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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이야기가 힘이 있다영화과 2012. 9. 20. 07:11
이야기는 반듯하게 써야 된다.
특히
네가 영화과를 준비한다면
더더욱 이야기는 반듯하게 써야 한다.
이번 광해 작품에 대해 평론가 이동진은 반듯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것은
작품의 주제가 반듯하거나
이 혼란한 정치경제 상황에서 시의적인 면을 고려한 말이겠으나
스토리 상의 반듯함도 포함되는 이야기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게
영화과 스토리 구성에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글을 보면
일단 기본적인 구성 자체를 모른다.
기본적인 구성 자체가 너무 부족하니까
글이
그 어떠한 힘도 받지 못한다.
마치 수비와 허리가 부실한
축구팀을 보는 것과 같댜.
이렇게 기본기가 허술한 상태에서
파격적 소재
파격적 반전
파격적 결말 등을 쓰면
이야기는
정장바지에 청자켓을 걸치고 노란색 안경을 쓴 꼴이된다.
파격은
기본이 먼저 탄탄하게 자리잡히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한예종 출신의 좋은 감독 중 한명인
미쓰홍당무 이경미 감독이 말한 파격의 방법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플롯 안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움을 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이경미
정말 중요한 말이다.
플롯 자체로는 사실 크게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가 힘들다.
플롯은 이미 짜여진 형식을 지키고
이미 어느정도 기본적인 허리를 만들어놓고
대신
그 탄탄함 위에
어떻게 하면
나만의 개성
새로운 시도
새로운 소재
새로운 인물
로서
새로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영화과 글쓰기의 핵심이라 하겠다.
기본이 잡혀있지 않는 파격은 아무 영향력이 없다.
반듯한 이야기가 힘이 있다.
그럼. 반듯한 이야기.
가장 기본이 되는 이야기.
가장 쉽게 스토리구성을
시학에 근거해서 연구하면
어떤 구조일까?
너는 먼저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시작이란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여러분이 스토리를 쓸 때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시작하기 전에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되어져 있는 상태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미 다 진행되어있고
갈등이 다 만들어져 있고
문제는 다 발생되어 있는데
이야기가 시작한단다.
이미 다 펼쳐놓고
이제부터 시작이란다.
극적 전개란 것이 생겨날리가 없다.
극적 전개가 되기 위해선
전진 하기 위해선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평행 상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평행상태가
깨지는 촉발사건이 있어야 하며
바로 그 촉발사건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강력한 힘을 얻게되는 것이다.
기억하라.
시작은 시작전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며 (시학에 똑같은 문장이 나오니 살펴보도록)
극적전개란,
그 평행상태를 박살내는
촉발적인 사건을 통해
그 극적 평행상태가 깨어지고
이야기가 강한 추진력을 얻고
전개되어가는 이야기란 것이다.
그게 극적전개다.
발단 - 전개
는 이렇게 구성하면 된다.
그런데
기-승-전-결
혹은
발단-위기-전개-절정-결말의 구조를 말하기 전에
여러분이 먼저 기억해야 될 이야기 구조는
훨씬 더 심플한 플롯구조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주인공의 운명이 바뀌는 지점까지를 갈등이라고 생각하고,
주인공의 운명이 바뀐 이후부터 결말까지를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시학 18장)
바로 이게 가장 단순한 플롯구조다 !!
평행상태 - > 이 평행을 박살내는 강력한 촉발사건 -> 사건의 진행과 점층 = 갈등의 형성
(주인공의 운명이 바뀌는 지점을 향해 달려감 = 갈등)
그리고 주인공은 갈등이 심화되고 절정에 이르러
행동의 두번째 동기에 이르게 되고
주인공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며 갈등은 해결되게 된다.
이때 주인공은 어떤 도덕적 선택을 하게된다.
(주인공의 운명이 바뀌고나서 변화됨 = 해결)
즉, 가장 단순한 이야기구조는
갈등과 해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는 한국감독의 공통점은
기본 플롯구조를
정석처럼 지켜가면서
그 정석위에
자신만의 색깔을 덧칠하는데
능숙한 감독이라는 점이다.
위의 이이기구조를 이창동의 시에 적용해보자.
평행상태
이야기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시작점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시작 이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시작 전에 어떠한 전사도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란 점.
시작 전에 수많은 갈등과 내제된 문제들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야기가 시작하면서 모두다 쏟아져나와서는 안되며
특히
주인공에게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설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든 과거의 이야기들은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둘씩 밝혀지도록 구성해야 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수백번 읽어보라.
장담한다.
네가 플롯구성에 빈약하다는 이야기는
어디가서도 듣지않게 될 거니까...
자.
이창동감독은
시작점이 어떤가?
아이들이 즐겁게 강가에서 노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평행상태이다.
시작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갑자기 평행상태를 깨는
촉발사건이 벌어진다.
여중생의 시체가 떠내려오는 것.
그리고
다시
평행상태로 돌아간다.
이창동의 영화 시의
처음 도입부는
그리스 극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인
프롤로고스의
영화적 응용이다.
즉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전반적인 진행을
먼저 암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사건은 진행된다.
다시 평행상태.
평온하다.
주인공 할머니는 다소 건망증과 치매가 있지만
그럭저럭 살만하다.
그러나
불안의 잠재요소들이
계속해서 노출된다.
이게 이야기를 시작할때
해야될 일이다.
노출시키는 것.
시한폭탄을 설치해 두는 것.
혹은
총알을 발사하는 것이다.
나중에
극의 절정에 이르러
모두를 폭파시킬 수 있는
강력한 탄환을
시작부터 발사해두어야 한다.
이창동은 무엇을 발사했나?
주인공 할머니가 가혹한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
가혹한 현실을
도피할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안전한 그 세계속에
웅크리고 숨죽여 헐떡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마치
보신탕 집 뒷뜰에 사육되고 있는
똥개가 케이지 안에서 헐떡이고 있는 것과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만든
케이지 속에
기어들어가 있는 인물이다.
영화 중간에 삽입되는
시를 쓰는 행위들은
그런 주인공의 현실과 도피와 꿈과 현실에 대한
영화적 고찰을 위해
중간중간 삽입된다.
그런 그녀의 위태로운 안정을 깨는 촉발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주인공의 손자가
자살한 여중생을 강간한
또래들 중 한명이었다는 것이며
가해자들의 학부모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데
주인공 할머니를 부른 것.
이 얼마나 끔찍한 사건인가?
주인공에게
얼마나 가혹한 시련인가.
그리고
이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작품은
얼마나 강력한 극적추진력을 얻게될 것인가?
뭔가 엄청난 사고를 경험해본적 있나?
그걸 수습하다보니
몇달이 훌쩍 지나가버린
그런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나?
시간이 어떻게 지나던가?
시간을 셀 여유나 있었나?
급박하게
던져지는 일들을
처리하기에 정신없었을 것이다.
강력한 촉발사건이란 이런 것이다.
그걸 주인공이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사건은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진행되는 것이다.
영화 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석적인 이야기구조에
탄탄하게
뿌리내린 작품이다.
과연
완벽한 스토리라고 확신한다.
가장 뛰어난 스토리 중 하나다.
한국영화 중 (박하사탕도 엄청나고, 초록물고기도. 그래서 내가 이창동빠 인것이다)
촉발된 사건을 이리저리 수습하다보니
극은 자연스럽게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이때
여러분은 극적갈등을 더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계속해서
문제적 상황을 던져줘야 한다.
쉽게 문제가 풀려서는 안되고
계속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영화 시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여기까지가
앞서 언급한 갈등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
영화의 절정에 이르면
주인공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한다.
주인공의 갈등이 심화되고 절정에 이르러
행동의 두번째 동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며 갈등은 이제 해결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이때 주인공은 어떤 도덕적 선택을 하게된다.
(주인공의 운명이 바뀌고나서 변화됨 = 해결)
주인공은
어떤 행동의 두번째 동기에 이르게 되는가?
바로
손자의 문제 해결이라는 동기에서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앞에서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중요한 두번째 동기로
전환되게 된 것이다.
(피에타도 똑같다. 숙제 : 피에타 속 행동의 두번째 동기를 찾아보시오)
이제 문제는 바뀌었다.
주인공도 극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주인공은
확실하게
변화되게 된다.
주인공은
단 한번도
현실과
마주치지 못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치매를 인정하지 않고
가혹한 현실 앞에서
시를 쓰고 우아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변한다.
행동의 두번째 동기를 통해서.
바로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말이다.
이창동은
첫장면을 다리 (브릿지) 로 시작하고
끝도 다리 (브릿지)로 끝냈는데
바로
이
행동의 두번째 동기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에서도
다리 (브릿지)를
강력한 은유로
사용한다.
과연. 이창동이다.
수학적인 감독이라는게 느껴지는가?
자.
극의 중간에
다리 (브릿지)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간병인 회장을 찾아가는 장면을 보라.
주인공은 이미
변화되어 있다.
더이상 그녀는
피해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의 문제에
용기있게
맞설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일격의 필살.
단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진실 앞에
용기있게 펼칠
단 한번의
필살.
바로
자신의 손자를 스스로 고발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된다.
그리고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 앞에
동일시 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카메라 시점을 보면
처음엔 주인공 할머니의 시점에서
점점 여중생의 시점으로 옮겨짐을 알 수 있다.
하나가 된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해결이 된다.
이창동의 영화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겠는가?
그리고
영화 시가
얼마나 수학적이고 정교한 구성인지 알겠는가?
영화 시를
갈등과 해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플롯구조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겠는가?
그러나
이창동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또 응용하는 것도 보이는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연결함으로써
하나의 순환구조.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영원히 반복되는 이야기구조 속에
주인공을 넣음으로
여중생 (초경의 시작)에서
할머니 (어성성징의 상실)
에 이르는
순환을 통해
이 이야기가
인간 전체의 삶에
대한
거대한 확장성을 가지는
이야기구조로
확대되고
확장되고
응용되는 것에 주목해보라 !
앞서 언급한 이경미 감독의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위에
그만의
색깔을 통해 어떻게 개성과 파격을 드러낼지를 고민하는 것.
즉.
좋은 시나리오에서
기본에 충실한 것과
파격적인 것은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하나이다.
명심하라.
반듯한 이야기가 힘이 있다.
장담하건데
반듯한 이야기를 쓸 줄 아는 학생은
합격할 것이다.
반듯한 이야기를 쓰는 학생이
그 반듯한 이야기위에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덧입힐 줄 알게 될 것이며
그런 학생이
앞으로 반듯한 영화를 찍는 자격을 갖추게 될 거니까.
틀림없다.
반듯한 이야기를 먼저 써라.
중심도 없이
파격이란 이름으로, 개성이란 이름으로
엉망진창인
글을 써놓고
너의 창의성을 알아봐 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나도 이젠 기본이 안 갖춰진 글을 보면 짜증부터 나는데
교수는 어떻겠냐?
반듯한 이야기가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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