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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시리즈 1) 현장에서 큰다는 말의 함정2016 포스팅 2016. 4. 22. 03:19
Q : 그냥 영화현장에서 밑에서부터 커올라갈 수는 없나요? 꼭 대학을 가야하나요?
극단활동을 하면서 대학로에서 경험을 쌓아 이름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상담을 하다보면, 위와 같은 질문들 참 많이 받는다.
연극영화입시를 시작하다보면, 아무래도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는 걸 느낄꺼다. 8~900명 중 열명남짓을 선발하면, 떨어지는 학생이 780명이란건데
이런식의 경쟁률이 일상인 분야가 연극영화 분야라, 처음 연극영화 입시를 시작할때와 막상 입시에 부딪힐때의 입장은 서로 다를 것이다.
우선 서로 합의해둘 게 있다.
이건 내 의견에 불과하다는거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네가 선택한 길을 성공으로 입증해버리면, 그게 정답이 된다.
특히 연극영화분야야 워낙 변수가 많지 않은가?
다양한 선택과 다양한 진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말하는건 일종의 견해에 불과하고, 조언 정도에 불과하다는걸 인지했으면 한다.
그러나 소신껏 내가 아는대로 내 생각을 써볼꺼니 생각한번 해보기 바란다.
-도피인가? 정말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아서인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건, 네가 과연 현장에 대해 말하는게 정말 현장이 필요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혹독한 입시를 피해가고 싶은 생각에서 인가? 를 점검해봐야 한다.
정말 대학로 지하철 출입구에서 표나눠주는 5천원짜리 극단찌라시 활동이 네게 필요한건가?
정말 영화판에서 FD라는 명목하에 시다바리 해서 밤새 일하고 몇만원 받는게 네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하는건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현장이 입시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기억해라. 현장이 입시보다 크다.
무슨 말이냐면
현장이 입시보다 훨씬 더 성공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일년에 몇십명씩 꼬박꼬박 선발하는 입시에서조차 경쟁력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더더욱 경쟁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대학들어가는게
현장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천만배는 쉽다.
대학입시가 잘 안되서 현장으로 바로 들어가는건
말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엉터리라는 말이다.
대학을 나와도 성공한 사람이 손꼽는게 현장인데
대학이 잘 안 풀리지만 현장은 잘 풀릴꺼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자 자기 최면 아닐까?
- 과연 너를 키워줄 여유가 있는 판 일까?
두번째 직설적으로 건드려보고 싶은 부분은,
현장에서 큰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부분이다.
키워준다는건,
지금은 미숙한 너를
클때까지 인내하고 지불하고 품에 안으면서, 기다려준다는 말이다.
근데 말이다.
과연 키워줄 여력이 있을까?
연극영화판이 그 어디든 그런 여유가 있는 판이 존재는 하는걸까?
매일 대학로지하철앞에서 표팔아 겨우겨우 연명하는 소규모극단이, 너를 키워줄 어떤 여력이 있는걸까?
내가 평론가협회 활동을 하며, 현장에 깊숙히 들어가봐서 아는데
대부분 잘나가는 연출자들도, 결국. 지원금을 받아서 먹고 산다.
돈을 얼마간 타내면, 그 돈으로 극단살림을 꾸리는 식이다.
근데 말이다.
결국 한명의 보스가 타내면 그걸 나눠주는 식의 시스템인데
사실 혼자먹기도 빠듯하다면 어떨 것 같나?
파이 자체가 작다는 말이다.
반도체산업처럼 파이가 크면, 직원들 월급정도야 껌값이지만,
극단, 영화판 모두
판 자체가 너무 작지 않나?
오늘 받은 지원금. 내일 끊어질지 모르고.
혼자 먹기에도 빠듯한 형편이라면
누가 누구를 챙겨준다는 걸까?
대형 뮤지컬 회사들도 현실은 돌려막기란거 알고 있나?
A작품이 흥행하면, 그전에 빚졌던거 겨우 갚고...
다시 B작품이 흥행못하면 빚이 계속 쌓여가다가
겨우 C작품 터트려 또 빚진거 돌려막고....
키워줄 여유 없다.
너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쓸 명분이 필요하기에
미래를 담보로 잡는거다.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고, 대신 확실하게 일하라. 이를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네가 연극영화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정당한 댓가를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어린시절에 경험삼아서라도
싸구려 극단 시다바리나, 연극영화분야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렇게 해서 푼돈 얻어서 입에 풀칠하는 이익에 비해
배우로서, 감독지망생으로서 너의 자존감이 하락하는 손해와
젊은너의 귀중한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는 손실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하면, 그건 오히려 보장된거 아닌가?
특별한 보상이 있기에, 경쟁이 심한것이니까. 심한 경쟁이란, 바로 좋은 선택이 될거란 보증같은거 아니냔 말이다.
한예종이 경쟁률이 쎄면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
그러니까 도전해볼 가치가 있고, 내 청춘을 던져서 도전해볼만 가치가 있는거 아닌가?
나는 공익이지만^^
우리 학원엔 해병대 출신이 너무 많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해병이 되지 않았을거다? 뭐 이런 말있지 않나?
그런거다.
지름길은 없다.
경쟁이 치열하다면, 그게 지름길이다.
지름길이니까 경쟁이 치열한거다.
그러니까.
성공하기위해선 경쟁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연극영화판에서 일해보니까
결국. 실적을 내는 놈이 돈을 벌고, 인정을 받는다.
그러니까 잘하는게 장땡이라는거다.
확실히 일하고 확실히 돈 요구 하는게
대충 일하고 적게 받으려 하는것 보다
훨씬 더 연극영화판에선 먹히는 태도다.
그러니까
필드에 나가기전에
훈련을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메이저리그데뷔는 굉장히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왜냐하면, 어설픈 데뷔는 오히려 선수의 생명을 갉아먹는 일이란걸, 메이저리그 코치들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이 곧 미래의 현장이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큰다는 생각이 왜 문제가 있냐면,
우리나라 연극영화 현실은
대학이 곧 현장이기 때문이다.
윤종빈감독과 하정우는 중대 영화과 동문이다.
둘이같이 젊은 시절 아직은 둘다 크게 유명하지는 않을때부터
둘은 같이 영화를 찍었다.
심지어는, 용서받지못할??? 어쩌고 하는 영화에서는
윤종빈감독이 직접 고문관으로 출현하기도 했다.
풋풋한 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기적이고, 상업적 웃음이 난무하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결국 곁에두고 싶은 친구는
어릴적 함께 커온 불알친구들인 것처럼.
결국
네가 현장에 나가서 성공하면
제일 먼저 챙겨줄 식구는, 힘든 시절을 동고동락한 대학친구들이 아닐까?
이건 인맥과는 다르다.
순서가 중요하다.
성공하기 위해서 인맥을 타라는게 아니다.
오히려
순수한 예술에 대한 열정과, 꿈을 젊은 시절에 함께 나눈
'함께한 경험의 공유' 가
추후 작품활동을 하는데, 치명적인 재산이 된다는 말이다.
대학은 이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한국은 작은 나라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대학과 현장의 구분이 있을수가 없다.
결국 돌고돌면 다 만나게되고, 다 알게되는게 연극영화판이다.
그렇다면 가장 순수한 시절에 좌충우돌 만나왔던 미래의 예술가들이 결국 네 미래의 가장 큰 재산이 될꺼다.
그래서 대학생활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실력을 쌓고, 대학에서부터 작품활동을 똑바로 하는 친구들은
미래에 너를 평가하는데 큰 요소가 될 신뢰를
차곡차곡 저축해두고 있는 것과 같다.
대학과 현장을 나누기엔, 한국이라는 땅떵어리. 연극영화 판이 너무 좁다.
대학이 곧 미래의 현장이라는 말이다.
정리해보자.
-혹시 도피는 아닌지 돌아보라. 기억하라. 현장이 대학보다 훨씬 더 힘들다.
-정당한 댓가를 받으려고 습관을 들이라. 너의 가치를 너무 쉽게 열정이란 이름으로 깍지마라.
-순수한 경험을 나눌 미래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대학이. 작은 한국 영화판에선. 현장의 마이너리그 기능을 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수업이 중요한게 아니다.
대학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비용이 중요한 것이다.
ps: 한가지만 사족을 덧붙이자면, 위 글은 대학교육을 만능시하고,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예술가의 선택을 비하하는 글이 아니다.
현장에서 시작하는 길 또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수많은 선배 예술가들이 입증했듯이.
현장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대학입시가 힘들어 현장으로 한번 도망가볼까? 생각하는, 어린 연극영화입시 지망생들이 이 글의 주 타겟임을 다시한번 밝힌다.
특히 연희단거리패의 도전과 사례는. 위에 내가 쓴 글을 반박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다. 연기학원 조교도 연희단거리패출신이고, 연희단거리패출신이 우리학원에도 많다.
단. 연희단거리패의 경우엔, 대학교육 이상의 체계적인 연기교육법과 공연,극단운영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있는 대학이상의 전문가집단이라는 걸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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