성능력, 또 장면 내의 구성능력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단. 문제에 따라, 시놉시스를 짧게 쓰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로버트 맥키의 6단계 구성을 반드시 병행해서 익혀야 한다.
-결국, 장면간의 구성, 장면 내의 구성을 통해서 완성되어 지는 이야기의 짜임새를 우리는 '플롯'이라고 한다.
-결국 '플롯'을 버리란 것은 일종의 과장법이다. 플롯이 필요없고 무조건 배척해야 된다는게 아니라, 너무 지나치게 기-승-전-결에 짜맞춰 글을 쓰려하고, 이야기를 생각하느라 장면구성에 소홀함으로, 오히려 작위적 스토리전개라는 역효과를 내는 학생들이 많기에 도움을 주고자 쓴 포스팅이다.
-내가 말하는 장면은 짧은 영화적 씬 하나를 말하는게 아니라
인트로장면에서 도발적사건에서까지
혹은
위기와 절정
혹은
결말
등과 같이 큰 범위의 장면화를 말한다. 그러므로 씬을 의미하는 장면이 아닌, 이야기의 '장면화'를 언급한 것이다.
-장면간의 비약을 줄이기위해
로버트 맥키의 6단계 플롯구성과
5단계 장면화를 결합시키는 방식의
2000~3000자짜리 글을 강조하고 있다.
작위적 내용전개를 막고, 또 장면화를 통한 디테일도 챙기면서
스토리의 전체적 짜임새도 꾀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이론등에 근거한 정석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니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스토리쓰기 방식을 조금 이해하기 쉽게 편집한 것일 뿐이다.
자. 그럼 계속해서 포스팅해보자면
장면 내의 구성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
-예측불가능한 비트의 전개
-긴장과 이완의 구성
-유일무이한 장면
등을 제시한 바 있다.
3. 전개 (가-가-가-가-가-가 인가, 가-나-다-라-마-바-사-아-자 인가)
학생들이 장면을 쓸때 가장 많이하는 실수가 바로
전개를 잘 못시키는 것이다.
큰 틀에서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도 치명적으로 못하지만
장면내에서의 전개로 매우 부족하다.
게임 하나 소개할께.
네가 비트 하나를 만든다. (행동)
그 비트가 새로운 정보를 주거나
예측불가능하게 진행되거나
아니면 긴장과 이완의 변화가 있거나
아니면 공간- 인물- 행동 등을 넘나들거나
어찌됐던 비트와 비트 사이에 어떤 변화나 구성적 요소가 있을때만
A에서 B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해보자.
쉽게 말해
새로운 요소가 전혀 없으면 A-A-A 계속 머물러 있는거고
새로운 요소가 있어서 비트가 전개가 되면 A-B-C-D 로 진행이 된다.
장면분석을 해보면
잘쓴 글의 경우엔
A-B-C-D에서 결국 H나 I, 심지어는 J까지 진행된다.
실제로 박찬욱의 장면이나, 이와무라 쇼헤이의 우나기 인트로 등을 200자로 축약해서 비트를 나눠봐도
A에서 J까지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적긴장이 매우 섬세하게 짜여져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엔
왕따를 당한다 - 왕따학생을 놀린다- 비싼 옷을 빼앗는다 - 핸드폰도 빼앗는다 - 화장실에서 볼일보는데 물을 붓는다
와 같이 전혀 진행이 안되고 병렬식으로 나열되는 실수를 많이 한다.
변화무쌍한 장면내의 비트전개가 필수다.
그러나 이 말을 제발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여서 잡다하고 비약적인 비트전개를 하지말자.
그러니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
부탁이니까 -
장면을 배우고 싶으면
영화장면을 분석해보라. 영화하나를 선정해 오프닝씬이나 도발적사건씬 등을 골라
그 장면을 비트로 분석해보라. 그리고 각 비트의 진행을 연구해보라.
남의 것을 분석하고 모방하고 응용하지않고서는
절대로 좋은 것을 창조할 수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어선, 로버트 맥키가 말한 의식 최상층에 떠도는 쓰레기 만을 채집하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고정관념이라고 부른다.
장면은 영화장면으로, 구성은 영화구성으로, 인트로는 영화인트로로, 플롯도 영화플롯으로, 인물묘사도 공간묘사도 모두 영화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이럴때 너만의 영화스타일이 만들어지고, 더욱 더 개성있는 너만의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때 만화책쓰는 법이라는 책을 하나 구입해서 진짜 한 500번은 읽었는데...너덜너덜해져서 종이가 가루가 되도록...근데 그 책의 마지막 문장이 항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을 다 보고나면 반드시 찢어 버리란 문장...
왜 그럴까? 왜 힘들게 써놓고 찢어버리라고 할까?
근데 그 책이 참 좋은 책이었고, 그 책을 쓴 작가 (일본사람 책을 불법번역한 책이었던 것 같은 요즘 다시 생각해보니) 가 참 올바른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 블로그도 적당히 얻었다 싶으면 과감하게 버려야하고,
영화도 네가 충분히 응용했다 싶으면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즉 창작의 주체성은 오히려 과감하게 빼먹고 버릴줄 아는데 있단 말이다. 드래곤볼의 셀 처럼.
4. 공간의 힘
장면 내의 구성에서 4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공간의 힘이다.
혹시 극작과나 연출과를 준비하는 학생이있다면, 바로 이 공간자체의 힘에 주목하기 바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장센을 말하는 건데
내가 한예종을 졸업못하고 수료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준 세계적인 연극학자 파트리스 파비스의 미장센수업 (F를 3개받았어. 수강해놓고 수업을 중도 포기해서) 아무튼 그 수업 3개를 꽉 채워서 강의해도 모자란게 미장센에 대한 설명이더라...
그러니 미장센에 대해선 좀 짧게 좁은 의미, 한국적 통상의미로 제한해서 말해볼께.
결국 미장센이 중요한건
영화는, 특히 극예술은
심리묘사를 작가가 직접적으로 문장을 통해 못한다는 것에 있어.
그래서 장면을 통해
섬세한 심리의 외면화를 이뤄야 하는거지.
연극을 예로들자면
좋은 희곡은 반드시 내용 context와 외적인 미장센이 연결돼. 그래서 나는 무대미술과도 참 매력있는 과라고 생각해.
아무튼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게 바로 무대적인 미장센인데
대표적인예로 아서 밀러의 세일즈 맨의 죽음이 대표적이야.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아버지 윌리와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아직 어메리칸 드림. 즉 미국적 꿈과 희망이 살아있던 시절. 대공황 이전의 시절엔
무대를 가득 푸르른 잎사귀가 윌리의 집 전면을 가득채우도록 지시되어 있어.
그러나
현재 시점으로와서 몰락한 세일즈맨의 상황이 되었을땐 무대 가득 잎사귀는 말라붙고
거대한 아파트와 빌딩들이
초라한 윌리의 집을 삼킬듯 이글거리지. (진짜 지시문에 '이글거린다'라고 적시되어 있어)
피에타에서 자본주의적에 대한 강렬한 상징도
대사나 행동을 통해 보여주기보다는
강렬한 미장센을 통해서 보여주는 거야 (더 따지고들면 사실 무대 위 행동도 미장센에 포함되지만 여기선 그냥 무대배경 이나 공간적 설정 정도로 좁혀 해석해보자)
청계천 소규모 영세 철공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그곳. 기계들. 그리고 비좁은 곳에 끼어서 일하는 사람들...그런 장면 자체가
수많은 대화를
관객에게 걸고 있지.
감독은 장면으로 말하는거야. 틀림없지.
이런 미장센에 대한 고민이나 연구가 너의 스토리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진짜 공간 하나가 잘 들어와도 글이 천배는 좋아지는걸 너무 많이 봐왔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공간을 창조하라고 말이야.
공간묘사 역시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는데
가장 좋은건 박찬욱의 영화야. 아무래도.
비약적 구성이지만 매우 설득력있는 구성으로 나가는데는 아무래도 서사의 지원과, 상징의 설득력이 크지.
그런 예측불가능한 장면과 심리묘사와 미장센구성은 박찬욱이 정말 뛰어나고, 사실 박찬욱도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거고.
오죽했으면 박찬욱이 쓴 책 이름이 박찬욱의 오마쥬일까...
박찬욱은 오마쥬하는 감독이야.
그러니 너도 과감하게 다른 감독들, 다른 영화들에서 수많은 보석들을 배우고 연구하고, 또 경의를 표해야 하는거야. 빌려쓰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라고.
5. 총정리
플롯을 버리란 말은
플롯을 절대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게 아니고
오히려 플롯을 더욱 살리기 위해서
그 플롯의 원인이 되는 장면적 구성에 더욱 집중하라는 이야기이다.
너무 줄거리를 짜맞추려고 하면
내용이 작위적이 되므로 장면을 통한 내용전개에 조금 더 집중하자 란
한마디면 될 것을
이렇게 구구절절 두 포스팅에 걸쳐 언급한건 전적으로 내 실력부족 때문이다.
한가지 제안을 하겠다.
네가 스토리를 만들고 공간을 만들고 장면을 만들고 인물을 만들었다면
그곳에서는 반드시
어떤 세계가 펼쳐진다.
세상에는
1차원과 2차원 그리고 3차원이 있지만
4차원의 세계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바로
스토리를 구성한
네가 만들어 놓은
네 스토리 속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책임도 없다면
너는 스토리를 써서는 안된다.
친구야.
네가 만든 이야기 속에 개연성을 얻고 싶다면
결국
인간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더라.
네가 창조한 그 인물. 바로 그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함께 꿈꾸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그 주인공이
욕망하고
추진하고
또 좌절을 만나고
이겨내고
결국
더 큰 인식에까지 성장하도록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주인공과 같은 욕망, 같은 추구, 같은 좌절, 같은 목표를 꿈꿔보지 않겠니?
그렇게될때
네 스토리는 드디어 필연적 구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꺼야.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주인공의 생명이 없고,
공허한
생명없는 세계를 만든
작가의 자의식만 가득한 공간에서
조물주인 작가 혼자 즐기며 노는
그런 스토리가
너무 많더라.....
작가를 버리고 캐릭터를 보면
답이 나온다는 말이야.
구성하려고 하지말고
캐릭터의 욕망과 캐릭터의 추구와 캐릭터의 위기와 절정에 초점을 맞추면
뚜렷한 무언가가 살아움직일꺼야.
스토리는 살아있는거거든 !
네가 바로 그 살아있는 세계를 창조했잖아.
안그래?
결국 로버트 맥키의 말이 옳았어.
스토리란 무엇인가? 라는 기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너무도 흔쾌히 맥키는 답을 주더라고.
스토리는 인생의 은유입니다.
영화적 은유를 통해
인생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주지 못하는 스토리는 가짜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비약해봐도 될까?
스토리는 인생이다.
스토리는 인간이다.
스토리는 삶이다.
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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