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가장 앞세우는 논리는 시장경제입니다. 경제성장 앞에 다른 소중한 가치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는 급박한 국가적 필요성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정부라면 어떤 비효율적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최소한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믿음. 그것이 지금의 정권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일 것입니다.
저는 한예종 학생으로서 문화를 단순한 돈의 논리로 보지말고, 돈보다 앞서는 것이 있음을 강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것도 너무나 중요한 사실이지만 저는 주장을 매우 협소하게, 이명박정부가 그 값싼 천민자본주의적 시각으로만이라도 한예종을 봐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원리가 무엇입니까?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아닙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예종은 장사가 무척 잘되는 학교입니다. 국가에서 들인 돈은 사실 몇십조가 투입되는 대운하사업에 비한다면 푼돈에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비용에 비해 한예종의 결과물은 객관적 기준으로 성공적입니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 수용와 공급의 일치에 있다면 지금 한예종에 대한 수요는 대단한 것입니다. 명문대를 중퇴하고 의사같은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다시 한예종에 들어온 예는 수두룩합니다. 한예종이 없던 시절엔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위해 외국에 유학을 가야했는데 이젠 외국에 유학을 가지 않고 한예종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 역시 수두룩합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한해 평균 입시 경쟁률이 몇백대 1이 넘는 학교는 한예종외에 별로 없습니다. 한예종은 수요의 법칙에 따른다면 철저하게 성공한 학교입니다. 다른 학교들이 수십년이 걸려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를 설립된 후 십몇년만에 이뤄냈습니다. 200여회가 넘는 세계유수의 콩쿨수상경력 뿐만 아니라 영상원, 연극원 등등에서 문화적으로 성취한 업적은 문화를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만으로 보는 천민자본주의적인 시각으로 봐도 충분히 성공적인 성과입니다. 한예종은 분명히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학교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한예종에 대한 칼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철저히 정치적인 고려입니다. 국민들이 이명박정부에 기대한최소한의 그것. 자본주의적 일관성 있는 원칙마저도 한예종사태에는 적용되지 않나 봅니다. 경제성을 생각한다면 한예종을 지금보다 더밀어줘야 합니다. 경제논리만을 따진다면 실적이 좋은 곳에 지원을 몰아주는 것이 사실 합당합니다. 시장을 원리를 따른다면 한예종이 확실히 성장해서 세계제일의 학교가 되도록 밀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철저히 정치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방법으로 한예종을공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저 옹색한 변명만이 있을 뿐입니다. 한예종에 대한 지금 정부의 공격에 소한의 경제성이 고려되어 있습니까? 지금 한예종을 공격하는 것이 정치적이지 않다면 도대체 무엇이 정치적입니까? 최소한 비효율적 관료적인 정치논리만은 멀리할 것으로 믿었던 국민들은 철저히 속았습니다. 한예종사태로 본 이명박정부는 경제발전이라는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린 철저하게 정치적인 집단입니다. 그것은 바로 좌파척결이라는 매우 정치적이고 비효율적인 이데올리기에 따른 것입니다. 한예종에 몇몇 교수의 이념성향을 두고 그들을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우습지만, 좌파라고 해서 칼을 들이대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우파든 좌파든 훌륭한 예술교육이 이뤄지고, 학생들과 학부모가 만족하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쏟아내면 그것은 성공한 집단입니다.
한예종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특히 우려되는 점은 그들의 예술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무식입니다. 지금 정부에서 한예종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사항은 크게 두가지로 통섭교육의 삭제와 이론과의 축소,폐지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무식한 발상이냐면, 현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바로 통섭과 인문학적 기초입니다. 이명박정부는 현대 예술의 최신 트랜드만을 가장 먼저 공격하고 있으니 이들은 가히 포스트모던을 넘어 부조리적인 집단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들어 쉬렉이나 터미네이터같은 성공적인 영상매체들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현대적 문화 트렌드는 예술교육이 예술이라는 안전한 우물에서 벗어나 과학과 같은 다른 영역과 협력하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 애니메이션산업, 웹툰, 디지털음원등등 이미 예술은 과학이나 다른 영역과 끊임없이 컨버젼스 하면서 우리 삶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습니다. 이명박정부와 유인촌이 가장 필요없다고 예산을 삭감하고 감사에서 불필요하다고 지적한 교육이 바로 이 통섭교육입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과 한예종이 서로 협력해서 예술과 과학이 만난 새로운 산업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바로 이 통섭교육이었습니다. 이 교육이 불필요하다고 이명박정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예술관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무식하다고 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이렇게 반문할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왜 꼭 이 통섭을 한예종이 나서서 해야되냐고, 다른 좋은 예술대학도 많지않냐고. 물론 다른 예술대학도 많습니다. 하지만 예술과 다른 분야의 통섭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 먼저 예술영역 안에서의 끊임없는 컨버전스가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한예종은 6개원이라는 서로다른 예술분야가 한 울타리안에서 발전하고 있는 유일한 전문예술교육단체입니다. 한예종과 카이스트, 그리고 포스텍의 협력을 통한 문화와 예술의 융합, 그리고 이를통한 차세대 한국 성장동력의 개발이 바로 통섭교육이 설립된 이유입니다. 이것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이명박정부와 유인촌의 예술관이 무식하지 않다면 누가 무식할까요?
두번째, 이론과의 삭제 역시 그야말로 전근대적 발상입니다. 우리가 한국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내용이 없다는 말 아닙니까? 드라마를 봐도, 소설을 봐도,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들 합니다. 연극을 할때, 우리는 서커스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한 기예의 수련만이 예술이라고 보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상입니다. 탁월한 실기능력과 함께 그 기반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고입니다. 우리 교육이 이 부분이 약하기에 애니메이션을 아무리 잘 만드는 손재주가 있어도 그저 하청업체에 머무를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미 우리 예술은 기술적인 면에선 어느 경지이상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발전을 위해선 당연히 하드웨어를 뒷받침해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이 소프트웨어를 살찌우는 것이 바로 이론과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필요없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이명박정부와 문화관광부의 화려한 구호에 비추어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발상입니다.
저는 경제발전을 통한 국가적 성장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문화발전에 때론 경제적인 고려가 어떤면에선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크게보아 동의합니다. 하지만 어떤 합리적 근거로도 지금 정권의 한예종에 대한 공격은 이해될 수도 용납될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이 나라 예술교육의 한줄기 희망을 보게했던 한예종이 무식한 정치논리에 휘말려 피해를 보고, 점점 그 덩치를 키워가는 세계 제1의 성장동력인 문화산업에서 한국의 정당한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명박정부는 제발 학교를 그냥 놔두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무식과 더러운 욕심에 한국의 정당한 미래가 사라져 버릴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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