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교수님들의 생각을 내가 함부로 예측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내가 이럴거다 저럴거다 아무리 예상해봐야
교수님들이
다른 기준으로 뽑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누군가를 선발한다는 것은
교수님들의 고유 권한이므로
내가 함부로 예상할 수가 없는 거다.
의례히 이 포스팅은
내 생각이 무슨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확신에 차서 쓰여있지만
그 모든 글들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다소 말도 안되는 주장을 확신에 차서 떠벌리더라도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그래도 이 포스팅을 통해 입시준비 해서
합격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리니
기분이 매우 좋다.
이번 특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학원에서도 당연히 합격자가 나왔다 !!!
많은 수를 뽑지않는 특별전형에서부터 합격자가 배출되기 시작해서
올해도 역시 스타트부터 역사를 써내려갈거란 확신이 든다.
올해는 최종합격 20명에 도전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스코어라고 생각한다.
축하하고
그리고 충분히 합격할만한 학생이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기분이 좋다.
(떨어진 학생들은 아쉽지만, 원래 특별전형에선 확실한 기준으로 학생을 뽑으니까 정시에서 잘하면 충분히 합격할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수상경력자로 지원했는데
충분히 합격할꺼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예종 입시가 워낙 예측불가능이라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어찌되었건 합격한 학생에겐 축하를
떨어진 학생 중에 특히
막판 스퍼트가 좋았던 학생들은 정시를 노려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올해 특전입시를 치르면서 느낀 점은
역시
올해도
학생의 순수성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자소서도
면접도
일체의 획일적인 터치나
학원에서 배운 획일화된 방식은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순수한 학생의 의도가
살아있는
순수한 자소서
순수한 열정
그리고
좀 투박하더라도 순수한 글쓰기
등이
크게 어필한 것 같다.
그러니 어설프게 주변 도움받지말고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하고
좀 못나면 못난대로
좀 투박하면 투박한대로
너의 것을 가져가야 한다.
그게 올해의 트렌드다.
학원적인거
획일화된거
경험이 부족한데 장황한 수사와 말로 둘러싼거
실력이 부족한데 말만 장황한거
다 안된다...
실력이 없으면 실력이 없어서 떨어지고
실력이 없는데 포장을 하면
실력없는데 포장해서 떨어지고...
이래저래
결국 확실한 실력을 가져야 한다는게
올해 특전에서 증명되었다.
또 하나 당부해주고 싶은 것은
특전은 특전이라는 것이다.
특전은 특전이다.
특별한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게 특전이므로
특별한 수상경력이나
특별한 경험등등
무언가
팩트에서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예를들어 영화제 수상같은 경력을 말하는거다.
떨어진 학생들 중엔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학생이 물론 대부분이겠지만
그 중에선
충분히 합격할만한데
특별전형의 기준에 좀 맞지 않아서
떨어진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시를 준비하면 된다.
실제로 우리 학원에서
특전에 떨어졌다가 당당히 정시에 합격한 경우도 있었으니...
자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 정도로 스케치하고..
(결론은 특전. 기대하지 마라는거다. 단 확실한 팩트가 있는 학생들, 경력이 남다른 학생들은 특전을 노리는게 타당하다)
이번 문제를 한번 분석해보자.
해설을 하기전에
다시한번 말하지만
제발 제발 부탁하지만
이건 공식이 아니다.
증명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다.
교수님이 보시면 어이없어 하실수도 있다.
아마
틀릴 것이다.
그러나
그냥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주관적인 해설일 뿐이다.
민망하니
그냥 재미로 참고하길 바란다. 그냥 재미로...
이번 특전 문제는
다소 평이한듯 하면서
강력한 함정이 숨어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홀라당 낚였다.
이번에도 한예종 교수님들은
역시
똑똑하셨다.
짝.짝.짝
자. 문제를 보자.
올해 영화과 특전 문제는
1) 아버지와 내가 주인공이 되고
2) 1인칭이고
3) 24시간에 일어난 일이고
4) 냉장고, 함박눈, 열쇠, 모자가 중요하게 쓰이는
이야기를 구성하라는 문제였다.
자.
역시 99:1의 법칙은 유효했다.
이 문제에서
함정은 무엇일까?
아버지라고 하면
왜들 그렇게
감성적이 될까?
IMF 가장의 실직을 겪은
한국인이라서 그럴까?
아버지와 나라는 주제를
관계적
감상적으로
풀어가는 학생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문제를 보라.
아버지와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구성하라고 했지
아버지와 나의 관계에 대해
그것도 감상적으로
풀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사랑
아버지와의 갈등
등등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적인 설정에
대부분의 지면을 낭비해버렸다.
아니다.
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번 문제는,
아버지와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즉
극적 동기가 확고해야한다는거다.
(물론 합격생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더라.
진짜다.
영화과는 이상해서
꼭 스토리를 잘 쓴다고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못 쓴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더라..
아니 스토리를 잘 쓰면 합격하는건 맞는데 ^^ 스토리를 못써도 좀 의도에 맞지않게 써도
붙는 경우가 많더라...
올해 합격생도 내가 해설한 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썼지만 그 학생의 스타일이 확고해서
합격했다고 본다)
일단 하나는 확실하다.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진행이
단 한 문장도 진행되지 않은 학생은
반드시 떨어졌을 것이다.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사건이 진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바나나는 길어 긴건 기차 기차는 빨라...
이런식의 고정관념.
즉 스테레오타입적인 연쇄적 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번 문제도 그렇다.
가장 전형적이고 흔한 스토리가 이런 종류의 것일거다.
<치명적 오답의 예시>
나는 아버지와 심한 갈등이 있는 상태다.
우연히 아버지 서재에서 모자를 봤는데
모자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오브제다.
이 모자를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열쇠를 발견하고
열쇠로 지하실문을 열었더니
냉장고가 있었고
냉장고 안엔
내 어린시절
내가 수상한 모든 기록들을 정성껏 스크랩한 자료가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이다!! 단, 표현하지 않았을 뿐!!
감동받은 나는
지하실 문을 열고 나왔더니
아아....
그토록 눈이 내리지않는 이 도시에
함박눈이 내린다.
아버지의 사랑도 함께 펄펄 내리는거다.
아버지 !!!! 아아 !!! 아버지 !!!!
뭐.
이런 식이다.
아마
위의 경우는 좀 극단적인 경우지만...
이번 특전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쓴 글이
결국 따지고 보면
저 예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긴건 기차...기차는 빨라..빠른건...
도대체 저런식의 연쇄작용이 매우 뻔하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는지?
아버지와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이야기를 구성해야하고
아니면
아버지와 나 사이에 어떤
행동의 동기나
행동의 제약이나
어떤
장애나
갈등이나
아무튼
아버지와 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가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개연성있는 동기
목적성있는
이유있는
갈등이나, 문제나, 목표의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근거를 어디서?
제시된 4가지 예문에서.
즉.
제시된 4가지 예문은
이야기가 쭈욱 진행되는 스토리에서
결정적인 단서들을 마련하는
스토리적 진행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
그 소재때문에
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소재때문에
그 이야기가 강력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예를한번 들어볼께.
우리 학원 학생이 쓴 글 중 괜찮은 도입부가 있어서 소개해본다.
함박눈이란 예시를 볼때
아버지와 나는 차를 타고 조문을 가고 있는데
눈이 심하게 내렸다고 생각해보자.
언덕 길을 오르는데
함박눈 때문에
전방시야가 자꾸만 방해받았고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한 청년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버지와 나는 그 청년을 보고 갈등한다.
함박눈 때문에 사고가 난거다 (문제적용 1)
그런데
평소였으면 그냥 순순히 아직 숨이 붙어있을 청년을 들쳐없고 병원으로 향해서
사후조치를 확실하게 했었을 인격의 아버지가
그날.
함박눈이 내려
어떠한 증거도
심지어는
선명한 핏자국도
순식간에 증거가 사라지는
그런 상황임을 눈치채고 (문제적용 2)
갈등한다.
그리고.
결정한다.
죽어가는 청년을 방치하기로.
그리고 그 어떠한 증거도
다 사라지는
이 눈사태 속에서
실족해서 사고난 것으로 위장한다 (문제적용 3)
그리고
폭풍우에 결국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문제적용 4 : 새로운 상황으로 개연성있게 진입하게 되는 도구로 쓰임)
그 동네 마을로 진입한다...
(여기까지가 기-승-전-결에서 기)
어떤가?
이 정도는 활용되어야
함박눈이 개연성있게 사용된것이다.
사실 모자도, 냉장고도...쓸 내용은 많지만
다 말해주면 재미없으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후 내용전개가 냉장고 안에 시체있고...뭐 죽은 시체가 사실 마을 이장 아들인데 모자를 떨어뜨려놓았었고...뭐 이런식의 익숙하고 뻔한 전개로 가면 안된다.
그러면 개연성은 있으나
개성이 죽은 글이 되어 버린다.
기껏 써놓았더니
아무런 특색도 없는
살인사건 이야기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예측 가능한 글이 바로
죽은 글이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전개와
상황과
미장센과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 알겠는가?
언제
개성을 드러내고
언제
창의적인 발상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그 지점을 알겠느냔 말이다.
개연성있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그 안정적인 틀은 유지한채
그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에 있어서
매우 참신해야 한다는거다.
용가리가 나와서 여의주물고 한방에 문제를 해결하는 구성이 아니라
탄탄하고 개연성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전개가
한순간도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원하는 것이다.
열쇠- 함박눈- 냉장고- 모자
는
스토리 진행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속성은
우연에 기대어서는 안된다.
우연히 모자가 떨어지고
우연히 냉장고가 있고
보란듯이 열쇠가 나타나서는 안된다.
예측불가능하게
각각의 소재가 쓰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야기 전개의 핵심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상징이다.
스토리 전개는 하나도 안 시켜놓고
열쇠가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를 푸는 걸 상징한단다.
모자는 아빠와의 추억을 상징한단다...
함박눈이 녹듯
아버지와의 오해도 녹는걸 상징한단다...
No!!!!!
제발 부탁한다.
상징은 네가 만드는게 아니라
관객이 완성하도록 열어두는 것이다.
네가
의도하고
계획한 순간
상징은 죽어버린다.
상징은
철저히 관객이 완성하도록
열려있어야 한다.
그러니
제발
스토리구성 능력이 안되는 걸
상징으로 핑계대지마라.
넌 상징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24시간이라는 조건과 1인칭이라는 조건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24시간이라는 조건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24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건 당연하다.
24시간에 벌어지는 이야기.
즉
압축적인 사건.
아주 심플하고
명확한 사건은 필수다.
그러나
그 사건이 24시간 안에 벌어졌다고 해서
그들의 갈등이 단지 24시간 안에 만들어지는건 아닐수도 있다는게
이번 문제의 또다른 숨겨진 함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위대한 저서 시학에서
극의 3일치의 법칙을 말했다.
한 장소에서 벌어진 이야기여야 하고
한가지 플롯을 다루어야 하고
그리고
바로
24시간 안에 일어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언급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무엇일까?
오이디푸스왕이다.
그런데 오이디푸스왕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서사의 스케일이 어떠냐?
얼마나 장대한 이야기냐!
그러나
그 거대한 서사도
24시간 안에 녹여낼 수 있다는게
드라마 구조의 힘이다.
물론
시험장에서 오이디푸스같은 대서사시를 쓰고 있으라는게 아니라...
24시간이라는게
꼭 단편
혹은 소품
혹은 일기같은 아기자기한 이야기구성을
의도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1인칭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1인칭을 쓰라고 하면
반드시
일기를 쓴다.
감정과잉
주인공의 감정과
주인공의 생각이
범벅이 된
감정과잉의 일기.
그런데
1인칭은 마법과도 같다.
1인칭을 통해
매우 독창적으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며
배경과
인물과
그 관계를 창조할 수 있다.
1인칭으로
오히려 훨씬 더 매력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1인칭을 통해
자신 안에 머무느냐...
1인칭이라는 자신을 통해
다른 스토리를 바라보고 행동을 전개시키느냐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김영하 소설을 읽어봐라. 특히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단편집을 읽어봐라.
그 단편집에 나오는 어떠한 이야기를 읽어도
1인칭이란
일기가 아니며
매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진행이 가능한
인칭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이번 특전 문제도
쉬워 보이지만
그 속엔
함정이 매우 많은
전형적인
한예종 스타일의
문제였다.
이렇게 문제를 낸 의도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학생.
전혀 독창적이지 않은 학생.
사고력이 부족한 학생.
특히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상상하고 응용하고 역발상을 이끌어내는
크리에이티브에
둔감한
학생들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게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키울지는
이 블로그에 수없이 많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많이 연구해보도록.
이상 지극히 주관적이었던 2013 한예종 특별전형 문제분석
끝.
'영화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듯한 이야기가 힘이 있다 (30) 2012.09.20 영화과는 글이 아니라 이야기다 (8) 2012.09.17 서사와 그 직조 (8) 2012.08.26 한예종, 1차가 중요하다 - 영화편 (42) 2012.08.22 이해- 적용- 응용의 공식 (4) 2012.08.21